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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하루동안 참 뭐 많이 먹고 마시고 댕겼군요; 점심은 서문시장(...왜 503이 맨날 부둥부둥받으...아니 기 받으러 가는 곳 있잖습;)에서 먹었는데 그냥 평이한 시장 분식이라 뭐라 언급하기도 그렇고; 이른 저녁을 먹은 데를 쓸까 합니다.

여행의 처음을 시작했던 곳, 경상관아 바로 뒷길 북성로에는 수제화 골목이 있습니다. 10여만원에 꽤 그럴싸한 부츠가 보여서 혹하기도 했는데 바빠서 대충 지나치고, 구스 아일랜드IPA 맥주를 판다는 표지판이 보여서 신난다고 갔습니다. 미국 동부 IPA인데 캔맥주는 마트에서도 심심찮게 보입니다만 생맥주는 취급하는 곳이 아주 흔하진 않아서. 전 꼴에(...) 7개월간의 미국 생활 추억팔이 아이템은 꼭꼭 챙깁니다.

부엌-테이블-뷰 순서대로. 어두워지면 오른쪽 조명상가 불빛이 꽤 힙한 매력이 있습니다.

구스 아일랜드에 낚여서 온 곳이라 주인장 추천받아서 뼈등심 스테이크와 바질페스토 문어 파스타를 시켰습니다. 경북은 역시 문어죠.

엠버 에일과 구스 아일랜드 IPA. 둘 다 제각각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IPA가 너무 독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엠버 에일이 딱 좋을 거 같습니다.

제 시덥잖은 이론, ‘오너 쉐프가 남자인 레스토랑의 고기 요리는 욕망에 충실하게 푸짐하고 기름지다’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맞아들어갔습니다. 뼈에 붙은 돼지 등심살이 얼마나 착착 붙던지 상당히 많은 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도 없이 들어가더군요. 상태 좋은 문어(경북 요리에 대해서는 취사 선택을 잘 하자...라는 입장인데 문어 숙회는 전국에서 경북이 제일 잘한다고 생각함)와 바질페스토의 조화도 괜찮았구요.

문제는 이러다 보니 와인 발동이 늦게 걸려서 스페인산 내추럴 하우스와인과 아르헨티나산 내추럴 하우스 와인을 계속 잔 추가를 해서 일어설 때쯤엔 그냥 본성을 인정하고 한 병 미리 시키는 게 나았겠다는 후회를 하였습니다.

요즘 내추럴 와인이 유행인데요, 지난번에 부산 서면에서 들린 내추럴 와인 전문 바에서 유기농 와인과 내추럴 와인의 차이에 대해서 한참 설명을 들었거든요? 근데 술김에 들어서 그런가 술이 깨니까 까먹었어요. 차이를 아시는 분은 제게 설명 좀...(핑프)

메뉴판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격 부담도 덜하고, 관리도 잘 되고 나름 힙한 매력도 있어서 인근 직장인들이 갈 만한 곳입니다. 그날도 막 시작하는 커플 한쌍과 직장 회식 등등이 있더군요. 오너쉐프 한 분이 서빙까지 다 하는지라 요리 중에는 서빙이 조금 늦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술은 병째 먹읍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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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투어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서울로 치자면 대충 문래동이나 성수동같은 분위기로 슬금슬금 바뀌고 있는(아냐...퇴계로 같기도) 북성로 공구거리 쪽으로 갔습니다. 일제시대때부터 유서깊은 공구상가 거리인데 슬금슬금 힙한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고 있어요. 그 중 하나에 가려고 하다가 폐업 발견. 아니 인스타 갬성 그 자첸데 왜...하고 돌아서긴 아쉽죠. 카카오맵으로 상호 찍어서 찾아가던 중 옆골목 안쪽에 암만 봐도 갬성 카페같아보이는 데를 2안으로 점찍어 놨었거든요.

카페 이름에 대한 설명은 위와 같습니다. 인문+공학+디자인 전공 각 한명씩 세명이 도합 의기투합해서 만든 데라는 설명이죠. 무뜬금 제 머릿속에는...

이 짤이 생각났습니다(그냥 짤자랑 같기도)

이 카페는 리노베이션이 컨셉인 것인지, 대구 모처의 본점은 오래된 양옥을 개조했고 여긴일본식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서 카페로 만들었습니다.

다락방이 있는 커피 바 쪽과 햇볕 잘 들어오는 다다미방쪽. 저흰 좌식 다다미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틀어박혀서 와인 마시면 딱 좋을(근데 여기 술 안 팝니다. 술 먹기 딱 좋게 생겨서 아니 왜;) 다락방, 독특한 지붕, 그리고 로스코.

건물 밖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마침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고 볕이 좋아 야외에서 볕 쬐기 참 좋더라구요.

고만 돌아댕기고 돌아와서 시킨 걸 먹어봅시다.

커피, 카페 라떼, 그리고 여기 대표 디저트 크림 브륄레. 저는 크림 브륄레를 무척 좋아하는데 잘 안 팔아서 어디 가든 있다 싶으면 시키고 봅니다. 언제 한번 인생 크림 브륄레를 만나 봤는데 그게 홋카이도 온천호텔 ㅋㅋㅋ 암튼 판다는 것부터 먹고 들어가는데 가격도 착하고 맛도 꽤 괜찮습니다. 부드러운 커스터드와 바작바작한 프로스트 조화가 아주 좋아요.

