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l97 분점

불면증이 수시로 재발하는 사람에게 커피란 뭘까요. 커피를 완전히 끊었던 적도 여러번 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다녔던 수면클리닉에서 아침 기상 습관을 잡는데 커피는 도움이 되니(불면증이 있으면 밤에 잠을 못 자고-잠을 못 자니 아침에 기력이 없어서 침대에서 비몽사몽하는 악순환 루프에 빠집니다) 아침에 마시는 건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맘편히 아침엔 마시고 있습니다. 특히나 요 몇달간 알바할땐 아침 커피 없이는 정신차려서 일하기 좀 힘들더라구요.

몇주 전까진 집에서 일할 땐 커피 원두를 그라인드로 갈아서 커피 메이커에 내려먹거나 모카포트에 달이거나 뭐 그렇게 했었는데요, 번거롭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요 몇 주 전에 집을 열흘 정도 친척 분들한테 내 줄 일이 생겼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갈아놓은 커피 팩이 사라졌지 뭡니까. 하긴 사라진 게 그것뿐만은 아니긴 했습니다만(...설명하기 길어지므로 대충 생략합니다) 여튼 요 몇주간은 집에 내려먹을 커피원두 사기도 귀찮아서(...전국구, 아니 글로벌급 커피 하우스 모모스가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데요, 거기 다녀올 시간이 있으면 조서를 하나 더 썼겠죠) 아침에 문 여는 편의점에서 사먹었습니다. 즤 동네가 대학가라서 평소엔 아침에 커피파는 곳이 많은데, COVID 창궐 이후 사이버강의 중이라 커피집도 덩달아 늦게 문을 열...orz.

http://inthenews3.mediaon.co.kr/news/article.html?no=16325   

마침 요런 기사도 봤어요. 그리고 어쩌다보니 cu 빼고는 다 먹어봤습니다.

세븐일레븐-일본산 200만원짜리 기계를 씁니다. 뭐라 딱 맛있진 않은데 저희 집에서는 접근성이 제일 좋아요. 롯데는 가급적 불매중이긴 한데 정신 못차리면 그것도 힘듭니다. 그리고 이게 저한테만 장점일지 모르겠는데, 양이 일본스럽게 딱 작아요. 스벅 숏사이즈 정도? 잠 깨워줄 만큼은 되는데 양이 제일 적어서 좋더라구요.

gs25-1300만원짜리 유라 머신 씁니다. 점바이점으로 원두나 기계관리에 조금씩 편차가 있습니다. 대체로 알바는 딱 주인에게 털리지 않을 정도만 관리하고, 주인은 '내 소듕한 1300만원짜리 머신' 정신으로 잘 챙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침 집 근처에 gs25는 어떤지 가봤는데 알바가 있어서 음...했는데...

...남자 알바가 무척 잘생겼습니다. 아이돌급이더만요. 커피 맛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감사합니다.

이마트24-일단 작은 이마트24는 머신 자체가 없습니다. 채산이 안 맞을 거예요. 집에서 대략 10분 거리에 좀 큰 점포가 있습니다. 라떼 파우더를 사서 아메리카노에 타 먹는 식입니다. 음? 이거 돌체구스토 식이잖아? 싶었는데 다행히 돌체 구스토보다 맛있습니다. 라떼가 1500원인데 3월 내내 한잔에 ssg pay 500원 페이백 행사중이에요. 환원유 쓰는 카페보다 맛있어서 두번 갔었습니다. 세번째 갔더니 제가 들어오자 마자 주인 양반(...30대 초반인가 잘 모르겠네요...요새 청년들은 나이를 잘 모르겠어;;;)이 엄청 큰 소리로

"라떼 파우더 추가 주문해놨어요"

엄훠나 저 때문에...ㅎㅎ 그래도 여기 라떼 맛있다고 기사도 났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좀 사먹을 거예요 등등 실없는 소리를 좀 했더니 여기 주인양반도 기계부심이 상당했습니다. 본인이 하루에 다섯잔씩 먹기 때문에 기계관리랑 원두관리 정말 열심히 한다고.

...하루에 다섯잔 먹고도 멀쩡하다니 젊구나...역시 젊은이야...

그래서 라떼를 세번째 사러 간 중년 고객과 주인 젊은이는 동네 친구 비스무리한 것이 되었습니다. 동네친구 생기니까 좋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