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2월 22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지상 최대의 오페라 갈라'(너무 웅장한 거 아니냐;)에 다녀왔습니다. 
세빌라이의 이발사-리골레토-토스카-카르멘 이렇게 유명 오페라 네 개를 각각 30분간 갈라쇼로 하는 형식이었구요, 국내외 유명 오페라 가수들이 출연했는데 저는 이 ↓ 분 때문에 갔습니다. 네 역시 공연은 잿밥이죠...

좋은 미사여구는 한번 더 보고 넘어갑시다. '무게감 있는 소리와 정교한 음악성을 갖춘 이 시대가 원하는 친 대중 바리톤' 캬...승뽕 찬다...

지최오갈(맘대로 줄임)1부
승민이 피가로함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재주꾼 아리아 드림즈컴트루
와인색 벨벳 타이트한 의상에 장화가 참 섹시했음요
로지나와 2중창할때 능글미 작렬 텐션있어서 좋았음
아니 근데 리골레토와 질다가 연기를 너무 살벌하게 잘함

지금 갈라쇼 1부 끝나고 인터미션 중이구요 1부에 세비야의 이발사/리골레토 일케 했습니다 희극 비극 단짠단짠 섞는 구성인데 좋군요

1부 시작에서 각 오페라 뒷얘기와 줄거리를 얘기해줘서 좋았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가 원래 다른 작곡가인 파이지엘로가 완성해서 공연까지 하던 건데 로시니가 아 이건 되는 주식이다 해서 이름만 슬쩍 바꾸고 공연해서(제가 로시니를 좋아하지만...어우 상도덕 버리고;) 초연때는 파이지엘로 팬들이 소란부리고 해서(그럴 만도...근데 몇백년 전에도 팬싸움은 한결같;) 망했는데 파이지엘로 죽은 다음 로시니가 피가로의 결혼으로 도로 올려서; 그때부터 빅히트했단 얘기였습니다.

제가 오늘 간당간당하게 와서 승민이가 피가로한다는 정보 말고는 몰랐는데 아 그거 해주면 좋겠다 소원만 빌었던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재주꾼' 아리아를 드디어 들었습니다ㅠㅠ 아 보람차다
저는 김주택님 버전을 참 좋아합니다
https://youtu.be/qovJV2cSr6I?si=gvzLglNkj3b6Ph68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재주꾼 아리아
=피가로 원맨쇼
승민이는 패기만만하고 젊은 피가로 버전으로 선보였습니다 익살맞고 능글할 때 강점을 보이는 본체 표정(눈썹에 또다른 자아), 그리고 그 난감할 때 나오는 하소연하는 듯한 표정 있잖아요... 잘 구경했습니다

승민이가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재주꾼 아리아를 부르다가(그는 리드미컬하고 가사 많은 곡에는 정말 찰떡임) 그 우다다 가사를 하면서도 여유만만하게 ㄱㄴ춤을...(그 세대 절대 아닌데) 다들 빵터짐



여튼 전 하필이면 오페라 볼 때 피가로의 결혼-세비야의 이발사 이렇게 역순으로 봐서 알마비바 백작에 대해 아주 안 좋은 선입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백작이 사랑의 아리아를 불러도 ㅅㄲ야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러고 로지나가 상큼발랄앙큼하게 나와도 아니 저런 아가씨를  나쁜놈아하고 욕하고 혼자 난리났음

실은 전 피가로의 결혼을 더 좋아합니다 사랑이 이뤄지는 것보다 사랑이 퇴색되고 망하는 스토리가 더 취향임 ㅋㅋㅋ 여튼 알마비바 백작이나 로지나보다는 피가로 캐릭이 두 오페라에서 거의 일관된 거 같아요.

그래서 승민이 두번째 곡인 로지나와의 이중창 보고도(피가로가 로지나와 백작 사이 이어주는 비즈니스 매파, 로지나를 살짝 앙큼하다고 생각함) 뭐야 둘이 케미 좋네 했어요
능글(인데 사실 누님 손바닥 위) 연하남과 상냥정숙반전 누님 좋잖아요
하지만 그녀는 피가로보다는 케루비노 취향이었던 걸로...알고 계십니까 피가로 3부작의 제3부에서 백작부인은 리벤지 매치로 케루비노와 본격적으로 바람이 납니다...ㄷㄷㄷ


그래서 아 좋은 관람이었다 이제 좀 널널하게 봐야지(추운 날씨는 대개 그러하듯이 실내 히터를 너무 틀어서 너무 건조한 공기에 눈알 빠지기 직전이었음) 했는데 아니 1부 두 번째 갈라 리골레토에서 리골레토 역 바리톤 박정민님과 질다 역의 유성녀님이 너무 연기를 살벌하게 잘하셨...

