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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으로 콘도에서 제공하는 7천원짜리 전복죽을 먹고 아홉시쯤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이브 리조트의 장점은 : 통나무산장 분위기가 좀 그럴싸하고 여름에 오면 수영장이 괜찮다

단점은 : 와이파이가 약하고 전복죽에 전복이 거의 없다

가 되겠습니다.

 

2일차 계획 동선:이중섭미술관-방주교회-본태박물관-오설록티뮤지엄-사려니숲길

2일차 실제 동선: 방주교회-본태박물관-이중섭미술관-올레시장-함덕해수욕장-관곶-닭머르

 

2일차부터 본격적으로 계획과 틀어지게 되는데요, 이건 1.이중섭미술관이 예약제로 운영되는 점 2.비가 들이칠 거라 예상했지만 오전에 꽤 맑고 청명하다 점심부터 흐리고 바람 들이치는 날씨, 이 두 개 탓이 큽니다. 앞에 이중섭미술관 얘기를 좀 해 보자면 2일차 아침에 알아보니 이중섭 미술관이 9:30부터 1시간 단위로 30명만 받는 예약제인데, 이미 9:30 예약이 다 차 있어서 10:30 예약을 해야겠더라구요. 하지만 이미 성질이 급한 한국인+경상도민인 가족들은 이미 여덟시 반에 나갈 준비를 거의 다 했더라구요. 그러니 이중섭 미술관과 방주교회-본태박물관을 바꾸면 동선이 잘 맞습니다.

방주교회는 리조트에서 얼마 가지 않아 산 중턱에 있습니다. 

 

 

물 위에 방주같은 길다란 몸체가 떠 있는 것이 전 전 직장의 본사가 잠시 떠올랐습니다.

 

 

예배실.

 

 

산책을 해도 대략 10~15분입니다. 이미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본태 박물관은 10시 오픈 직전이라...

 

 

여기 왜 데리고 왔냐는 가족의 물음에 '세계 건축계의 거장 일본인'을 들먹여가며 정당화해 보았습니다.

 

 

호젓하니 산책하긴 좋습니다.

이중섭미술관은 서귀포 시내에 있습니다. 후술할 올레시장과도 이중섭거리가 맞닿아 있고, 어제 갔던 생태공원쪽하고도 예술가의 길로 관련이 있어요.

10:30 제때 맞춰서 잘 도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중섭의 중요 컬렉션은 북한 아니면 리움에 있고, 이곳에는 아내가 기중한 그의 팔레트나 지인들의 추억담들, 그리고 지인 예술가들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이곳의 의미는 이중섭의 처절한 작품세계 근저에 있던 그의 개인사와 예술사를 잘 알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박완서의 '나목'을 읽어 봅시다(피폐물임)

 

 

왜 이중섭 미술관에 와서 이응노의 해녀들을 찍었냐면, 제일 인상에 남아서요(...)

 

 

이중섭 거리는 소문대로 꽃이 만발해서 참 이쁩니다.

 

 

여기는 이중섭이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제주에 머무르던 셋집.

 

 

실제 살던 공간은 구석의 1.3평짜리 재래식 부엌과 1.4평짜리 방, 좁은 공간이 다입니다.

이렇게 오전을 보내고, 불과 5분 거리 너머에 있는 제주 올레 시장에 갔습니다. 젊은이들 취향으로 변질된 시장이지만, 그래서 주전부리 먹고 배채우기엔 좋았습니다.

 

 

요기가 꽤 유명해서 줄을 서더라구요.

 

 

웃는 돼지였는데... 망가진 삐에로가 되어 버렸어 ㅠㅠ

 

 

뭐 어쨌든 맛은 육즙 넘치는 돈까스 맛입니다.

그리고 오전까지 그럭저럭 좋았던 날씨 때문에 오설록에 가서 앉아있기 보다는 어디 해수욕장이라도 가는 게 가족들 취향에는 맞겠다 싶어서(실은 오설록 가격에 기함할 2촌 때문에) 2년 전에 오고 감명깊었던 함덕 해수욕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거기서 예쁜 물 색과 풍광에 정신 못 차리면 델 문도로 자연스럽게 이끈다는 계획이었는데...

 

 

서귀포에서 함덕으로 오는 그 한 시간 동안, 날씨는 정말 무자비하게 으슬으슬 춥고 비오기 직전. 델 문도는 거센 물살에 휩쓸리기 직전의 모습이었습니다(...그러나 기막히게 휩쓸리진 않는단 말야... 정말 현대 건축의 신비 델 문도;;;)

그리하여 2촌의 친구가 하는 펜션에 가서 1층 카페에 앉아...

 

 

요런 와인 안주와....

 

 

펜션 여주인이 직접 만든 치즈케익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번 거칠어진 날씨는 진정되기 힘들었습니다. 여기 관곶은 官이라는 명칭에 맞게 제주도에 귀양온 사람들이 여기서 배로 도착한 후 신고를 하고 제주 관아로 이송되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날씨가 좋으면 예쁘련만 이런 날씨에는 살풍경함에 귀양다리들이 떨었을 법 합니다.

아참, 함덕의 펜션 주인장들 말로는요, 제주도 남부권(서귀포, 중문단지 등)과 북부권(제주시, 함덕, 세화 등)이 평균 2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18일 저희는 서귀포에서 천혜의 맑은 날씨를 만끽했습니다만 같은 시각에 함덕은 좀 으시시했다네요.

동선 참 잘 짰어...(...)

 

 

닭의 머리를 닮았다고 닭머르라 명명된 곳. 여기도 날씨가 좋았으면...웅앵...이하동문.

그리고 일행은 촘촘한 일정과 싸한 날씨에 질려, 사려니숲길은 패스한 채 이마트 제주점에서 와인과 각종 먹을 거리를 사들고 한화리조트로 들어갔습니다.

 

 

한화리조트 거실 뷰. 통창은 역시 좋은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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