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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랜드-"당신이 웃어넘긴 야동의 실체" |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오늘 서점에 갔다가 "아들 가진 엄마라면 꼭 봐야 하는 책"이라고 마케팅하고 있는 이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출간일(2월) 보면 아시겠지만, 신간이긴 하지만 n번방이 대중 입에 오르내리기(...물론 알 사람들은 알고 있었지만;) 전에 출간된 서적이고, 열다북스에서 페미니즘 총서 시리즈 일환으로 낸 다섯번째 책입니다. 미국 여성학자들, 그리고 한국 여성학자들 추천사가 엄청 길어요.

최근 사건으로 관심이 있던 차라 가볍게 집어들었는데 여러번 구역질이 나서 덮었다가 다시 읽다가를 반복했음. 저는 인터넷 하드 유저라 멘탈이 튼튼하고, 성인물에 대해서도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뭐 딱히 엽기를 찾아보진 않습니다만 인터넷 고인물이다 보니 이런거 저런거 봐서 둔하긴 하죠) 멘탈이 바사삭해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하드 포르노 업계에 대해서 20여년이나 연구하고 경고를 날리고 있는 작가 게일 다인스(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함)의 멘탈...괜찮으십니까...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머리말
들어가며 포르노와 성 산업화
1장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허슬러』 - 포르노 산업의 포석을 놓다
2장 포르노 문화는 어디에서 왔나 - 포르노의 주류화
3장 뒷골목에서 월스트리트로 - 포르노라는 거대 비즈니스
4장 곤조로 길들이기 - 포르노 문화에서 남자 되기
5장 새어 나오는 이미지 - 포르노는 어떻게 남자의 삶에 스며드는가
6장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 포르노 문화에서 여자로 성장한다는 것
7장 인종과 섹스, 섹스와 인종주의 - 포르노의 짙은 이면
8장 아동 - 최후의 금기
결론

발췌문은 다음과 같아.(인터넷 서점 제공 발췌문이라 저작권엔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하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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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의 세계에서 여자는 임신, 성전파성 질환(STD), 신체 손상에 대해 그 어떤 걱정도 하지 않으며 '보지년, 창녀, 정액받이, 걸레, 암캐, 꼴리는 년, 오나홀, 질질 싸는 년, 골빈 년' 등의 호칭에 놀라울 정도로 면역되어 있다. 이들은 파트너(들)가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불결한 것으로 ('더러운 보지년,' '추잡한 창녀,' '난잡한 정액받이' 등) 여겨도 불편하지 않아 보이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그런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야동의 세계에 사는 여자는 자신에게 경멸과 혐오만을 표출하는 남자와의 섹스를 진심으로 즐기는 듯하며, 대개는 그 모욕이 심하면 심할수록 당사자 모두가 더욱더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끼는 듯하다. 이곳은 여성에게 동일 임금, 의료 및 보육 서비스, 은퇴 후 계획, 자녀를 위한 양질의 교육, 안전한 주거 환경 같은 건 필요치 않은 단순한 세계다. 이 세계는 일차원적 여성, 구멍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 여자들로 가득하다.
포르노가 전달하는 남자에 관한 메시지는 사실 훨씬 단순하다. 포르노 속 남자는 영혼도, 감정도, 도덕 관념도 없이 발기한 음경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명 유지 체계로,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여자를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 이 남자들은 섹스 상대인 여자가 얼마나 불편해하든, 고통스러워하든 신경 쓰지 않으며 어떠한 공감이나 존중,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 야동의 세계에 사는 남자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를 꼽자면 성적 흥분을 표출하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음경은 곧추서 있지만, 이들은 흔히 우리가 성적 흥분과 결부하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 남자들이 신음하거나, 끙끙대거나, 몸을 뒤트는 유일한 순간은 사정하기 직전뿐이다. 그 외 순간에는 자신의 음경을 여자의 구멍 안에 절도있게 밀어 넣으며 심각하게 집중하는 표정을 짓는 게 전부다. 정도가 지나쳐 기괴해 보일 때도 있다. 특히 구강성교 장면에서, 무표정의 남자가 여자가 구역질할 정도로 음경을 입에 깊숙이 밀어 넣는데, 오르가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쪽은 여자뿐인 것이다. 게다가 남자가 사정해야 모든 게 다 끝이 난다. 물론 자기가 사정한 여자에게 관계 후 애정표현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여자는 '걸레' 로봇으로, 남자는 '종마' 로봇으로 전락하는 이 세계에서, 애정에 기반한 섹스가 있을 리 만무하다. 포르노 섹스의 핵심은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런 행위와 연관 짓는 기분과 감정-유대감, 공감, 상냥함, 배려, 애정-은 혐오와 더 흔히 연관되는 것들-공포, 반감, 분노, 경멸, 멸시-로 대체된다. 포르노에서 남자는 혐오를 나눈다. 섹스가 매번 폄하를 최대치로 전달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남자가 음경을 여자의 입에 밀어 넣어 숨을 못 쉬게 하든, 항문을 세게 연타해 빨갛게 드러나게 하든, 포르노 섹스의 목적은 남자가 여자에게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며, 이는 행위의 속도와 타이밍, 본질을 결정하는 사람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포르노의 이미지가 점점 더 주류 대중문화로 흘러 들어오면서, 포르노 산업은 그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더욱 성장하고 있다. 포르노는 각기 독립적인 감독, 배우, 제작자의 창조성과 재기발랄함을 가능케 하는 전위적 '예술 양식'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특수한 자본의 논리에 맞춰 상품을 진화시키는 비즈니스로서 이해해야 한다. 게다가 이 분야는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 아래에 놓인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포르노는 정치인 로비와 고액의 법적 분쟁, 홍보와 선전을 이용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게 가능한 비즈니스다. 담배 산업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소비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비즈니스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교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할 능력을 점점 더 갖추어, 소비자에게 상품을 더 많이 들이밀 뿐 아니라 업계 이미지 자체를 긍정적으로 비추려 하고 있다. 주류 산업으로서 포르노 비즈니스는 단순히 상품을 구성하고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품이 팔릴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한다. 기술, 사업 모델, 열광하는 소비자, 순응적인 배우, 관대한 법규, 포르노가 힘키우기와 해방의 정점이라고 주장하는 이데올로기까지. 포르노가 얼마나 주류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중요한 징후는, 포르노가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비-포르노 대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포르노가 강간에 개입하는 방식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포르노를 이용하는 모든 남자가 강간을 저지르는 건 분명 아니지만, 포르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상화하고, 합리화하고, 묵인함으로써 일부 페미니스트가 '강간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미지들은 폭력과 학대로 가득한 섹스를 당사자 모두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는 '섹시'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포르노의 메시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정상적이며 용인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사회의 규범을 갉아먹는데, 사실 이 규범은 남성지배적 사회에서 이미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된 이미지 대다수가 여자에게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신체 온전성이나 영역, 경계가 없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들 이미지는 총체적으로 작용해 그러한 경계선을 넘는 행위를 여자가 원하고 즐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포르노가 그 이용자에게 전파하는 다양한 강간 신화 중 일부이다. 포르노에는 다른 수많은 신화가 내재해 있는데, 모두 성폭력을 폭력의 행위가 아니라 합의에 기반한 행위로 묘사하는 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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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즘 포르노에 대해서 모르는, 특히 여성들이 '야동'이라고 귀엽게 부르는 그 세계가 적당히 음부 보여주고 섹스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성의 물리적, 위생적 한계를 시험하는 하드 포르노-업계 용어로 '곤조 포르노'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줌. 요즘 이 업계에서 유행하는 게 ATM이라는 게 있는데, 여성의 애널에서 바로 꺼낸 성기를 여성이 구강성교하는 장르입니다. (아 솔직히 저도 더블 페넌트레이션;-질과 항문에 동시 삽입하는 겁니다;-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 상상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그 장르에 대한 유료 사이트 남성 유저들의 환호, 그리고 여성에 대한 모욕(암캐, 정액받이 정도는 아주 인사 수준임), 멸시, 그리고 대상화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 놀랍게도 이게 주류이고 하드 포르노를 처음 접하는 미국 평균 남성 연령 11.5세.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모르는 여성도 포르노의 최전선에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남자친구가 항문 성교, 얼굴에 정액발사, 각종 가학적 행위를 요구할 때 여성은 저항하고 협상하고 단념한다' 저도 예전에 들은 얘긴데, 린다 러블레이스가 '목구멍 깊숙히'를 찍을 몇십년 전에는 구강성교가 성매매에서나 이뤄지는 행위였지만 지금은 꽤나 보편화되었죠. 그리고 지금은 항문성교가 그 수순을 밟기 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중문화가 이미 포르노의 영향을 꽤나 받아서 우리가 포르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도 포르노식 세계관, 여성관의 영향을 받은 게 꽤나 많습니다.

