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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 토 1박 2일로 통영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금요일은 하루 내내 비바람불고, 토요일은 내내 흐리고 안개껴서 뭐 딱히 돌아다닌 것도 없고 얌전히 실내에 처박혀서 보고 먹고 마시고 자고 하다 왔어요. 마침 그러기에 적당한 환경이 되어 있는 도시라 참 좋았습니다. 다음에 좀 더 이 시국도 좋아지고, 날씨도 좋을 때 싸돌아댕겨도 좋은 곳이었고.

저는 여행 갈 때 먹을 걸 상당히 중시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고민도 '정식집에 갈 것인가 다찌집에 갈 것인가'였어요. 결국 해산물 정식집으로 정한 건 동행도 저도 뭐 딱히 많이 먹는 편이 아니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얌전히 독채 별실에 처박혀서 정제된 걸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낫겠더라구요. 그리하여 평이 꽤 좋은 편인 '해송초밥'으로 정했습니다.

참고로 '해송'이라는 이름을 가진 네임드 해산물집은 두 군데가 있습니다. 둘 다 거리가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초행길에는 통영세무서로 찍어서 가면 그 길 건너편에 있습니다. 저는 여러번 말했다시피 관공서 앞 공무원픽 맛집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리고 여기 근처에 현지인들이 가는 네임드 맛집이 많더라구요.

인기있는 곳이라 미리 예약하고 가면 좋습니다. 미리 저녁 정식 금액도 지정해야 하는데 인당 6~10만원 범위에서 제일 괜찮다던 8만원에서 살짝 내려서 인당 7만원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유는 둘 다 점심을 주전부리로 때우긴 했는데(호도과자 한봉지였나;;;) 그래봤자 뭐 엄청 먹어제낄 것 같진 않아서.

오픈보다 30분 먼저 가는 진상짓을 부득불 했더니 미리 술이라도 먹고 있으라고 밑반찬을 내 주셨습니다. 소라조림, 호래기, 문어조림, 멍게무침, (뭐였더라 듣고 나서 까먹;;; 암튼 피조개 친구) 조림 등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매우 맛있습니다. 동행의 1픽은 너무 단단하지도, 흐물거리지도 않게 딱 맞게 조려진 문어조림이었고 저의 1픽은 멍게무침과 호래기.

고노와다(해삼 내장)와 반건조 해삼. 저는 고노와다를 매애애애우 좋아하는데(얼마나 좋아하냐면 부산 마라도 가서 무한정 고노와다를 사발로 마십니다;;) 여기 고노와다도 먹을 만했습니다.

피조개. 굉장히 선도가 높았습니다.

성게알. 빨리 녹아버려서 일찌감치 호로록.

쭈꾸미.

한치회와 아 뭐였더라...암튼 남해에선 굉장히 흔하게 회로 먹는 건데 윗지방에선 회로 잘 못 먹는...서울 한청 레어템.

고등어 초무침. 맛은 정말 좋았는데 겁나 흔들렸네요.

실제 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맛은 정말 괜찮습니다. 둘 다 회를 좋아하는 하는데 그리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만족.

해삼초회. 싱싱한데다 마시고 있던 술이 해장되는 착각을 주는 건강한 맛.

게찜인데 이때부터 배가 슬슬 불러와서 천천히.

회무침과 뽈락구이!!! 뽈락은 정말 고급 생선이고 주로 남해에서 소비되어서 서울에선 생선구이로 먹자면 먹는데 돈을 많이 줘야 해서 은근 레어템. 굵은 소금만 슬슬 뿌려서 굽고 딱히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너무 딱 맞게 구워서 금방 넘어갑니다.

아귀간. 고급 재료죠. 저는 매우 환장하는 맛이라 제가 다 먹은 듯. 참고로 저는 홍어 간도 잘 먹습니다(...)

묵은지 넣고 맑게 끓인 생선탕+생선머리조림 동행이 극찬했습니다.

뭔가 범죄현장처럼 찍힌 장어와 새우튀김, 전복버터구이와 초밥. 전복버터구이는 고급진 맛이라 맘에 들어요. 아, 충무김밥과 꿀빵에 가려져 있지만 통영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는 장어입니다. 특히나 장어초밥이 너무 입에서 스르륵 녹는 농후한 맛이라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래...재난지원금은 장어덮밥으로 써야겠어...

마지막으로 백합탕. 이쯤 되니까 위에 피가 몰려서 정신이 혼미합니다.

요약하자면
-가성비를 추구하는 분
-현지의 떠들석한 분위기에서 흥겹게 마시고 싶은 분
-회는 풍성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은, 중앙시장에서 횟감 골라서 근처 초장집이나 숙소 가서 드시면 되고,

-역시 가성비를 추구하나
-통영의 다찌집 문화를 추구하고
-여러가지 전 등 비해산물 요리도 먹고 싶고
-전주의 막걸리집이 마음에 드셨던 분은
다찌집 가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시국과 사정에 맞게 이 집에 갔었고,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 주류는 한 병에 5천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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