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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길게 쓸 테니까 요약부터 먼저 쓰고 시작합니다.

-한국형 파이어족은 은퇴 전 목표금액은 적게 잡고 부동산값 상승, 주식 상승 등 자본 차익 의존도가 높다

-이는 호황기에는 가능하지만 불황기에는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다

-은퇴 전 목표금액을 충분히 확보하고, 1년마다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 

제가 좋아하는 송은이 선생의 짤로(정작 이분의 얘기는 프리랜서 시절에 1년간 순수익이 0이던 시절도 있었다는 얘기지만)

 

제가 구구회사를 딱 5년 전에 퇴사했었는데요, 당시에 건강이 요단강 건너기 직전이라 최악의 가능성으로 파이어족도 염두에 두고 목표 금액 점검을 하고 그 후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던 시절이 2년 반,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있던 시절이 2년 반이었으니 파이어족에 입을 좀 대도 댈 만한 처지에 있습니다.

 

목표 자금이란 조기 은퇴를 하기 전에 최소한 필요로 하는 금액을 의미합니다. 이 금액은 개인의 연 생활비와 목표 수익률에 따라 달라집니다. “파이어족이 온다”라는 책을 쓴 미국의 스콧 리킨스는 은퇴 후 삶을 위해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하고 연 생활비의 25배(연 수익률 4%의 역수)를 모으면 경제적인 자유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1년에 평균적으로 4천만 원을 쓴다면 최소 25배, 약 10억 원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한국형 파이어족들은 이보다 훨씬 적은 은퇴 자금으로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상당 부분 당시의 주택 시장과 금융 시장 호황 때문이었는데요. 은퇴 후 자금을 전세와 주택 자금 대출 등의 레버리지를 이용해 여러 배로 굴리고, 단기에 자본 차익을 남기면(즉, 연 수익률을 높게 잡으면) 훨씬 적은 은퇴 자금으로도 연 생활비를 충분히 댈 수 있었죠.

 

문제는 경기는 순환하여 호황 끝에는 불황이 오며, 점점 더 심해지는 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불황의 충격이 더 커지고,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코로나 시대의 미친 듯한 유동성 공급 등으로 온 자산 하락세 여파는 생각보다 더 컸습니다. 이럴 경우 고정 수입은 없고, 연 생활비를 꺼내 쓰려면 자신의 자산을 손해를 보고서라도 일부 팔아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저만 해도 생활 자금의 일부는 리츠나 채권 등 고정 수입이 있는 자산에서 꺼내 쓰고, 일부는 랩이나 사모펀드 등 여러가지 3년 이상 만기의 간접 투자 자산에 각각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가입해서 1년마다 만기가 돌아오게 해서 만기 자금 중 일부를 꺼내 쓰고 재투자를 하고 있었는데요, 작년의 경우에는 일부 투자 상품이 목표 수익률을 채우지 못하자 만기가 연장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다행인지 뭔지 저는 재작년 가을부터 수입이 들어오는 사업을 시작해서 얼렁뚱땅 충당할 구석이 생겼지만요.

 

요는 이겁니다. 한국형 파이어족이라는 건 어쩌면 한국의 자산호황 시기가 영원히 계속된다는 비합리적인 가정에 상당 부분 기댄 것입니다. 따라서 불황에 견디기 위해서는

- 애초에 목표 자금을 합리적으로 높게 잡고 은퇴 시기를 미루든가

- 목표 생활비를 더 낮게 잡아서 견디든가

- 리츠나 채권, 배당형 ETF 등 고정 금융수입이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 비중을 어느 정도 잡아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불황이 오면 리츠나 채권, ETF의 가격이 하락해서 수입은 대체로 평준하게 발생하지만 자산 자체는 원금 손실로 제 때 못 파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저만 해도 독일의 리츠가...(흑)

 

요즘 유튜브나 출판 업계 등 트렌드에 민감하던 미디어에서 파이어족 콘텐츠가 눈에 띄게 급감한 걸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습니다. 역시 사람은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살아야 합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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