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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해운대에서는 해리단길을 자주 가는 것 같은데...맞습니다. 달맞이길은 올라가기가 지치고(차를 가져간대도 주차할 자리가 별로 없어요) 해운대 메인스트릿은 부산경남의 프랜차이즈 해운대점의 전쟁이고 해서 차 가져오는 지인이 주차하기 편한 데로 오다 보니 계속 여기네요.


전국의 리단길 경쟁에서 해리단길이 1등했다는 민망스런 플랭카드는 이제 거둬졌습니다. 대신 우3동 재개발조합에서 임원 해임하는 조합원회의를 한다네요. 뭔지 모르겠지만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합니다(지연되는 재개발에 발 한쪽 담그고 있다보니 오지랖이...)

지인보다 25분 먼저 도착해서 손바닥만한 길을 여기저기 둘러보니 그간 소소한 변화가 많았습니다. '동백바'라는 핫플레이스가 생겨서 엄청 사람을 모으고 있는데 앞에 전시된 메뉴판을 보니 꽤 맛있고 독특해 보였는데 술이 주가 된 곳이라 패스.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동남아 현지 컨셉의 '아는 사람만 알 것 같은' 식당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설마 내가 길을 잘 모르는 건가, 아니면 이전했나 하고 검색을 했더니 200미터 전방에 태국 식당이 하나 뜹니다. 근데 이름이나 위치나 그 집이 아닌 것 같아요. 아니어도 괜찮으니 가 봅니다. 해운대역 4번출구에서 해리단길 오던 방향으로 초입으로 200여미터 정도 가면 됩니다. 아 티스토리 지도 첨부 편했는데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타이백스트릿이라고 하는 집인데, 5시 50분도 아닌데 웨이팅이 쩝니다. 거기다가 각자 초조하게 안을 들여다보는 게, 심상치가 않은 분위기예요. 그냥 구경이나 해보고 아니면 상짱 해운대 지점 가볼까 하고 느긋했던 저는 백화점 마감세일에서 어 이거 살까말까 하던 심드렁한 가방을 누가 '제가 살 거예요!'하고 잡아채면 '이거 제가 계산하려고 서 있었어요!!!'하면서 욱해서 사 버리는 심리대로 이 가게에서 먹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음...그런데 두 자리는 막 손님이 나가서 자리가 생겼네요? 지인에게 이곳 주소를 넘겨주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타이 패스포트 컨셉의 메뉴판. 지난번 갔던 덕포의 베트남 요리점과는 달리 한국인이 운영하고, 한국화된 메뉴인데 적당히 로컬의 느낌을 내려고 하는 컨셉입니다. 그리고 보통 태국요리집보다는 좀 저렴합니다.

 

 

일어날 성의도 없이 자리에서 찍은 매장 안은 이러합니다. 안쪽 홀이 깊은데 그쪽도 꽉 차있습니다.

라탄 의자 하면 이제 나혼자 산다의 박나래가 라탄 의자 들고 낑낑거리던 생각밖에 안 나요. 로망은 집 밖에서.

 

 

그리고 메뉴 밖 신상으로 마장면이 있습니다. 흐음, 이거 남부 중국 음식 아니었나요? 하긴 고도로 남부인 중국과 동남아의 요리는 구분하기 힘듭니다.

 

 

저희의 절대 망할 수 없는 무난한 선택. 남만허이 까이팟(굴소스 양념치킨, 9천원)과

 

 

왕새우 팟타이(8,900원)을 시켰습니다. 맛은 너도 나도 아는 그 맛입니다. 팟타이는 엔간히 망하지 않으면 다 맛있습니다. 굴소스 양념치킨은 꽤 크리스피하고 굴소스 덕분인지 입에 착착 붙어서 창 맥주(근데 여기 연태구냥도 팔더라구요?) 생각이 간절했지만 금주중이므로 참았습니다.

한국식 태국요리집에서 살짝 이국적 느낌 한스푼 더한 집입니다. 메뉴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태국 요리 구성이므로 무엇을 시켜도 망하지 않을 것이고, 고민을 덜기 위해 '한국인 1인용/2인용 세트' '태국인 1인용/2인용 세트' 구성으로 로컬 정도를 메뉴 구성으로 정할 수도 있어서 편한 마음으로 오기 좋습니다...만, 나갈 때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늘어져 있던 대기열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고 일행은 예전에 갔었던 제주 컨셉 카페 '바르보롬'의 건너편에 있는 티룸으로 갑니다.(이름 까먹, 서랍 옆옆집)

 

 

자연주의 컨셉의 카페입니다.

 

 

벽면으로 지극히 녹화되어 있는 걸 보니 본가에서 오늘 읽은 조선일보 주말 섹션이 생각났습니다. 보육원 출신으로 방황하던 청년이 착실하게 자리잡고 결혼도 하고 보육원 후배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건물 내 녹화 사업을 해서 소소하게 성공 중이던데요, 잘 됐으면 합니다(오지랖이죠 녜)

 

 

암튼 여기도 초록.

 

 

저쪽은 곧 저희 자리가 됩니다.

 

 

커피는 못 마시니까 카페인이 없는 차를 추천받아서

 

 

티팟을 골라서 먹었습니다. 티팟까지 제대로 하고...

 

 블렌딩이 잘 된 좋은 차를 시간맞춰 우려내주는데 5천원이라니. 제가 쫌 카모마일 전문가라(잠을 못 자면 여기저기서 카모마일과 라벤더를 줍니다) 오래된 카모마일의 찝찌름한 향내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 메도우는 히솝꽃 등 여러가지 꽃을 섞어서 설명대로 이집트의 뜨거운 한낮이 생각나는지는 모르겠고, 뜨거운 한낮에 냉방이 잘되는 티룸에서 상쾌한 향을 맡으며 아아 살았다 하는 느낌은 납니다.

그나저나 그 동남아 요릿집은 어디로 갔을까요.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려났나, 더 골목 안으로 들어갔나. (방명록 보고 남깁니다. 타이국수집은 동백바로 업종변경하셨대요. 더욱 성업 중입니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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