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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영국 이코노미스트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발간일: 2020-12-15

2017년부터 새해를 맞는 저만의 의식 중 하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나온 새해 세계경제대전망을 읽는 것입니다. 특별히 세계 잡지 중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제일 좋아하지도 않으며, 가끔 재수없어하며(영어가 너무 고급지게 현학적이라서 뜻을 짐작 못하면 자괴감이 아니라 외부에 대한 공격성으로 해결합니다) 세계와 서양을 보는 뷰에 비해서 한국을 비롯한 변방을 볼 때는 특파원들의 수준에 따라 굴곡이 심하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매년 초(사실은 그 전해 말)에 나오는 이 책은 매년 읽을 만 합니다. 

경제, 금융, 정치, 과학, 기술, 문화, 각 지역별 분석까지 다면적인 분석과 1년치 전망이 들어가는데 그 칼럼니스트가 앞의 개괄 섹션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 분야에서 짱먹는 사람들입니다. 온라인을 다루면서 유튜브 CEO가 쓴다거나, 지역 경제를 다루면서 핫한 도시 시장이 쓰거나, 국제를 다루면서 국제 기구 사무국장이 쓰는 식입니다. 그러니 이들의 분석은 자신들이 앞으로 1년간 할 일들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초석이고, 전망은 일부분은 자신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불완전하나마 자기 예언적이고, 그래서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굉장히 얕게 다루는 탄소배출권과 녹색성장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는 워낙 나라 내외 온도차가 크다 보니 꼭 보시라는 말밖에는 못 드리겠습니다.

보자... 또 뭐가 있나...작년의 전망과 작년의 실제를 비교하는 칼럼에서는 이코노미스트지가 오픈AI사가 개발한 AI GPT-2에 졌다고 인정하는데 가만 보면 순순히 인정하는 게 아닙니다. COVID-19가 얼마나,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재난이었는지 장황하게 늘어놓고 그래도 우리는 “중국의 주요한 변화로 인해 세계 경제에 엄청난 격동이 올 것”을 맞췄다고 합니다. 참으로 애매모호한 예언입니다. 주요한 변화가 대체 뭔지 알게 뭡니까. 차라리 인도 소년이 더 자세하게 예언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계경기 둔화와 트럼프 재선 실패는 맞췄다고 하는데...그래 잘했다.

보자.... 유럽 섹션은 자기들의 장기이다 보니 꽤 강하고 풍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웨덴의 집단 면역 사태 후 달라진 내외적인 면에 대한 분석과 헝가리의 정치 분석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관광 산업에 많은 의지를 하고 있어서 경기가 특히 더 후퇴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해 꽤나 동정적인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요...저도 그 흐름에 맞게 읽고 있다가 옆에 있는 스페인 토막기사에 확 깼습니다.

그래요...상황이 허락한다면 2021년 1년 내내 전세계에서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엄청난 축제를 열고 싶다는 거죠.... 제 1세계, 특히 남부유럽인들의 대책 없는 해맑음과 낙관주의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지 놀랍긴 한데 부럽진 않아요. 이미 저는 자원 하나 없이 치열한 인간경쟁의 지옥도를 벌이는 K-사회에 익숙해진 몸...이제 느긋한 남쪽 유럽에 간대도 적응할 것 같지도 않아...

음, 그리고 중국은 작년에도 경제가 선방했고 올해도 가장 경제성장이 가장 눈부실 예정입니다. 국경선상의 여러 분쟁에도 불구하고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혹은 미국을 뛰어넘는 국민 호감도를 얻어내고 있구요, 올해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을 거하게 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대외적으로 공표할 겁니다.(전 좀 낚인 게, 아시아 섹션에서 '두 거인 사이에서' 라면 당연히 중국과 일본에 낀 한국일 줄 알았는데 미국과 중국에 끼인 동남아시아 얘기였습니다, 쳇)

 

말 나온 김에 얹자면 한국 대접은 여전히 박합니다. 별도 분석은 없구요. 코로나 사태 대응이나 경기 선방에 대한 언급에서도 대부분 제외되어 있습니다. 뭐 굳이 으쓱으쓱할 필요는 없는데...하면서 읽다가 마지막에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해 경제 전망을 하는 섹션에 등장한 걸 발견했습니다. '관전 포인트'로 '트럼프와의 뜨거운 사랑에서 깨어난 김정은이 다시 핵 문제로 어지럽게 할 것이다' 뭐 이런 언급 발견. 그래 참 퍽이나 흥미진진하겠다.

 

많이 투덜거렸지만 나름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었고, 권할 만큼은 됩니다.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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