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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도 매일 출근해서 감사보고서와 조서 AS 중입니다. 사실 뭐 스탭이 대응해야 할 AS라는 게 기존에 올린 담당 보고서가 심히 잘못되었거나 심히 빼먹은 경우인데 그런 게 아직은 없나봐요(으쓱) 원래 1년차 초보운전이 사고가 적죠. 그리고 점점 안심하면서...(후략)

암튼 출근해서 매일경제신문과 부산일보와 경남신문과 세정신문(...세무사 필수 아이템)을 뒤적거리고 있었는데요,  1면에 제가 아주 재밌어하는 주제가 나온 게 아니겠습니까.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03/316468/

 

[단독] "은행장 문책경고는 금융감독원의 월권" - 매일경제

서울행정법원 결정문 DLF 판매한 은행 CEO 징계 무효화 될 가능성

www.mk.co.kr

저는 이미 독일 국채 연계 파생상품(줄여서 DLF)에 대해서 글을 쓴 바 있습니다.

https://kiel97.tistory.com/entry/%EB%8F%85%EC%9D%BC-%EA%B5%AD%EC%B1%84%EA%B8%88%EB%A6%AC-%EC%97%B0%EA%B3%84-DLS%EC%97%90-%EB%8C%80%ED%95%9C-%EC%BD%94%EB%A9%98%ED%8A%B8?category=761274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에 대한 코멘트

http://m.thebell.co.kr/m/newsview.asp?svccode=00&newskey=201908120100020130001259&page=1&sort=FREE_DTM&searchtxt= 요즘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파생연계증권)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브렉시트와 무역분..

kiel97.tistory.com

그리고 뭔가 모네타 게시판에 상주하는 방구석 여포처럼 '의사결정에 제일 많이 관여한 사람들은 제일 덜 다치고 많이 가져갈 겁니다, 아마도'(아앜...지금 보니 흑염룡이 드글드글해...)라고 달았는데요, 그 마지막 문장과 관련된 얘기예요.

DLF 불완전판매 사건에 대해서는 형사적인 측면(잘못 판 은행에 대한 행정재제)와 민사적인 측면(실제로 입혔다고 인정되는 손해에 대한 은행->투자자 보상)이 있는데요, 이 건은 전자에 대한 얘깁니다. 제 글에서도 썼었는데 애초에 한국 금융가 현실에서는 은행에서, 개인한테 팔아서는 안 되는 상품을 팔게 만든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실패에 대하여 은행장이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냐의 문제죠.

근데 여기서 금융회사와 그 장에 대해서 행정제재를 내려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금융위예요. 그러나 이 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은 금감원이니까 금감원이 법에서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우리은행장에 대해서 중징계 행정제재를 가했습니다. 그리고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연임에 결격 사유가 생기죠.(금융지주회사 파견 당시 쓰잘데기없는 걸 많이 줏어듣게 되었읍니다) 근데 우리은행 은행장님은 25일에 연임을 강행했어요. 오 노빠꾸...그러나 생각없이 한 건 아니예요. '우리은행장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과 '본안소송'을 동시에 걸었습니다. 이게 또 제가 1년 밥벌어먹은 분야인데(...한숨과 신남이 동시에 교차)

기사만으로 판단하자면 우리은행 법무팀은 '금융감독원의 우리은행장 중징계가 과하다/부당하다'가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을 중징계한 게 부당하다'라고 주체를 걸고 넘어지기로 전략을 짠 것 같습니다. 아까 말한 대로 금융위는 금감원에 행정제재를 가할 권한을 부분 위임해뒀는데 법규 조항이 좀 애매모호하거든요.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서 '금감원은 이 건에 대해서 상호저축은행만 제재할 권한이 있으므로 일반은행장 중징계는 부당하다'라는 판결을 내린 듯 합니다. 1심 승소에 따라 중징계 효력은 일시 정지되구요, 우리은행장님은 연임 임기를 이어나가면서 이 시국에 여러가지 행보를 열심히 해나갈 듯 합니다. 금감원도 바보는 아니니까 가처분에 대해서도 2심 항소를 할 거구요, 항소심과 본안소송(가처분은 징계에 대해서 임시로 정지만 시키는 거고, 본안에서는 아예 징계를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에서는 누구 손을 들어줄지 (저만) 흥미진진합니다. 아마 대법원까지 가면 몇년 걸리겠네요. 사실 가처분소송이 빨리 진행되긴 하는데 그래도 제가 처리했던 가처분 소송들(하아)보다 빨리 끝나서 뭔가 뒷배경이 있나?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저는 원래 호기심천국이고 보고서 수정할 건이 아직은 없으니까요.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20&no=272195

 

우리금융 DLF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배경은 - 매경이코노미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은 굳건한 듯했다. 이사회도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의혹 사건 후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손 회장은 금융

news.mk.co.kr

오 존나 (나만) 흥미진진...

정부와 청와대에서 금감원의 이 건 일처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판단 하에 누워서 발뻗을 자리를 아는 우리은행이 전략적으로 처신한 듯 합니다.

아, 저는 개인적 의견으로는 은행장이 그 많은 일을 다 컨트롤할순 없지만 때로는 자기가 몰라서 아주 큰 문제가 된 일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전 금감원에 수시로 털렸던 기관 근무자로서 금감원에 대해서 감정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저는 흐린 눈으로 사무실 유리창 너머 저 멀리 황령산 벚꽃을 바라보며 제가 처리했던 가처분 소송과 본안 소송과 보고서들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아, 저는 법률 전공자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지만 금융기관 상대로 저런 소송이 벌어지면 업무 담당자가 사내 법무팀, 그리고 법무법인을 컨트롤(...하는 건지 당하는 건지;;;)하면서 소송을 계속 대응해야 하거든요.  소장도 참 수십번 첨삭해 봤구요, 판결문 요약하느라 머리도 쥐어뜯어봤고 법정도 참 여러번 가봤습니다. 서초동 법원이 그렇게 낙엽이 이쁘더라구요. 우리은행 의문의 담당자(아마 소비자보호부나 소매금융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화이팅 ;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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