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제게는 옛날옛날 한옛날인 딱 10년전, 2010년에 선물로 받은 이북리더(...전 아직도 이북리더(김정은 아님) 이 드립만 보면 좋아서 자지러집니다) 아마존 킨들 3이 있습니다. 당시 제게 하던 일을 주고 미국으로 유학 가버린 사수한테서 받은 거죠. 당시엔 스마트폰의 초창기, 아이폰 4가 최신이던 시절이었고 옴레기...아니 옴니아가 엄청나게 욕을 먹고 갤럭시1으로 절치부심하던 삼성이 있던 시절, 그리고 pmp에 텍스트 파일을 넣어서 읽던 시절이었죠. 그 때부터 2013년까지는 대학원 파일이다 뭐다 넣어댕기고 유용하게 잘 썼는데, 2014년에 회사 복귀하면서부터는 멀어졌습니다. 그래도 어째저째 이삿짐에는 다 따라댕기고 해서 존재는 기억하다가 이번에 아프면서 집 정리하다가 다시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이게 e-잉크를 쓰는 제품이라 블루라이트가 없어서 저처럼 잠 못 자서 밤이 긴 사람한테 좋거든요.

오래간만에 집어들고 네크로맨서 짓을 하면서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갤럭시 S2를 들고 수리센터 간 사람 짤이 인터넷에 돌면서 노인학대라느니, 이제 그만 보내드리라느니 소리를 들었는데 갤럭시 S1과 동시대를 풍미하던 킨들을 들고 깨우려고 하니 참... 전용 어댑터는 이미 몇년전 서울 이사 때 실종된 듯 하여 하부의 micro usb 슬롯에 안드로이드폰 호환 마이크로 usd 충전 케이블을 꽂았더니 처음에는 버벅거리더니 충전이 됩니다.

 

 

그리고 킨들 시그니처 대기 화면이 이렇게 떴습니다.

 

 

이건 또 다른 대기화면. 대략 수십개의 작가 초상화나 중세 고딕풍 책 디자인같은 대기화면이 랜덤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버벅거림 없이 예전의 성능과 똑같이 살아났습니다. 하긴 기능이 심플한 전자제품이 고장도 잘 안 나죠.

(위 파일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pdf 배포본입니다. 제가 저 책을 쫌 좋아해서 2009년 추도식에 가서 페이퍼백도 받고, 당시 무료 배포 전자 파일도 넣어댕기면서 보고 그랬어요.)

5~6년 방치한 킨들을 굳이 깨운 이유는 집 정리하다가 심심해서(...) 그리고 아까 얘기한 것처럼 불면증 건드리지 않고 책 읽기 좋은 포맷이라서도 있습니다. 그 외의 특징과 장단점은 이러합니다.

가격: 제가 산 와이파이 버전은 139달러, 그때 가격으로 대략 15만원 했습니다. 와이파이+3G(...) 모델은 189달러였는데, 미국 내에서 3G 접속 비용이 공짜라는 무시무시한 장점이 있었습니다.

크기: 디스플레이 화면이 6인치입니다. 화면비는 안 맞지만, 지금 엔간한 스마트폰만 할 겁니다. 이 크기와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 때문에 엄청나게 얇고 가벼우며 의외로 아주 튼튼합니다. 저같이 부실한 손목 가진 사람한테는 상당한 장점이죠.

키보드: 물리 키보드 마지막 세대인가 그럴 겁니다. 제가 좀 됴각됴각하는 물리키보드 키감을 좋아해서 사지도 않을 옵티머스 Q(아 추억...)이나 블랙베리의 단점이 명확하면서도 꽤나 미련을 부렸었죠. 키보드로 단어 찾기, 메모하기, 특수문자 입력 등을 할 수 있고, 오른쪽의 5-WAY CONTROLLER(네모난 거 있잖습니까)로 페이지 내 커서와 마우스 기능이 됩니다.

