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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술자리 1차로는 밥 먹는 김에 술 먹는 요리주점을 선호하는 편이고, 2차로는 맥주로 입가심할 수 있는 편을 좋아하는 편이라 오뎅바를 자주 가는 편은 아닙니다. 한데 추억팔이를 할 일이 좀 생겨서 합정 쪽에 오뎅바를 찾아보았더니 이 곳이 '대체로' 평이 좋은 편이라 가게 되었습니다. '대체로'라는 말은 호평이 대체로인데, 악평도 좀 있는 편이고 대체로 주인장의 접객 태도를 가지고 얘기하더라구요. 어차피 가게 고를 때 주인장 매너는 그다지 고려 사항이 아니라서 맛만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분으로 골랐습니다.

합정역 5번출구에서 상수 방향으로 가다가 어시장 3대(전형적인 홍대식 요란한 급조 가옥이라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에서 좌회전해서 좀 가다 보면 길 왼편에 빼꼼히 보입니다.

들어가면 자리는 단촐합니다. 길 바라보는 자리 하나, 벽 쪽 자리 하나, 오뎅 다찌 이래서 만석일 때도 최대한 손님 열 명 정도? 처음엔 길 바라보는 자리로 앉았는데 여기기 반지하다보니 길 걷다가 어 이건 뭐야 하고 내려다보는 손님 눈길과 제 얼굴이 계속 마주치는 게 민망해서 면벽 자리로 옮겼습니다.

바닥에는 요런 조명을 쏘고 있구요, 느낌있는 레트로 소품들이 몇 개 있습니다. 대화하다 보니 위를 바라보며 박장대소 또는 실소할 때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소품인 시퍼런 마네킹 토르소와 하도 눈이 자주 마주쳐서 나중에는 정들겠더라능...;

메뉴판은 이렇습니다. 본진인 오뎅탕(16,000원)과 모시조개라면(8,000원) 시켰구요, 술은 사케 한 도꾸리에 산토리 하이볼 인당 두 잔씩. 어쩌다 보니 사진찍을 틈을 놓쳐서 사진은 없습니다. 하긴 비주얼이 그리 중요한 음식은 아닙니다. 오뎅탕은 2차 온 사람들 주요 타겟 답게 양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아참, 비 경남권인데 물떡이 있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목이버섯이 있는 게 포인트. 가게 오픈하자마자 가다시피 한 거라 오뎅이 충분히 불어있지 않은 게 아쉬웠지만 그거야 너무 일찍 온 저희 탓인것 같기도 하고. 모시조개 라면은 은근 칼칼해서 해장으로 인기 끌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머무른 시간은 두 시간 정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는데 특징이 분명해서 사람마다 호불호를 탈 것 같습니다.
-주인장 접객 가지고 좀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두 시간 동안 파악해 보니 그는 낯을 가릴 뿐 딱히 불친절하진 않습니다. 해 달라는 거 다 해주고요. (스지는 재료 수급상 안 되는 거였죠...흑) 대신 주인장이 자주 자리를 비웁니다. 오뎅바 특성상 추가 주문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몇 분 걸리다 보니 아쉽긴 합니다.
-미국 30년대 재즈음악부터 김윤아 솔로까지 종잡을 수 없으나 주인장 취향대로 레트로 음악이 흘러갑니다.
-크게 소리내거나 떠들썩한 분위기가 아닙니다. 대체로 홍대 오뎅바가 술에 꼴아서(...) 매우 떠들썩한 분위기대로 흘러가는 걸 보면 예외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음식은 맛있는 편입니다만 추가 반찬이나 양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오뎅바는 배 채우려고 오는 사람이 없으니께 뭐.
-2차 전용 분위기입니다만 1차부터 자리가 빼곡하게 찹니다. 좁은 곳이다 보니 좀 불편한 감이 느껴질 수도 있고, 그게 오붓하니 좋을 수도 있습니다.
-반지하에서 바깥 도로 보는 취미가 없으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호불호를 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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