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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기니까 세 줄 요약 먼저 들어갑니다.

- 박찬욱 신작 '헤어질 결심'에서는 남주와 여주가 같이 차인 수갑씬이 나온다

- 이것은 '화양연화' 뿐 아니라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 히치콕의 '39계단'에서의 남주 여주 수갑씬의 오마주로 추측된다

- 우리 히치콕 오빠에 비해서 깐느박이 신사적이라서 박해일과 탕웨이는 참 다행이다

이번에 깐느박께서 깐느에서 호평을 받고 감독상을 타면서 신작 '헤어질 결심'에 대해 기대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그 기대는 2차 포스터가 최근 공개되면서 더 높아졌는데요...

이 포스터를 보면서 '화양연화'가 생각난다며 둘 사이의 야릇한 기류와 텐션에 대해 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저는 화양연화(대략 nn번 재탕한 인생 영화입니다)도 생각나지만 저의 올타임 최애 감독 히치콕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리고 박찬욱은 '스토커'에서 '다정한 찰리 삼촌'과 조카의 섹텐을 통해 이미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를 진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히치콕의 영국시절 1935년(여러분은 1935년에 뭘 하셨습니까; 놀랍게도 히치콕은 이 때 영국 시절 최고작으로 꼽히는 유성 영화를 찍고 있었습니다;) 작품인 '39 계단'은 캐나다 총독을 역임하기도 했던 명 소설가 비컨의 모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당시 히치콕은 '나는 비밀을 안다' 영국 버전을 초 히트 시켜서 본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아진 상태였습니다. 

줄거리는 전형적인 히치콕식 'wrong man'(오해받은 사나이)식 전개입니다. 남주는 우연히 만난 여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서 살인자로 오해받고 쫓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매혹적인 금발 미녀 여주는 남주를 살인자로 오해하고 신고합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빌런 집단은 여주도 못 믿겠다 싶어서...

포로로 잡혀 있는 남주에게 여주를 수갑으로 묶어버립니다;ㅁ;

처음은 이렇습니다...

둘 사이의 성적 긴장감이 최고로 달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도 만만치 않지요.

이렇게 둘은 원하든 원치 않든 수갑으로 한 데 묶여다니면서 공동 운명체가 되다가...

빌런을 물리치고 둘은 행복하게 됩니다 짜잔;

그러나 수갑을 풀어버린 여주의 손과 여전히 수갑에 묶인 남자의 손이 다정히 묶여 있는 엔딩을 통해 wrong man의 만만찮은 인생 여정은 여전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제가 뻥 안 치고 nn번을 탐독한 패트릭 맥밀리건의 히치콕 평전(참고로 이 책이 어느 정도 히치콕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노골적이고 세세하냐면 정말 제가 그 대상이라면 수치사할 정도입니다;ㅁ;)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26937 

 

히치콕

영화 역사상 가장 먼저 등장한 스타 감독, 현대 영화사에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앨프레드 히치콕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망한 책이다.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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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르면 이 수갑 씬에 여러가지 비화가 있습니다. 마침 제가 책을 가지고 있으니 몇 가지 내용 타이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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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덫이 놓여졌다. 도나트(남주 배우)와 캐럴(여주 배우)는 안면이 없었는데, 1935년 봄에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촬영하기 전까지 그들을 인사시키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악수를 하자마자, 히치콕은 황무지 장면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두 사람의 팔에 수갑을 채웠다. 짤막하면서도 별 다를 게 없던 이 장면은 촬영 첫날에 찍을 장면으로는 이상한 선택이었다. 몇 테이크를 찍은 후, 히치콕은 수갑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열쇠를 찾아야 하는데" 그는 중얼거리면서 촬영장을 떠난 후 몇십 분-일부 설명에 따르면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돌아왔다.

수갑은 히치콕이 좋아한 소품이었다. 벨록 론즈 여사의 이야기에 수갑이 들어간 것과 똑같은 이유로, 버컨의 이야기에도 수갑이 첨가됐다(원작에 없는 수갑 설정이 영화에 들어갔다는 얘깁니다) 프로이트는 크롬웰로드에서 인기 있는 주제였고, 히치콕은 사도-마조히즘적인 함의에 의존했다. "수갑은 관객의 마음속에서 온갖 종류의 생각을 끌어냅니다" 히치콕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설명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화장실에 가서 어떻게 할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하나로 이어놓는 것은 내 생각에는 무엇보다도 섹스와 관련돼 있습니다"

공모자인 디키 베빌이 히치콕을 찾는 척하고 나가버리자 스타들은 안절부절못하다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으며, 히치콕이 상상했던 바로 그 문제가 터져나왔다. 화장실은 어떻게 갈 것인가. 그들은 히치콕에게 약이 올랐고 상대방에도 화가 났지만, 오래지 않아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행동했다.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둘 다 알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 포부에 대해, 관심 있는 영화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도나트가 훗날 한 회상이다. "우리가 경험을 교환하는 동안 우리 사이의 벽은 차츰 무너져내렸습니다. 우리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본 히치는 조끼 주머니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꺼내서 우리는 풀어주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들 두 사람이 서로를 잘 알게 됐으니 우리도 일을 해나갈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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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합니다...우리 히치콕 오빠 원래 저래요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오빠...하지만 히치콕과는 달리 국내 최애 제 감독인 깐느박은 굳이 수갑 헤프닝을 마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탕웨이는 집 마당에서 나물을 캐서 박해일한테 비빔국수를 해 주면서 친분을 다졌대요;

이 노골적인 오마주와 암시로 인해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더 올라갔다는 얘깁니다. 여러분 6월 말에 개봉하는 '헤어질 결심' 많관부.

덧. 근데 전 '국내 최애'가 '올 타임 최애'에 대해 오마주를 바쳐서 어허허 이게 꽃밭이네 하고 심히 만족스럽습니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네요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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