굳이 다른 갈라나 역하고 비교하려는 건 아니구요, 원래 오페라 갈라는 원 오페라에 비해서 힘을 빼고 좀 가볍게 하잖아요, 근데 박정민님이 리골레토 분장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비틀거리며 등장할 때부터 얼어붙었습니다. 그는 완전 리골레토에 빙의해서 곡 다 끝나고 관객들이 안 볼 때, 퇴장해서 문 안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너무 리골레토였음...ㄷㄷㄷ(장르가 다르긴 한데 이번 달 초에 제가 봤던 작창가 프로젝트에서 이소연님 혼자 살벌하게 창극 본편 찍으셨던 거 떠올랐음)

 

그리고 유일하게 리골레토가 오페라 기승전결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갈라 곡을 배치했는데(아무래도 다른 갈라는 나오는 가수들이 고르게 나오게 안배한다거나 유명 곡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음) 그래서 모든 곡에서 고통받는 질다 역의 유성녀님 너무 고생하셨음... 완급조절 너무 잘 하심.

 

인터미션 20분하고 토스카로 넘어가봅시다.

실은 전 토스카를 이 네 오페라 중 제일 안 좋아하는데다가 복흑 스카르피아 최애라 남주(성의없어서 이름도 못 외움)와 토스카의 사랑 각축전 아리아는 그냥 흰눈뜨고 봤구요, 토스카 손에 스카르피아가 칼 맞는 장면이 안 나와서 좀 상심함.

 

그 다음은 카르멘. 캬... 모든 곡이 히트 넘버인 최고의 대중 오페라 카르멘...

하바네라는 정석대로 팜므파탈 카르멘(메조소프라노 송윤진님 존멋 다카라즈카 남주 역도 잘하실 듯<-;;;)과 그녀를 갈구하고 욕망하는 합창단의 끈적하고 더티한 텐션이 참 좋았는데요 동큐쌤 생각이 나더라구요 저걸 혼자서 옴므파탈로 참 잘 말아주셨구나 역시 월클 카테 사랑해요(난 왜 동큐쌤 플로우만 되면 마무리가 이상해지지; 이게 바로 사랑인가)

카르멘 좋았어요. 좋았는데 카르멘하고 돈 호세 케미가 덜 살아서 쫌 아쉽. 하긴 돈 호세랑 카르멘은 극 중에서 오래 사랑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좋았던 시절보다 돈 호세가 질척이고 카르멘이 정뚝떨 극혐하는 시간이 더 기네요.

 

여튼 이렇게 다 끝났구요. 커튼콜. 처음엔 어린이합창단과 오페라합창단이 나와서 인사하고 그 다음은 각 갈라의 주역들이 차례차례 등장해서 한꺼번에 인사함. 

커튼콜 승민이는 연습 스케줄에 마음이 급했을 텐데도 다른 팀들 인사에 하나하나 귀기울이고(가끔 ??할 때 귀여웠) 진심으로 박수치는 모습이 참 이뻤습니다
성악가답게 평소엔 자세가 참 곧은데 어젠 살짝 배 앞으로 뺀 것도 귀여웠어요(니가 뭔들;)

 

아 그리고 공연 다 끝난 다음 얼굴이나 멀찍이서 보자고 기다렸는데 다른 싱어들 다 나오시고도 한참 안 나와서 휘휘 둘러봤는데 뭐야 승민이가  이상한 방향에서 나와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인데 쓸데없이 너무 잘생김 ㅋㅋㅋ 내일 팬미 연습에 늦었다며 다정다정 인사하며 갔어요. 짧은 시간에 감사와 팬미와 다음에는 더 멋진 모습 보여주겠다는 알짜 메시지는 다 전하고 감. 역시 영리한 아이.

그리고 그는 늦은 시간에 연습하고는 비스테이지에 사진까지 올려줬군요...역시 효자 복복복.

-오페라 후기라고 하기도 부끄릅다 끗-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