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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가 이 양반을 처음 알게 된 건 인터넷 밈으로였습니다. 대충 3월 초였나,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부상하고 있을 때 동생인 cnn 크리스토퍼 쿠오모와 one-to-one interview라는데 지극히 미국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영상이 한국에서도 잔잔바리로 유행했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afS3WoDzo0Q

그런데 사실 이 형제가 티격태격하는 대상, 엄마의 최애는 사실 변호사로 잘나가는 따님이다...라는 우와사까지 뿜겨서 그렇구나, 하고 그냥 여러 밈들 중 하나로 넘겼습니다.

자, 여기서 퀴즈를 내겠습니다.

왼쪽이 70년생 막내동생 크리스토퍼고, 오른쪽이 58년 개띠...아니 57년생 첫째 형 앤드루입니다. 두 사람 커리어 제거하고, 외모만 봐서 이 중에서 어느쪽이 제 취향일까요?

네, 당연히 오른쪽이죠.(저는 요즘도 분기에 한번씩 제레미 아이언스 옹의 근황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있는 늙은이 러버입니다;ㅁ;)

그리고 뭐 어쩌다 보니 이 양반은 3대째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이고, 아버지도 뉴욕 3선 주지사인 잘 나가는 집안이고, 케네디 집안 전 사위고, 뭐 기타등등 tmi를 좀 알게 되었습니다. 오 그렇구나...어쩐지 WASP하고는 다른 끈끈한 가족 정서와 마이너리티(...라고 해봤자 최상층 백인이지만;) 기조가 있더라 싶었죠.

그러다가요, 요즘 제가 일찍 깨잖아요. 아침에 커피 내리고, 아침 식사 만들고, 스트레칭하고 씻고 사부작거려도 시간이 남습니다. 그래서 티비로 유투브를 좀 보다가 COVID 섹션에서 이 양반 매일 하는 브리핑을 봤습니다. 시차가 있으니 전날 한밤중에 한 거 몇시간 후 재탕하는 거죠.

...그리고...열흘만에 그는 저의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ㅁ;

일단 딕션이 대단히 좋습니다. 외국인 귀에도 쏙쏙 박히게 또렷하고 찰지게 영어를 구사해요. 그리고 쓰는 단어가 심플하면서도 굉장히 정제되었습니다. 이건 대중 정치인으로서 대단한 장점입니다.

노트르담 성당 대화재때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던 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의 트윗입니다. 한 명은 너무나 미문을 구사하느라 뜬구름을 잡고, 하나는 너무 직설적이라 품위가 없죠. 저는 US PRESIDENT 트윗 계정을 팔로잉하는지라 오바마의 트윗은 8년간, 그리고 그 계정을 후계자인 트럼프의 트윗도 4년간 구경해 왔습니다. 둘 다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 명확하죠. 한 때 오바마 연설문으로 영어 공부하는게 한국에서도 꽤나 유행했는데 그건 너무 현학적이라 별로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을 것 같더라구요. 아, 물론 트럼프 트윗은 정말 한 마디 한 마디가 ESL인 사람들한테 벼락같이 꽂히는 바이지만...후략.(아, 그나저나 트럼프 첫번째 전처가 트럼프한테 트위터 시작하라고 조언한 거 아십니까? 가끔은 전처가 바람핀 전남편 엿먹이고 싶었나 싶기도 하고, 또 가끔은 후처들보다 더 정확하게 전남편을 이해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다시 쿠오모 주지사 얘기로 돌아가자면; 상황 판단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면을 추구하면서 유머 감각이 근사합니다. 그간 브리핑에서는 최악을 나날이 갱신하는 뉴욕 상황에 대한 브리핑과 방역 지침 전달이었다면, 지금은 'smart reopening'이라고 다시 경제를 시동걸면서 어떻게 될 것이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다시 rebound할 것이지만,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을 근로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
-뉴욕 주 차원에서 인프라 재건을 하는 경기부양책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라과르디아 공항 에어트레인(그래 이건 쫌 많이 필요해요. 저 예전에 라과르디아 공항에 싼맛에 갔다가 너무 삭막해서 식겁하고 도망친 적이;;;)이나 뉴욕주와 캐나다 케이블 연결 등등 인프라 사업 추진 중.
-주의 경기부양 사업은 중앙 정부와의 공조와 지원이 필요하다. 내일 워싱턴 가서 협의할 거다.

그리고 그 내일(...) 트럼프 행정부와의 불협화음, 그리고 기타 주의 음모론 등등에 반박하고 호소하는 게 27일 인터뷰의 주요 내용입니다.

-red state(공화당 지지 주)의 돈으로 blue state(민주당 지지 주)에게 퍼주고 있다는데, 실은 그 반대다. 중앙-개별 주에 제일 많이 퍼주는 top 5는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압도적이고, 지원을 제일 많이 받는 쪽은 red state다.(여담인데 ppt가 매우 직관적이더군요;) 뉴욕,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등은 가장 많이 중앙과 기타 주에 지원해 주고 있는 주이다. 이건 'UNITED' 미국의 건국 이념 때문이다.
-부자들 돈으로 못 사는 사람 코로나 지원금에 퍼주고 있다는데, 지금까지 미국의 조세 복지 정책은 언제나 그래 왔다. 역시나 미국의 건국이념인...(블라블라)

네, 볼만합니다. 마음에 들어요. 와꾸도 제 취향이고(저야 뭐 그렇죠). 근데 이 양반이 제게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미국인이라서'예요. 솔직히 한국의 정치인 빨려면 너무 이래저래 이해관계나 답답한 내막이나 이런 것부터 눈에 들어오고 그렇거든요(민주당보다 현 행정부 지지자인 제 입장에선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국인으로서 쿠오모 지사를 빤다고 칩시다. 일단 뉴욕이 제일 큰 피해를 입다 보니 그 동안 브롱크스 등 흑인 커뮤니티 집중적으로 피해입은 복지 구멍도 보일 거고, 쉴새 없이 일어나는 뉴욕 내 인종차별 병크도 들어올 거고, 아무리 저 양반이 지성적이고 위트 있게 대응해봤자 '마스크를 쓸지 안 쓸지는 우리의 고귀한 건국이념 자유이다!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라는 레드넥 목소리가 더 커서...대통령감은 아닌 거 같아요;ㅁ; 솔직히 미국 민주당도 제가 진심 빨기에는 너무 일부 계층 중심에 친일적이라 ;ㅁ;

이래서 외퀴가 편한 거 같아요. 물건너 오는 거 띄엄띄엄 듣다가 뭔가 이 양반이 휘청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시기질투 음모다!'라고 하면 되잖아요.(한국 아이돌 병크 터질 때마다 문재인 정부의 음모라고 외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지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코로나 시대의 반짝 소일거리라 얼마나 갈까 싶어요 ㅎㅎ 늙을 수록 사랑은 금방 왔다 사라지고 습자지 수준이라.

덤으로 뉴욕 주지사의 브리핑 링크 남기고 갑니다. 요즘 제 덕질 공홈이죠.
https://www.governor.ny.gov/schedule/governor-cuomo-holds-briefing-covid-19-response

 

Governor Cuomo Holds Briefing on COVID-19 Response

Governor Cuomo Holds Briefing on COVID-19 Response

www.governor.ny.gov

덧. 그리고 2021년 3월 현재, 그의 병크가 터지면서 외퀴의 장점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병크도 늦게 전달받고, 타격감도 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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