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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국내 OTT 웨이브(WAIVV) 오리지널 드라마

러닝 타임: 편당 30~40분 길이 12부작 

공개일: 2021.11.12.

연출: 윤성호 (대표작: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주연: 김성령, 배해선, 백현진, 이학주

트레일러:

https://www.youtube.com/watch?v=lOmO77RWM9s 

*스포 주의* 이 드라마의 주요 플롯인 납치 사건 관련해서는 전 별로 관심도 없고 해서(실은 이 드라마가 납치 사건에 들인 서사를 덜어낼 수록 대중적으로 더 먹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쪽 스포는 없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주 그쪽 얘기를 안 하는 것도 아니라서 암튼 스포 주의.

사실 이 제목 보고 나서 인터넷 밈 좀 안다 싶은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당연히...

이거 아니겠습니까. 한때 이말년씨의 얼빠였던 사람으로서 이 제목 때문에 이 드라마에 낚였다는 건 당연한 일이고, 윤성호 감독의 대표작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움짤 좀 본 사람으로서 B급 블랙코미디 정서가 다 맞지는 않아도 반은 맞겠다 싶었으며, 정치 코미디 장르도 좋아하고, 마침 네 주연 배우들 다 호감이기도 했어요.(여기서 나중에 백현진 캐릭터에 대한 말 때문에 과연 백현진을 좋아하는가 의심스러울 수도 있는데... 좋아합니다 ㅋ)

 

그래서 컨텐츠 정기구독이라는 말만 들어도 '할부 감성팔이하고 있네 ㅋ'하다가 냉큼 낚여서 이 드라마 보려고 정기구독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대략 24시간 내에 12부 완주를 했어요. 

 

다 보고 나서 소감은...어...헛헛 참 좋은데 좋지 않고 객관적인 평이 불가능한 맛있는 불량식품같은 드라마네여 ㅋㅋㅋ

이 혼란스러운 드라마의 관계도는 이러하구요,

시놉시스는 이러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정은'(김성령).
남편인 정치평론가 '성남'(백현진)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려 동분서주하는 1주일 사이 엉뚱하게도 대선 잠룡이 되어간다.
덩달아 대한민국의 정세가 격변하는 모습을 그린 웃프고 리얼한 정치 블랙코미디 드라마

또라마...아니 드라마의 시작 시점은 2021년 초, 진보 정권의 4년 치세 후 임기는 딱 1년이 남았고(기시감 느껴지시죠?;) 2020년을 휩쓸었던 코로나19는 2021년 초에 정복되었지만 여전히 그 존재감을 남기고 각 세력의 헤게모니를 위하여 이용되고 있습니다. 문체부 장관의 어이없는 스캔들로 인한 낙마 후 정무수석(허정도<-저 이 양반 인텔리 전문으로 나올 때마다 미친 듯이 좋아합니다. 최애 배역은 MBC 드라마 '역적'에서의 브레인 땡중;)의 대세 전환용 카드로 80년대 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출신, 야당 초선의원이었으나 먹버;당한 이정은이 파격 인사로 문체부 장관이 됩니다. '후궁처럼 딱 붙어다닌다'는 평을 듣는 수행비서 김수진(이학주-'부부의 세계'의 그 데이트 폭력남요;)을 비롯하여 아무도 그녀가 장관으로서 일을 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장관 부임 후 6개월 동안 숙원 사업이었던 '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각종 폭력 및 부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체육문화인 비리수사처'  줄여서 '체수처' 출범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 '체수처' 첫 삽을 뜨는 자문위원회 출범식에서 예기치 않았던 온갖 악재가 터져나오고, 알고 보니 사격 선수시절처럼 막판 역전과 빠른 임기응변에 강했던 이정은 장관은 개인사를 고백하며 전세를 역전, 전국민의 관심을 받습니다. 이에 더해서 국가적 중책도 맡게 되죠. 이 시점에서, 이 장관의 키링남...아니 진보 평론가 겸 논객 김성남 작가가 납치되는데요...

 

이 드라마의 미칠 듯이 웃기고 또라이같은 점은 '한때는 국민영웅이었고 국회의원이었지만 지금은 야인으로 돌아간' 평범한 이정은의 장관 출세기, '대충 서열에서 밀리고 화제없이 뭍혀있고 싶은데 어째 오는 장관들마다 족족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연일 오르내리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과 만들어내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를 정계입문시켜주고 지금은 정적이라고 할만한 보수야당 4선의원 차정원(배해선)과의 갈등, 그리고 배해선의 보수야당과 극우 목사와의 야합 또는 갈등... 여기까지는 참 재밌습니다. 

 

정치를 다룰 때는 반짝반짝 빛이 나요. 특히 현실의 인물들에게 대본 값 줘야 되겠다 싶을 만큼 현실 정치 대사를 뻔뻔하게 베껴오며 동어반복할 때의 그 쾌감은 참 좋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물들이 각자 역할에서 연기를 참 잘 합니다. 초반 빌런이겠다 싶다가 아웃되신; 서도원 보좌관 있잖아요... 저는 기재부 출신의 야망에 드글드글 찬, 자기도 믿지 못할 감언이설을 뻔뻔하게 늘어놓는 엘리트 공무원의 현신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서열 1위 기재부와 서열 저 아래 문체부 공무원의 그 차이를 구현해 내더라니까요 세상에;;; 이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니;

 

물론 주연 배우들도 참 잘 합니다. 전 연기 폭과 연기력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배해선이나 이학주처럼 자신을 죽이고 능글능글하게 소름끼칠 정도로 배역에 녹아드는 것도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백현진처럼 갱스터 개저-재벌 개저-속물 개저-그리고 이번의 진보 개저처럼 개저 안에서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변화하는 것도 좋아보이고, 김성령처럼 일견 보기엔 연기폭이 좁아보이지만 자신이 소화해낼 작품을 잘 선택하고 그 안에서 잘 구현하는 배우도 좋습니다.

