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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크레이그 보어스
역자: 박은영
출판사: 윌스타일
국내 출간일: 2019.3.

지난번에 말했듯이 저는 서점에 가서 책 트렌드를 캐묻는 걸 좋아합니다. 한동안 트렌드는 유명 인사의 생애를 여행지에 녹여서 내는 거였는데요(본의 아니게 작년에 니체를 이렇게 다룬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계기는... 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이번에는 유명 인사의 식도락을 레시피로 복각하며 따라가는 책이 나왔습니다. 그 유명인사가 평생 여행을 즐기며 산 여행광에 식도락가에 술쟁이라 이 책은 평전+여행기+식도락+술 평론까지 다 겸해진 책입니다.

아, 이 사람이 언제나 유책 배우자로 아내를 네 번이나 갈아치운 사람이니 이혼과 재혼, 그리고 배우자가 바뀔 때마다 바뀌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책이기도 하겠네요;

목차=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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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헤밍웨이와의 식사 : 야생의 미식 어드벤처

1 어린 시절 : 인생의 맛

2 이탈리아 : 추억 그리고 전쟁

3 프랑스 : 움직이지 않는 축제

4 스페인 : 축제 같은 인생

5 키웨스트와 쿠바 : 멕시코만류의 항해

6 동아프리카와 아이다호 : 어느 사냥꾼의 요리 스케치

7 헤밍웨이의 와인 셀러

8 헤밍웨이의 바

Epilogue 식후의 특별 메뉴 : 착한 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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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무명 시절, 가난할 때부터 여행과 해외생활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저는 워낙에 이 사람을 수퍼 스타 베스트셀러 작가에 노벨상까지 부와 명예를 거머쥔 사람으로 알아 놔서 파리에서 첫번째; 아내와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 아내한테 밥 먹었다고 뻥치고 굶고 터덜터덜 혼자 돌아다니던 시절이나 저렴한 리크(어...서양식 파 같은 겁니다)에 올리브유 무쳐서 한끼 해결하던 시절은 상상도 못 했어요.

아, 물론 그의 가난한 무명 시절은 그의 결혼 생활만큼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만(...)

그의 다양한 여행과 음식, 그리고 사람 경험은 여러 가지 형태로 변주되어 그의 소설과 에세이에 녹아들어갔습니다(여기서야 안 건데 스콧 피츠제럴드가 정말 술버릇 안 좋은 개진상이더라구요;) 그걸 따라들어가면서 배경이 되는 호텔, 레스토랑, 바에 방문해서 뒷얘기를 듣고 레시피를 복각해서 소개합니다. 이미 70-100년전 일이지만 남아 있는 음식점도 있고, 심지어 아직 살아있는 셰프도 있어요.

놀랄만한 건.. 음식 사진이 없습니다. 음식에 대한 헤밍웨이의 깔끔하고 생생한 묘사, 식재료에 대한 설명, 그리고 레시피를 텍스트로만 옮겨 놔서 상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텍스트가 이미지보다 더 상상력에 좋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 양반이 아프리카에서 사냥해 먹었다던 사자 고기 스테이크는 굳이 사진으로 안 봐도 될 거 같습니다;

대신에 헤밍웨이 사진은 정말 별별 게 다 있습니다. 잘 생겼어요. 그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고 여인들도 잘 알고 있었죠. 특히 20 안짝에 이탈리아 전쟁 참전했다가 부상당해서 병상에 누워 해사하게 웃는 사진은 정말 근사하더군요. 뭐 얼굴값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미남이긴 한데 청년 시절의 청신함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술과 고기로 다져진 양산박美가 대신 ㅋㅋㅋ

아참, 이 책은 헤밍웨이 본인의 요리 레시피는 사냥 나갔을 때 캠프 요리를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요리를 좋아하긴 했는데 요리를 하는데는 그만한 열정과 소질은 없었거든요. 네번째 아내가 오만때만 요리를 다 잘하더군요. 심지어 중국 요리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 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읽으면 또 놀러가고 싶고, 먹으러 떠나고 싶어서 그게 문제긴 하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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