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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하루 내내 비가 오던 날입니다. 그 날 필라테스 강사님이 이만하면 이제 중생들이 이력이 많이 쌓여서 자신의 뜻을 펼쳐도 되겠지 싶었는지 바렐(말 안장처럼 생겨서 그냥 앉아 있기에도 힘이 들어가는 곳입니다) 위에서 무릎 꿇고 스쿼트를 백 번쯤(좀 뻥임) 시켜서 온 몸이 아작난 날이었어요. 그리고 그 몸을 이끌고 병원도 가고, 중간 중간에 AS도 해 주고, 용호동 진주냉면에서 진주냉면도 먹는 스케줄 강행군 끝에 간 곳입니다. 용호동 엘지메트로시티 단지 옆, 바닷가에 있어요.
유람선 선착장으로 쓰던(대략 7년 전 모 회사가 유람선 사업에 진출할 때 한 번 타 본 적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베이가 경매로 넘어가서 새 주인이 된 해성 아트 베이에서 자사 아트 갤러리와 같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오설록 티와 티 포르테 가격대, 그리고 동네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닙니다.

요기가 바다가 바로 보이는 명당 티룸. 예약 전용입니다. 예약을 해서 들어갈 수 있었어요. 두 시 이후에는 비교적 널널하게 쓸 수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아 나 이런 거 봤어 박물관에서.

으음...그 김영삼? 앤초비 프린스?

그리고 몇십억대를 호가한다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진품. 진품 보증서도 있습니다.

예약하고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는 티 룸입니다.

원래는 차 단품+버터 모나카를 먹을까 싶었는데 티 마스터 세트가 괜찮아 보여서 그걸로 시켰습니다.

저 밖으로 나가면 야외도 근사하다던데 그 날은 비가 많이 와서 못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티룸이 한산했으니께.

고급진 메뉴판.

저 안 쪽 끝까지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대체로 분위기는 조용조용하고 느린 편. 좀 빨리 달라고 하면 거기 맞춰 줍니다.

모란 이쁘죠.

으음? 이게 왜 여기?

샤넬 귀고리도 이 좋은 곳에 같이 했습니다. 옷 꼴이 왜 저러냐면 필라테스하고 바로 와서.

웰컴 티로 도화차가 나왔습니다.

향이 은은하고 편안한 맛입니다.

메인 티로 고른 오설록 청귤 차(동행은 세작을 골랐고 만족했습니다)와 티 푸드, 조청 가래떡. 제가 시트러스 감귤 류 이런 데 환장하는데 딱 바라던 정도 맛이라 만족. 가래떡 별로 안 좋아하는데 굽기도 적당하고 조청하고 너무 잘 어울려서 단숨에 먹었습니다.

아, 93억이었군.

이쯤 되면 해성 아트베이 오너의 재력이 궁금해짐. 그리고 이런 걸 손님 앞에 막 내놔도 되남; 마치 이것은 '서양 골동 양과자점'의 깐깐한 손님과 마스터의 대화.
"나같으면 이런 찻잔(명품임)은 손님 앞에 절대 안 내놔요"
"저희 가게는 내놓습니다^^"
...마스터도 재벌 손자였지 참;;;

아무리 판매 표시가 되어 있어도 박수근인데 말이죠...

김환기고요....

천경자고요...

천경자가 걸려 있는 그냥 찻집.

김환기고요 222

이우환입니다.

나혜석 그림은 참 오래간만에 보네요. 인형의 집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지인 집에서 나혜석 세계 여행기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자의식이 굉장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안녕 호박.

김홍도의 흑묘농접도. 고양이와 나비는 장수의 상징이라 아시아에서 즐겨 그리는 소재였댑니다.
어차피 한산하기도 해서 천천히 즐기고 싶었습니다만 제가 너무 필라테스 후유증이 심해서(에구구;) 한 시간 반을 채 못 있고 나왔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천천히 즐기고 싶네요.

그리고 같은 2층의 갤러리 가서 이 전시회를 봤는데...음, 굉장했습니다. 아니 이런 걸... 싶은 걸 줄줄이 소장하고 있더라구요. 6월 30일까지라 다시 못 가는 게 좀 아쉬움. 하지만 용호동은 먼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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