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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무슨무슨 리단길 쓰는 건 지칩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전국에 리단길이 넘치는 건 사실이고 설명할 때 편한 건 사실인데;;;

조성진 리사이틀 보러 오늘 경주에 당일치기 여행 다녀왔습니다. 다른 일행은 사상에서 기차 타고 오고, 저는 부산종합터미널에서 버스 탔어요. 그런데 부산-경주가 딱 50분 걸리는 간결한 노선이라 일행에 비해 빨리 내렸습니다. 그래서 뭘 할까 근처 맥도날드에서 디카페인 커피라도 마시고 있을까(거 생각보다 꽤 마실만 합니다)하고 있을 때 점심으로 점찍어놓은 이 집이 열한시에 여는데 대기가 쩐다는 겁니다. 와, 할일 생겼다. 가서 자리 잡아놓자.

터미널에서 료미까지는 900미터도 안 걸립니다만 약간의 사정으로(간단히 말하자면 제가 발 들여놓은 ngo에서 화상회의를 하는데 조성진도 놓칠 수 없고 마침 화상회의가 캐주얼한 거라 잠시 얼굴 비추고 말만 하면 되는 거라 빨리 와이파이 터지는 곳에서 안정적인 공간으로 가야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새마을 금고로 가자고 했더니 '어디 새마을 금고요?'하고 반문하셨습니다. 아 그렇지 경주에 새마을 금고 많지 이런 부산 촌년 같으니... 황리단길을 다시 팔아먹으니 찰떡같이 알아듣고 새마을금고 건너편인 여기 내려주십니다.

야외 자리도 식사 가능합니다. 한데 본관 건물보다 사진에는 잘렸지만 옥외 화장실이 좀 더 멋진 것 같기도;;;

가벼운 일식 일품요리집입니다. 앉아서 화상회의도 끝내고 일행에게 메뉴판을 보내서 선주문도 했습니다. 3인세트에 선택은 고마소바+스테이크덮밥+하와이안 포케 덮밥+후토마키 다섯 피스.

스테이크 덮밥.  고기가 육즙이 아주 풍성하게 제대로였던 데다가 달걀 익힌 정도도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하와이안 포케 덮밥. 하와이에선 아주 흔한 메뉴이고 홍대에서도 볼 수 있는 음식인데요(...) 보시다시피 밥 위에 절인 참치, 날치알, 갖은 야채, 반숙 달걀, 그리고 마요네즈 듬뿍 들어갑니다. 일본+하와이 혼종 음식인데 먹다보면 아주 맛있어요. 최소한 제가 먹던 여의도 IFC 포케 전문점보다는 훨씬 잘하더라구요(근데...그 가게 아직 안 망하고 살아있나?;;;)

마제 소바. 깻잎 페스토가 들어간 게 마치 저희 동네 나유타 카페가 떠오릅니다. 거긴 파스타였지만...암튼. 소바든 파스타 면이든 깻잎 페스토는 고소하고 살짝 쌉쌀한 게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입니다.

그리고 후토 마키 5피스. 일반 김밥보다야 훨씬 크고 일부러 크게 만든 후토마키보다는 작게 생겼습니다(...내가 했지만 설명이 왜 이따위지;;;) 반으로 갈라먹으면 딱 좋은 큼직한 사이즈죠. 마지막에 후토마키 꼬다리 위에 튀김과 포슬한 계란을 얹었는데 아주 맛있어 보였습니다(이건 일행이 먹고 맛있다고 하였음)

세 명이서 이것저것 셰어하기에 딱 좋은 메뉴 구성, 충실한 양에 그럭저럭 합리적인 가격까지 좋았습니다. 황리단길의 인스타맛집에서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특히 근처에 구남친하고 가서 아직도 입맛이 쓴 그곳;;;) 이제 믿을 집 하나가 생겼네요.

그로부터 약 네시간 반 뒤, 조성진 공연을 마치고 좀 특별한 경주빵을 사러 갔습니다.

여기는 우리밀로 빚은 빵인데, 그래서 그런지 먹을 때 속에 부담이 없이 술술 들어갑니다. 그리고 속으로 팥 또는 크림치즈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 저희는 크림치즈 보고 왔으니 크림치즈 샀죠. 프랑스제 끼리 크림치즈만 쓴다고 마크 붙여놨습니다.

일반 경주빵보다 살짝 자그마한 사이즈에 크림치즈가 꽉 들어차 있습니다. 우리밀빵이 살짝 심심하고 담백한 맛인데 시고 단 크림치즈가 방점을 찍어줍니다.

일행이 네 상자나 사길래 뭘 그렇게 많이 하고 속으로 생각했거든요? 근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혼자 한 박스를 다 먹어치웠습니다. 후회스럽네요. 료미는 부산 송정 지점이나 있지 이건 지점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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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동선 : 경주고속버스터미널-황리단길 황남회관-서울커피 황남관점-첨성대-계림-동궁과 월지-대릉원-경주고속버스터미널

일단 저는 경주를 자주 갑니다. 가까우니까요. 엔간한 곳은 다 가봤으며 앞으로도 자주 갈 겁니다. 그래서 간 김에 다 둘러봐야겠다는 부담감은 없고, 날씨 좋고 도보로 경주 구도심에서 슬렁슬렁 반나절에 다니기 좋은 곳만 골라서 갔습니다. 각 잡고 경주를 다 봐야겠다 하는 분은 최소 1박2일, 양동마을 문무대왕릉 등 경주권역까지 보겠다 하는 분들은 2박 3일 잡는 게 좋습니다.

언제나 사랑하는 경주지역 관광지도와 함께 출발합니다.


근데 아침 열한시에 일행과 접선하고 배도 고프고 해서 일찍 점심 먹으려고 황리단길 초입에 있는 황남회관에 들어갔습니다. 메뉴는 한식이고 감성은 인스타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황리단길이 잘 보입니다. 3층 루프탑은 손님이 일정 이상 들어와야 개방하는 거 같더라구요.

시킨 음식은 생야채보리비빔밥(9천원) 육개장(8천원) 김치전(만원) 제주 쌀막걸리(4천원). 제가 시킨 생야채비빔밥은 그냥 음...소화력이 좋은 사람이 먹는 게 좋을 식감이었구요, 육개장이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인데 의외로 제대로, 기본 찬은 꽤 괜찮았습니다. 따뜻한김치전은 어지간히 망하지 않으면 다 맛있죠. 지방 가면 지방 술을 시킨다는 원칙 하에 시킨 경주쌀막걸리는 옛날식 덜 달고 시큼한 막걸리인데 그냥 먹을 만했습니다.

나와서 황리단길을 가로질러 7-8분쯤 걸어 도착한 곳은 서울커피 황남점.


익선동 서울커피 경주 분점인데, 같은 익선동 수제 피자 및 맥주집인 빚짜와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왼쪽은 빚짜, 오른쪽은 서울커피.


1층에서 아이스 커피와 아이스 라떼, 초콜릿 목듬을 주문하고 2층에 올라오면 무덤뷰...좋게 말하자면 능뷰 ㅋㅋㅋ

커피와 초콜릿 모두 꽤 맛있습니다. 마침 이 날이 점심에 꽤 더워서 아이스로 주문했는데 아이스 커피도 괜찮더라구요. 위치나 인테리어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이고(그건 옆집도 비슷)

대릉원 입구 근처에 있는 황리단길 여러 카페나 레스토랑이 요즘 무덤뷰로 유명한데(전 알쓸신잡 경주편에서 김영하 등등이 갔던 모 카페도 점찍어놨었음) 여기가 좀 호젓하면서도 본연의 무덤관광 면에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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