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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낮 12시~1시 사이에 CFA education comitee 주최, 최배근 교수님 강의, zoom으로 행해진 런치 웨비나입니다. 저는 여기 주최 웨비나를 취향에 맞으면 종종 즐겨듣는데(최근에 들은 건 '한국에서 와인 경매의 현실과 가격 전망'이었음) 제 웨비나 취미를 아는 지인이 물어보더군요. '야, 근데 런치 웨비나면 뭐 먹을 거 주냐?'


...갑자기 zoom으로 성스러운 빵이 물질화하여 건네지며 오병이어의 기적이 2020년 말에 펼쳐지는 게 상상이 됐는데 아직 현대기술은 거기까진 못 미친 모양입니다. 또 모르죠. 언젠간 가능해질지. 오늘은 별 프로모션에 낚여서 스타벅스 치킨 바베큐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암튼 오늘의 세미나 주제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현황과 전망 확인'이었는데요, 연말이다 보니 대충 저는 '2020년 한국 경제 리뷰와 2021년 한국 경제 전망'을 복잡한 숫자와 함께 성장률, 섹터별로 다루는 뭐 그런 경제연구소류 컨텐츠를 기대했었습니다...만, 좀 더 추상적인 거였습니다. 샌드위치 이론의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랄까요.

복습을 해야 내용의 일부라도 머리에 남으니 간략히 요약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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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현실은 '새로운 처음'(그걸 블랙 스완이라고도 하지요. 근데 요즘은 블랙 스완이 하도 자주 나타나서 이제 백조는 걍 까맣다고 적응하는 게 나을지도;ㅁ;)형 충격이 점점 빈번해지는데 이를 과거의 방식으로 대응하다 보니 나타나는 엇박자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부터 먼저 얘기해보자면, 미국 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뭔 소린지 좀 더 풀어서 써보자면,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경제를 일종의 '악마화'라고 규정지으며 자신의 행정부는 경제를 'dignity'있게 살려보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우선, 추가로 최소 3조 5천달러~7조달러는 투입해야 하는데 급속히 늘어난 미국의 GDP/국가부채 규모(여기서 일본이 나오는 건가;;;)나 재정상태를 볼 때 이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그리고 그 돈을 투입해 봤자 그 돈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만 가고 실물경제로는 가지 않습니다. 이미 미국의 화폐유통속도는 고점 대비 47% 하락해서 돈이 돌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국가별 화폐유통속도는 일본이 제일 느리고, 한국도 일본보다는 높지만 상당히 느려진 상태입니다.

이렇게 극적인 양적 완화와 이자율 인하를 단행하다 보니 미국에서도 좀비 기업이 늘었습니다. 돈을 투입해도 생산성증가율이나 성장율로 응답하지 않고 이자 지급할 돈도 못 버는 거죠. 하지만 늘어난 좀비 기업을 정리하지 않는 한은 금융완화 지속-좀비 증가의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노동생산성입니다. 교수님은 바이든 당선인의 제조업 일자리 500만개 만들기 구호는 환상이고,  최대 76만개 정도만 가능하다고 단언하시더군요. 이유는 2000년 이후 전통적 제조업이 몰락해서 제조업의 일자리가 급감했습니다. 이는 러스트 벨트 등 전통적 제조산업에 기반한 중산층의 몰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중년 일자리가 없다고 청년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면, 현재는 기업가치와 고용규모 간 상관성이 완전히 깨졌기 때문입니다. GE가 몰락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구조조정했지만, 애플이나 아마존에 비해 여전히 고용창출도는 더 큽니다. 새로운 기업에서는 전통적인 제조업처럼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고, 교육수준과 생산성 관계도 깨졌습니다. 뭔 얘기냐면, 여전히 대학에서는 제조업을 위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르쳐서 대졸자들을 배출하는데,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그렇게 배출된 대졸자들을 원치 않고, 오히려 사내 대학으로 바로 가르쳐서 현장에서 배우게 하는 걸 선호합니다. 그래서 공급자(대졸자)와 수요자(디지털 기업)의 비대칭성이 심화되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불거지는 거죠. 이미 미국 대학생의 평균 부채는 인당 4만달러를 상회하며, 성년이 된 후에도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52%나 됩니다.(일본의 파라사이토 싱글-이 생각나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생태계 쪽에서도 정체의 시그널이 오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기업 단계론에 따르면
GE형 기업(전통적 제조업)-야후형 기업(유료형 포털)-구글형 기업(플랫폼)-블록체인 기업-솔루션 제공 기업 요런 식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플랫폼형 기업의 전형인 애플과 구글이 최근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주가 관리를 위해 차입을 통해 투자가 아닌 자사주 매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혁신이 멈춰가고 있다는 거죠.

자, 여기까지가 현상 분석이고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판데믹으로 디지털 생태계는 더욱 더 비중이 커질 것이고 여러 가치를 연결해주는 블록체인형 기업과 솔루션형 기업으로 나아갈 터인데, 한국은 여전히 GE형 기업, 그러니까 전통적 제조업 모형에 천착해 있습니다. 애플이 앱스토어로 부가가치를 내고 있을 때, 삼성은 스마트폰에서 킬러 콘텐츠를 내지 못하고 있고("빅스비 그거 누가 씁니까?" 제가 쓰는데요...그거 은근 재밌;;;) 제조 기업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부의 산업 개혁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했지만 공무원들이 패러다임이나 개혁 방향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_-;;;

제언으로는 런치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급 진행된 감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80년대 이후생들이 차후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이며, 한국에서도 일에 대해서 의무가 아닌 흥미를 가지고 연결하고 협력, 소통하는 데 중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혁신을 통한 성장 산업체계 다양화 및 산업구조 업그레이드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셨고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데이터 업그레이드(정부의 무료 데이터 공유 정책은 꽤 괜찮습니다) 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거 등을 말씀하셨는데 전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잠시 짜게 식었;;;

한시간 강의 잘 들었습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이야 각 기관에서 다 내놨고 요약본 좀 보면 되죠. 그나저나 80년대 이후 생들이 주역이라는데 으흑 불쌍한 우리 X세대...그래도 꾸역꾸역 적응하는 게 기특한데 결국 끼여가다 끝나겠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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