백인 남성 환타지에서 아시아 여성이 빠질 수는 없지요. '수동적이고 순종적이고 백인 남성과의 섹스를 갈망하는 신비로운 창녀' 이미지를 태국과 필리핀에서 납치된 여성들이 몸 망가지면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불법으로 입국한 거라 디지털 포주들이 풀어주느니 그냥 죽여버릴 정도의 인권 사각지대에 있어요. 거기다가 아시안 판타지 때문에 소아성애적인 이미지까지 덧씌워져 있어요(소녀처럼 질이 좁고 잘 조이는...네;;;). 흑인 여성들은 '튼튼하고 거세고 순종적이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몸값이 후려쳐지고, '거센 여자를 순종적이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판타지에 이용당합니다.

쓰면서 현타가 점점 오고 있다...제일 구역질나는 부분, 소아성애 부분이 남았네요. 이 장르도 매우 인기가 좋고 매우 하드한 장르. 물론 여아 몸을 훼손하고 학대하는 장르도 있지만, '꽃피우기' 장르라고 성인 남성이 여아를 부드럽게 대하면서 '합의하에' 섹스하는 것처럼 연출하는 장르도 있어요. 그런데 이게 위험한 게, 여아가 성인 남자의 대등한 상대처럼 나오고, 성행위를 갈망하고 이끄는 것처럼 나옴. 그리고 마지막엔 꼭 '꽃피우기'로 질주름-저는 처녀막이라는 표현 안 씁니다- 훼손의 피, 첫 섹스의 피를 보여주고 끝납니다.(이걸로 꼭 항문섹스처럼 자극적이고 신체 훼손적인 포르노만 있는 건 아닌데 너무 책이 자극적인 게 아니냐는 데 대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 포르노의 공통점은 여성을 무력 무능하고 섹스만 갈망하되 남자의 욕망 충족만 갈망하고 자기 의견은 거세된 존재로 그린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남성 자본가들의 돈을 벌어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결론요? 이게 20여년간의 문제 제기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작가도 솔직히 말합니다. 그래도 저항하고 문제 제기를 해서 싸워나가야한다고 결론짓죠. FM이지만 뭐...그거 말고 결론이 뭐가 있겠어요.

덧. 아참, 그리고 곤조 포르노라는 게 맥락 없이 하드한 삽입섹스하는 하드 포르노 장르거든요? 근데 저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단어라 왜놈 곤조인가...하고 검색해봤어요. 그랬더니 나무위키에 항목이 있고 아주 흥미 위주로 기술해 놨더라고요 ㅋㅋㅋ 그들은 알고 있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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