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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붓싼에 잘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그 다음날도 술을 마셨습니다. 후...이런 주정뱅이...

여튼 서울에서 먹었던 술을 복기해 봅시다. 제 전전직장 양반들은 서여의도(그니까 국회 근처) '공장'(회사를 그렇게 부릅디다)이 지겨우면 동여의도나 마포나 당산에 가서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거기서 똑같은 이유로 온 공장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만나서 반갑다고 합석하고 술잔 돌고 하다보면 또 더 마시게 되고...그렇지요.

이번 모임의 멤버는 키 188cm에 여러 모로 아주 훌륭한 광공 스타일의 양반과 키 184cm에 광공은 아닌데 암튼 훌륭한 양반, 그리고 저 일케 되었습니다(같이 있으니까 참으로 제가 가냘프고 왜소해 보이더군요-_-). 저는 대체로 남자 키를 가늠할 때 제가 올려다보는 각도로 보는데 둘 다 제가 꺾어 올려다 보는 저 위에서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퍼져나가고들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술을 아주 잘 마시죠. 저랑은 세번째 부서/첫번째 부서에서 각각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앞에 밑밥을 깐 건 이 사람들이 굳이 서여의도를 놔두고 동여의도로 장소를 잡은 건 딱히 제가 부끄러워서는 아니라는 겁니다. 아마도 그럴 거예요...

두 장소 다 나오는 음식마다 핸드폰 들이대고 할 시간에 술 한 잔이라도 더 마시는 분위기라 사진은 없습니다. 둘 다 여의도 9호선 샛강역이 좀 더 가깝구요, 안동국시에서는 별실에서 마셨습니다(별실 매니아 셋이 모이면 이렇게 됩니다) 안동국시에서는 모듬전, 수육, 도토리묵무침, 마지막에는 해장 칼국수 일케 먹었구요, 중간에 서비스로 적당히 칼칼한 두부와 유부가 들어간 찌개가 나왔는데 한 번 더 리필해 주셔서 매우 좋았음. 음식이 다 끼니와 안주로서 둘 다 만족스럽고 가격이 저렴합니다. 맵에서 여의도 안동국시로 검색하면 꼭 소호정이 따라 나오는데요, 일행도 다 소호정에 수십번-_-은 가본 사람들이라 여기서도 소주를 들이키면서 '야 거기 가격 드럽게 비싸 아니 또 올랐나요 응 올라써 그리고 양도 작아 음 그렇죠 거기서 배 채우려고 하면 좀 그래요 근데 맛은 좋긴 좋아' 이런 의식의 흐름 대화를 하였습니다. 그러니께 법카로 가려면 소호정, 개카로 가성비 회식을 하려면 여기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태성골뱅이는 여의도 뿐 아니라 서울 각지에 지점이 많고 지점마다 인기가 상당하죠. 2차로 갔더니 자리가 하나 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바글바글 성업 중이었습니다. 골뱅이가 탱탱하니 양도 많고 좋더라구요. 곁들여주는 사리도 저같은 곰손이 비벼도 괜찮을 정도로 적당히 삶겨 있었고. 골뱅이 먹을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영국의 모 어촌에서는 그들이 전혀 안 먹는 골뱅이를 오로지 한국인들을 위해 잡는 어부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애들 대학 보내야 되는데 한국인들이 계속 잘 먹어줘야 하는데' 뭐 이런 다큐 대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별 걱정을. 한국인들은 물가가 폭등해도 여전히 골뱅이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한 명이랑은 2차로 헤어지고 광공과 저는 3차로 모 횟집에 가서 또 소주로 대략 한시까지 마셨습니다. 광공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임플란트를 해서 지난번엔 제대로 못 마셨다고 투덜투덜. 아 근데 이번에 보니께 여전히 잘 먹던데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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