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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동안(대충 비 많이 내린 동안) 하루에 여섯시간 정도 잔다 싶었더니 오늘 밤은 사단이 났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전전회사 개꿈을 꿨거든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모먼트에서 심해 저 어드메처럼 꾸욱꾹 눌리는 기분으로 깼습니다. 음? 새벽 두 시네? 깊은 산 주지 스님도 두 시에는 안 깨실 듯? 하지만 기분이 너무 드러워서 오늘의 수면은 이쯤으로 접읍시다. 그래서 이러다가 졸려서 더 자면 좋은 거고. 내가 왜 박차고 나와서 백수가 됐는데(웅앵)


자, 아무에게도 재미없는 남의 망한 사랑..아니 수면 얘긴 그만 하고 지난 주 금요일에 오래간만에 붓싼 방문한 친구랑 간 진구 전포동 예쁜 밥집 얘기나 해 봅시다. 친구가 같이 데리고 온 애들 둘 맡길 시숙 댁이 서면 근처란 걸 기억하고 있던 저는(쓰잘데기 없는 기억력이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서면에서 밥을 먹자고 했습니다.

"응? 서면에 갈 만한 데가 있어?"

...니가 서울 살이를 길게 했더니 전포동 카페거리를 모르는구나 이제 전리단길이야 거기... 과거의 공구상가 이제는 힙한 레트로갬성 붓싼의 문래동 붓싼의 성수동 그곳이 바로 전포동...

오늘의 갈 곳 '키친 바바'는 지하철 2호선 '전포'역 8번 출구에서 대략 4분쯤 걸으면 있습니다. 경남공고 뒷편, 전포동 거리에 있어서 1호선 서면 역이나 범내골 역에서는 도보로 15분 가까이 걸릴지도? 어차피 서면역에서 1->2호선은 워낙 환승이 빠르고 쉬워서 수도권 지하철에서라면 나무위키에 개념환승이라고 극찬받을 듯요.

미리보기용 외관 사진. 미국 50년대 갬성의 레트로한 인테리어가 이쁩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친구가 보내준 메뉴판. 가격이 꽤 착한 편. 친구가 좀 고민을 하길래 그냥 제가 다 골라줬음.

지난 번에 먹고 감탄한 앤초비 레몬 오일 파스타(12,000원) 오일의 짐짓 느끼할 수 있는 풍미를 짭짤한 앤초비와 상큼한 레몬이 잘 잡아줍니다.

그리고 칭구도 가지를 좋아한다길래 안심하고 시킨 가지 라구(9천원) 치즈도 실한데 풍미가 좋고 가지도 듬뿍듬뿍.

요건 친구가 이렇게 나오는 마르게리따는 첨 봤다며 놀란 마르게리따 피자(14,000원). 결국 한 조각 씩만 먹고 어린이들 먹으라고 테이크아웃함.

이 나이의 오랜 친구들이 거의 그렇듯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 빠르게 파악하고는 있지만 세세한 속사정은 짐작하고 말을 아끼는 편인데, 저의 마르지 않는 썰의 샘, '황키엘은 왜 철밥통 ****을 그만두었는가'를 테라 생맥주와 함께 마르게리따 피맥으로 먹어가며 털기에는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께 그 뭐냐... 제 썰 잘 들어주는 사람들 저번 주 수, 금에 두 명이나 연이어 만나서 퇴사 썰 입 털었는데 속은 잠깐 시원할지 몰라도 그때의 트라우마가 도져서 이번 일요일 밤 꿈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자기 연민은 그만하고 앞으로 나가야죠.

 

 올해 상반기 제일 감명깊게 본 드라마 '파친코'에서 '부침두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단단한 눈빛의 여주인공 선자처럼 '이겨낸다' 정신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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