대략 두시간 반 정도 잘 놀다 나왔습니다. 집 근처에 이런 카페가 있으면 노트북 들고 나와서 엑셀로 감사 조서 쓰기 참 좋은 감성적인 분위기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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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인 1월 16일에 당일치기 대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소소하게 동네방네 퍼뜨리는 대로 제가 하는 단기 알바는 연말부터 3월말까지 매우 바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 대구까지 갔다왔냐면...

평일에 하루 짬이 났는데 놀러가는 게 정신건강에 낫겠더라구요.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이번 대구 여행의 테마는 구도심 역사체험 투어였는데요(겨울이라 고만고만한 구도심을 돌아댕겼다를 순화하면 이렇게 됩니다) 투어가 2시간을 넘어가니 카페인도 떨어지고 당도 떨어지더라구요. 마침 기점이던 대구 계산성당 바로 왼편 옆 건물에 커피명가 지점이 보이는지라 일행을 설득해서(당신만 몰랐지 대구는 커피의 도시이며 그 중에서도 커피명가는 서울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며 그 중에서도 겨울 한정 딸기 케익은 꼭 먹어봐야 할 가치가 있다-줄이면 여기 안 가면 나는 바닥에 퍼지겠다) 들어갔습니다.

커피명가와 딸기의 관계는 뭘까요...이성당과 팥빵, 성심당과 튀김소보로를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

커피명가 지점 중에서는 널찍한 편이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계산성당 통유리창 뷰가 근사합니다.

동행이 시킨 시그니처 드립 커피, 제가 시킨 생딸기 바질 주스, 그리고 생딸기케익 한 조각.

생딸기주스는 바질향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고,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동행이 시킨 드립 커피는 좀 센 가격이 충분히 납득되는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아주 균형잡힌 맛이라 다시 마셔보고 싶을 정도. 커피잔 세트도 이쁩니다.

딸기케이크는... 전 마음에 들었습니다. 워낙에 딸기가 많이 들어가서 저럴 거면 케익을 왜 만드냐, 차라리 생딸기를 퍼먹지...라는 평이 나오기도 하는데 워낙 신선하고 향이 좋은 딸기를 쓰기도 하고, 스펀지 시트와 생크림도 상태가 좋아서 조화가 잘 되는 편이에요. 아, 물론 케익에서 딸기가 메인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서브인 케익도 괜찮다는 얘기죠. 개인 취향이에요. 필링이 두둑한 마카롱을 먹고 싶다는 한국인의 욕망은 뚱카롱을 만들어냈지만 그렇다고 뚱카롱을 다 부정하긴 힘듭니다.

이 한 조각으로 저는 딸기부페를 간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딸기 부페에서 온갖 디저트를 다 휩쓸고도 멀쩡했던 20대의 저는 어디로 간 걸까요 ㅎㅎ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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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연말 송년회 철입니다. 송년회 망년회 오지게 챙겨대던 구회사 떠나고 알바 회사는 회식을 꼭 해야 하면 점심 회식 하는 스타일이고 전 고향을 20년 가까이 떠나 있다가 돌아왔더니 떼로 보는 인간관계는 거의 없는 상태라(뭐...딱히 영양가 없는 경영 93 94 아재들 잘 지내시죠 ㅎ) 간 평안한 연말을 보내도 있습니다.

개중에 모임이 하나 있어서 다들 모이기 편한 서면 쪽에서 송년회 겸사겸사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제일 연장자인데 썩 트렌디하신 분이 구독하는 유투버(정육왕 meatCreator... 초면이지만 닉네임만 보고도 사랑에 빠져 구독했습니다) 픽이 있다며 고깃집에 가기로 했어요.

https://youtu.be/9AiGADq6M0o

해당 유투브 동영상 링크입니다. 티스토리 앱에서 쓰고 있는데 하이퍼링크 기능이 시원찮네요 ㅎ

일행 중에 제일 제가 한가해서(마침 줄창 댕기던 출장도 없어서 사무실에 있었음) 예약 전화를 했더니 열두시쯤이었는데 피로에 쩔어 다 죽어가는 목소리의 주인양반이 예약은 안 받으며 오후 다섯시에 오픈하는데 선착순이며 주차는 대로변에 있는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라고 제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다 알려주었습니다.

마침 또 제가 제일 한가해서(...) 오후 다섯시 52분께 도착해서 반쯤 차 있는 홀 안 자리에 들어왔는데요,

(손님들 초상권 보호차 한껏 들어 찍었더니 뭐 이런 사진이 ㅋㅋ 암튼 뭐 새집이고 깔끔합니다)

대략 다섯시 58분쯤 만석이 되었습니다. 회식하실 분들은 막내 먼저 퇴근시켜서 자리 잡으라고 하심이 나을 듯 해요.