 

 

대기 화면 깨우면 나오는 HOME의 파일 디렉토리. 2013년이 마지막 파일 저장일입니다(...) 뭐 많이 보고 그랬군요. 당시에 아이패드도 있긴 했습니다만 이게 압도적으로 가벼워서 이쪽도 자주 썼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왔으니까 읽어보겠다며 꼴에(...) 아마존 스토어에서 산 '분노의 포도' 이북. 대충 중간까지 읽었나 그렇습니다. 몰라몰라 스타인벡 우리 히치콕 오빠랑 싸웠어 별루야.

킨들에서 책을 읽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위처럼 아마존 스토어에서 MOBI 포맷의 이북을 구매하는 거고요(월 9.99불로 아마존 언리미티드 구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끔씩 끌립니다만 넷플릭스도 하우스 오브 카드 다 보고 볼 거 생각보다 없다고 먹버한 제가 뭘 또...)

TXT, DOC, PDF, JPG, PNG 등 인식되는 포맷의 파일을 바로 USB로 연결해서 폴더에 담아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일반물;(추리 소설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장르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음악에는 천재인데 연애에는 등신인 영국 남자 이야기?;;;) TXT 파일입니다. 보시다시피 영어 폰트에 비해 한국 폰트는 아주 흉물스럽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나마 나아진 겁니다. 개선 전의 한국 폰트는 '킨들병신체' 지금은 '킨들 반병신체'로 불립니다(이 개그도 10년 전 아아;;;) JPG 파일은 슬램덩크가 있습니다. PDF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게 6인치 디스플레이다 보니 가독성이 좀 미묘합니다. PPT 중에서도 심플하게 몇 줄 안 나오는 슬라이드는 잘 읽히고, 정보 위주로 빽빽하게 씌어진 건 보다가 실핏줄 돋습니다.

그리고 에...본인이 이북을 좋아해서 EPUB나 RTF 포맷의 파일이 많으면 1)CALIBRE 프로그램을 PC에서 구동시켜서 킨들 최적화를 만든 다음 킨들 드라이브에 담아주는 방법이 있구요,  DRM 락 걸려 있는 한국 이북은 꼭 1)로 풀어줘야 합니다.2)포맷을 강제로 PC에서 PNG 등 킨들에서 인식하는 걸로 확장자만 바꿔줘서 'send to kindle'이라고 본인의 아마존 이메일로 보내주면 와이파이 베이스에서 자동으로 킨들이 다운로드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몇년 전까지 calibre를 열심히 썼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게 2)의 방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 참고로 한국어 파일을 이런 방식으로 읽으면 아까 킨들 반병신체에서 더 존못이 됩니다. 그래도 TXT와 달리 삽화 삽입, 하이퍼링크나 주석이 되는 게 어딥네까.

 

 

그리고 부가 기능으로 MP3 플레이 기능과 TTS(TEXT TO SPEAK)라고 책의 텍스트를 성우 목소리로 읽어주는 게 있습니다. 남/녀 목소리가 있는데 둘다 비슷비슷한 정도. 요즘은 돈독이 오른 베조스씨가 최신 킨들에서 TTS 기능을 빼고 AUDIBLE사를 인수해서 유료 서비스를 하는 모양입니다. 아, 저도 어딘가에서 줏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제레미 아이언스가 읽은 오디오 북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롤리타 첫 장을 롤리타 비운의 남주(...) 제레미 아이언스가 특유의 나른하고 섹시한 목소리로 읽는 걸 들으면 가슴이 웅장해집니다(진심).

어...그리고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잡지 구독 서비스도 있는데 이건 전 요즘에 관심 없어져서 패스. 주로 이북파일을 변환해서 읽거나 TTS로 들으면서 소일하는데 쓸까 합니다.

덧. 굳이 10년 묵어 팔지도 않는 기계에 관심 가져서 이 글을 읽을 분도 드물겠지만, 킨들에 대해 관심있는 분은 '디지탈 감성 E북 카페'와 클리앙의 킨들 연재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