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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워낙 "고독한~" 류의 각종 패러디들이 양산되어서 이 시리즈를 안 본 사람이라도 포맷은 대충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대략 10년 전부터 이 시리즈의 팬이었는데(오죽하면 제 변변찮은 일본어의 양대 소스가 김연아 피겨경기 아사히 중계방송과 고독한 미식가겠어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고로상 역을 맡은 마쓰시게 유타카의 외모가 제 취향이라서(한없이 마르고 깁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많이 버는 것의 상당 포션을 먹는 것으로 소비

-고로상의 넘치는 자기애

-먹을 때마다 꽃피는 아재 개그

-유능하고 손해는 안 보는데 특정 친구(타키야마)에게는 웬지 당하는 바보 역할(...)

 

처음부터 말하자면, 마쓰시게 유타카는 아주 마르고 긴 체형을 하고 있습니다.

 

고독한 미식가 얘기를 하면서 첨부 사진은 '오늘의 네코무라상' ㅋㅋㅋ 하지만 저 옷을 입고도 한없이 마르고 길어보이면 얘기 끝난 거죠. 저는 언제나 마르고 긴 중년 남자를 좋아합니다. 특히 얼굴이 좀 무감각하고 꺼칠한 경우엔 더 좋아하죠.

 

 

이분의 드라마상에서의 직업은 라떼식 단어를 쓰자면 '오퍼상'쯤 되겠습니다. 유럽의 진기한 인테리어 물품을 수입해서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이문을 남기는 프리랜서 업자라 일본 또는 옆나라 출장도 자주 다니고 사람도 많이 만나죠. 이 분은 미감각도 확실하고 고객에게 맞는 물건도 잘 고르는데다 대부분의 일본인에게는 없는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해요(...) 그러다 보니 시간 손해 보는 일 없이 혼자서 1:1로 거래를 빨리빨리 성사시킵니다. 실제로 드라마 한 에피당 거래를 성사시키는 시간은 드라마 전체의 1/3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 남는 시간에는 뭘 하냐면요...먹습니다. 거래 전에 한 번, 거래 후에 한 번. 가끔 거래가 깨지거나 미궁으로 들어갈 때도 있는데, 그러면 배가 고파져서 또 뭘 더 많이 먹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즌 9는 미뤄졌는데요, 2020년 연말에 나온 특별편은 이런 고로상이 코로나 시대에서도 여전히 적게 일하고 더 잘 먹고 있음을 보여주는 편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연말 불꽃놀이 행사에 불꽃 만드는 업자한테 갔는데 친구의 술수에 휘말려서 고로상이 설치를 떠맡아서 직접 설치하게 됩니다. 그것 때문에 고민하느라 한 번 더 먹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한창이던 연말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답시고 엄청 많이 모이게 해서 불꽃을 쏘아올리다니, 일본의 나약한 감상주의(...박경리 선생식 표현입니다)가 단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다행히 이건 아니다 싶었던지 불꽃놀이는 취소되고 업자는 의외로 선선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고로상은 연말에 지방까지 와서 공을 들인 프로젝트가 나가리됐지만 별로 좌절도 안 합니다. 어차피 다른 일도 많고 연말에는 먹는 거 밖에 별로 안 하자나여(...) 그래서 홀가분한 표정으로 아까 나갔던 중화요리점에 들어가서 먹고 또 먹습니다.

 

같은 코로나 시대를 보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좀 흠칫한 부분도 많습니다. 고로상은 용케 마스크를 하고 있지만 중간에 회의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할 땐 너무 자주 벗습니다. 음식점은 명부 작성도 안 하고 큐알 코드도 없고 저래서야 뭐 동선 추적이라도 하겠나 싶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너무나 힘들지만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하기엔 고로상이 들리는 소상공인 가게들은 너무 영업이 잘 됩니다; 하지만 고로상은 그 소상공인들 지원을 해 주는 건지 뭔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먹습니다;;;

 

뭐 어때요, 주변에 코로나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리얼리티는 차고 넘쳤으니 고로상 월드라도 이렇게 예쁘고 건재하게 돌아가는 게 그리 나빠 보이진 않습니다. 고로상은 여전히 고로상이군요. 다음 시즌은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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