 

메인 배우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김성령이 맡은 이정은도 매력적이고, 배해선이 맡은 차정원도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차정원의 입으로 말한 '쉽게 얻는 여자따윈 없다고 이 나라에선. 이정은이라고 다를 거 같아? 존나 다 견뎠겠지'는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예요. 이정은의 수족인 김수진보다 이정은을 더 잘 이해하는 건 바로 정적인 차정원이라는 거죠. 그리고 여기서 극 마지막의 정반합 단서가 되기도 하구요. 아, 일견 영혼 없어 보이는 공무원인 것 같지만 누구보다 자기 일에 열심이고 인간미 있는 문체부 대변인으로 나오는 신원희 과장도 조연이지만 매우 매력있습니다. 암튼 여캐들의 절대량이 많으면 드라마를 끌어나가기 위해 여캐들이 매력적이 된다는 '왕좌의 게임 여캐' 이론이 여기서도 일부는 맞습니다. (그런데 그 여캐들의 매력도가 세대를 내려가면 왜... 이건 나중에 더 얘기합시다)

 

그렇게 때로는 하이퍼리얼리즘이고 때로는 B급이며, 어쩌다가는 화장실 유머까지(도대체 ***의 유두를 그런 설정을 주는 이유는...아 모르겠다 우리 히치콕 오빠도 화장실 유머 좋아했는데 전 오빠의 화장실 유머까지는 다 못 품겠더라구요) 불사하며 요절복통 굴러가던 드라마는 시간을 뒤로 거슬러서 이정은의 남편, 진보논객 김성남의 '왜 나는 납치가 되었는가' 서사를 무려 두 회 이상 주면서 급격히 루즈해집니다. 거기서도 물론 웃기는 씬은 있긴 합니다.

https://twitter.com/hdeok8/status/1459395782834999303?s=20

세상에 메갈 래퍼한테 한남을 벌쓰로 주고 랩을 하래도 이렇게 한남이 많이 나오진 않겠다 ㅋㅋㅋ

하지만 너무나 많은 부분은 이정은 문체부 장관 때문에 이런저런그런것을 포기당하며(라고 생각하며) 움츠리며 살았던 애잔한 진보개저에게 할애되는 서사는 너무나 길고 디테일합니다. 그것 자체가 풍자의 의미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제 인생에서 만난 진보개저 한남을 세자면 양 손 양 발가락 머리카락 세어야 하는데 굳이 그걸 제가 드라마에서 보야아 합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세계의 조우;쯤으로 설명되는 젊은 세대와의 만남 또한 그러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1분 가량 나오는 엑스트라 이준석 미니미를 제외하자면 젊은 세대들이란 대부분 진보논객 김성남과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없다 못해 혁명 직전의 무산 계급이고, 제도권에서 배운 것이 없으며, 충동적이고 거칠죠. 이 드라마가 그런 젊은 세대들을 다룰 때는 카메라가 굉장히 '설명적'이 됩니다. 한 마디로 재미가 없어요 재미가;;; 실제의 캐릭터가 아니라 어디서 머릿속으로 보고 배운 '관념 속의' 젊은 세대입니다. 이로서 이 드라마의 제작진들이 어느 세대의 어느 계층인가는 너무나 쉽게 드러납니다. 그들이 풍자하고 동족혐오하지만 결국은 속속들이 알고, 끝까지 속할 수 밖에 없는 인텔리 기성세대죠.

 

어쩌다 보니 이 드라마의 영업이 아니라 그 반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 이 드라마를 굉장히 열심히 재밌게 보았고, 시즌 2를 위해서라도 더 잘되길 바랍니다. 이건 이 드라마 자체도 있지만 제가 제 평생을 건 최애 장르-혐관서사와 유사근친이 여기도 나와서 그렇습니다. 보수정당 4선 중진여성의원 빌런 '차정원'과 이정은의 수행비서 '김수진'은 실은 예전에 국회의원-직속 보좌관으로서 할 짓 못할 짓 다 해가며 신나게 살던 사이고 더 거슬러가면 의붓남매 사이거든요.

 

...혐관서사든 유사근친이든 뭐든 혹은 섹텐 좋아하시는 분들 이 드라마의 5편 0:00~3:21까지는 꼭 보셔야 합니다. 이정은과 김수진 사이에서는 섹텐이 별로 없습니다.(딱 한번, 국수처 형사관들이 첫 등장한 자리에서 문에 기대 있는 김수진은 처음으로 불손해 보입니다) 하지만 차정원과 김수진이 붙는 저 씬에서 아 쟤들 자도 제대로 잤겠다(혹은 지금까진 안잤어도 분명히 앞으로는 잘 것이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게 합니다. 특히 저 둘의 **씬은 유료로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네...저는 시즌 2보다도 차정원과 김수진의 스핀오프 '보좌관'을 보고싶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여러분....드라마 보세요...꼭 보세요...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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