삼겹살/목살/특수부위 불문 100g에 7,000원입니다. 한 덩이가 150-170그램이니 한 덩이에 대체로 11,000원 이쪽저쪽일텐데요, 부산에서는 비싼 편입니다만 서울에 비슷한 컨셉 흑돈가 생각하자면 무척 쌉니다. 여의도에 성의없는 고깃집 삼겹살 130그램에 12,000원하는 거 생각하자면 뭐...(사실 여의도는 뭐든 다 가격이 세죠. 회사 다닐 때야 그러려니 하고 다니긴 했습니다만)

첫 한 판으로 통오겹살 세 덩이 시켰더니 이렇게 줍니다. 무게 달아서 주문별 계산서가 이렇게 나와요.

잘 구우면 이렇게 되구요, 직원분들이 적절한 타이밍마다 잘 굽고 잘라 줍니다. 전문가가 고기 구워주는 집 좋아요. 밑의 사진 불판에 나오는 건 갈치액젓인데 멜젓보다 호불호가 덜하니 무난하게 맛있는 소스였습니다. 아래 있는 소금, 마늘, 막장 소스도 괜찮아요.

여기서 목살 두 덩이, 특수부위 두 덩이 시켰는데 항정살도 맛있더군요.

2차 하러 나가는 길에 보니 여전히 대기 쩔어줍니다. 자리만 잡을 수 있다면 맛있고 두툼한 고기를 가성비 괜찮게 즐길 수 있는 좋은 집입니다.

아, 와인 반입 가능하며 콜키지 안 받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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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iel97.tistory.com/m/48
작년 이 글에서 해리단길 카페에 갔다온 걸 남겼었는데요, 그 후로도 한번 더 갔었습니다(전 올해 놀았으니까요) 그 1년간 구 해운대기차역 뒷편, 일명 해리단길은 확장을 거듭하고 있구요(저는 홍대권이 망원동에서 광흥창역까지, 마포구 반을 잡아먹으면서 크는 걸 20년간 구경한 스람입니다) 드디어 젠트리피케이션과 부동산 버블의 상징 알박기까지 등장한 꼴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뭐...그때도 그랬지만 이젠 걷잡을 수 없는 거 같네요... 그래도 해리단길을 사랑해주시는 자차족들분께 부산기계공고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장 올라가는 길은 빡세나 합법적이고 스트레스 없는 주차가 가능하다는 생정 전해드립니다;

오늘 밥집 후보지는 미국식 중국집의 우육면/대창떡볶이/아란치니 등이었는데요, 다른 쓸만해보이는 식당이 눈에 들어와서 가게 되었습니다. 해리단길 초입에서 잠깐 오른쪽으로 돌리면 있는 ‘카에루식당’입니다. (혹은 해운대양과자점 왼편;)


안은 깔끔하고 평범한 편입니다. 인스타 태그는 있는데 네온 감성문구는 없어서 다행(얼마 전 보라카이에서 보라색 네온 한글로 오빠는_잘 마시는_여자가_이뻐 뭐 이런 거 보고 식겁)


메뉴판. 규카츠/스테이크/카레로 심플합니다. 스테이크정식을 시켰습니다.


요렇게 뉴질랜드산 소고기가 1인분 170그램 나오는데요, 레어 상태라...


돌판에 취향대로 더 익혀서 생와사비/두가지 소스/히말라야 소금을 더해 먹으면 됩니다. 돌판은 제때 갈아주는 편.

가격(12,000원)에 비해 매우 훌륭했습니다. 고기 상태와 초벌 구이도 괜찮았구요, 한끼 포만감을 주기에 적절한 양이었습니다. 집에서 가깝기만 하면 고기 땡기지만 혼자라 고기집은 부담스러울 때 적절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해운대는 멀어요.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먹고 디저트 먹을 곳을 찾으러(둘 다 여장놀이가 간만에 하고 싶었습니다) 빙빙 돌아다녔는데 의외로 적당한 곳이 없네? 하던 중 골목 하나만 들어갔더니 카페 천지였습니다. 개중 제주도 컨셉의 카페.


가짜 벚꽃나무만 천지로 보다가 감귤나무와 동백나무 갖다놓은 곳 보니 신선 ㅎ

청귤차(5,500원)와 파블로바(8,000원)을 주문했습니다. 브라우니도 있고 에그타르트도 있고 뭐 간식류 많았는데 파블로바 시킨 이유는...딴 데서 거의 안 파는데 신기해서 ㅎ

이게 달걀 흰자를 머랭쳐서 바삭바삭하게 굳힌 건데(아 물론 설탕도 겁나 넣고) 보시다시피 키위나 베리류, 아이스크림, 청귤조림 듬뿍 넣고 하니 당분과 포만감이 상당합니다. 시럽 듬뿍 뿌린 팬케익 좋아하시는 분들은 매우 씐나게 드실 디저트구요, 다만 세 사람 이상 드시길 권합니다.

이 카페 이름인 바르보롬은 바닷바람이라는 제주어라는데 예쁘지만 기억하기 힘듭니다. 다음번에도 아 그 골목 안 제주 카페...하고 올 듯요. 널찍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거든요. 청귤티도 맹맹해서(...칭찬입니다;) 좋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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