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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의 중심에서 전세계 주가가 흔들거렸던 올해 3월 말, 저는 ELS 두 건에 투자...아니 투기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삼성증권이었어요.

제가 ELS 고르는 개똥철학-_-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개별 증권 주가 연계형이 아니라 비교적 우량한 나라 주가지수 연계형

-DLS 안 쳐다봄(어디서 오일샌드가 팡팡 터지고 미국이랑 러시아가 기싸움할지도 모르는 판에 유가 예측을 어떻게 합니까;;; 언제 - 원유가가 나올줄 알았겠냐고;)

-낙인 40대, 최대 50

-3개월 주기보다는 6개월 주기 선호

-최소 요구 수익률-연 6%(마음속으로는 8%)

-리자드형 등 변종 ELS는 아직 이해가 안 가서 손 안 댐(이해하기엔 귀찮아서인 듯도 하고...)

-3년동안 필요하지 않을 돈만 투자

사실 이 모든 조건이 다 갖춰지려면 몇년에 한번 오는 주식시장 대혼란기 태풍의 눈 정점 정도에나 가능합니다. 증권사에서 거는 예시 수익률은 위험과 비례하는데, 이 위험이라는 게 발행 직전 얼마 기간 동안 주가의 출렁거림과 연계가 되어 있었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조건은 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인데 저걸 다 맞춰주고 연 8% 수익률을 넘기려면 이미 시장은 비정상 상황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판데믹 직전에 저 비슷한 조건의 ELS는 4~5% 정도라서 치아라 저거 할라믄 훨씬 더 안정적인 거에 걸지 ELS같은 도박을 왜 할끼고;하고 몇년간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그 혼란기에 이미 폭락한 우량주 줍줍하기도 바쁜데 과연 ELS를 할 여유가 있을까?도 생각해 봅시다.

마침 제 대학원 전공이 그쪽이기도 해서 ELS(아 제일 간단한 구조요;) 프라이싱도 해봤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풋옵션 매도에 가깝습니다. 여러개의 주가가 다 일정레인지 이상 있으면 정해진 프리미엄을 먹고, 그 이하면 손실이 최대 100%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기보다 꽤나 위험한 상품이에요. 이미 08년 금융위기때 숱한 분들이 원금 손실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이번엔 했습니다. 판데믹이 3년 이상 길어져도 주가는 올해 내로 회복을 할 거라는데 걸었거든요(아니 3월말에 너무 주가가 많이 빠져 있었어요)

그때 24183호 구조가...

기초지수: Nikkei225/HSCEI/S&P500

제반 조건 충족시 세전 수익율: 연 9%

만기/상환주기: 3년/6개월

상환 조건: (92.5,90,90,90,85,80)%,

녹인: 43%

이랬는데 여러 모로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당시에 일본/중국/미국 주가지수가 너무 빠져 있어서 6개월 뒤면 셋 다 기준일의 92.5%까지는 올라올 거고, 아니라도 3년 후까지는 셋 다 80%까지는 올라올 거니까요. 녹인도 43%라서 위험 가능성도 '비교적' 낮았구요. 딱 하나 마음에 안 든 건 일본 지수(전 유럽 지수를 더 좋아합니다)라는 거였는데 호불호를 떠나서 뭐 그리 위험한 지수는 아니니까요.

시간은 흘러흘러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첫번째 평가일인 6개월 뒤, 9월 27일에 세 주가지수는 기준일의 92.5%를 너무 넘겨서 세전 4.5%를 저에게 남기고 오늘 상환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머리굴리기에 비해서 떨어지는 수익률은 너무 애매하군요. 그때 저 지수들에 연계되는 ETF를 사면 얼마나 먹었겠어요. 아니 그건 우리 랩 매니저가 해줬고 저는 직접 하기에는 새 문물을 받아들일 정신머리가 없었어요(3월 말은 알바 시즌 피크였습니다)

9월은 주식시장 혼란기라고 해봤자 3월의 난장판에는 비길 수 없어서 비슷한 수준의 ELS는 연 5%~6% 수준입니다. 전 당분간 ELS에 손 안 댈테니 수익률 10% 상황-혼파망-은 안 오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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