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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구구회사를 퇴사한지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03 동기 단카방을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 저까지 나가면 20명 마지노선이 깨집니다 ㅋ
- 원체 서로 안 친한 양반들이라 귀찮게 굴지도 않습니다
- 근데 1년에 한 번씩은 쫌 재밌는(너나 재밌지 ㅋ) 썰이 올라오더라구요
아참 그 단카방에는 구남친ㅋ도 있습니다.

여튼 그 문제의 03 동기 중에는 저 포함해서 여직껏 안 팔리고 있는(남자들이 안 좋아해서 못 갔다고 하는 게 여러 모로 편합니다. 뭐 사실이기도 하고 ㅋ) 미혼 여성 세 명이 있습니다. 근데 미혼이라는 거 빼고는 공통점이 없는 그녀들에게 공통점이 요 몇 년 새 하나가 더 생겼습니다.

구구회사는 과차장 남자 대 여자 성비가 2:1 정도 됩니다(이것도 할 말이 많지만 ㅋ) 근데 수도권 지점에서는 그 성비가 45:55 정도입니다. 압도적으로 서울 출신이 많은 구구회사 워킹맘들이 제일 육아에 휘둘릴 나이대라 뭐랄까...배려같은 건데(여기에 '남성이 주 양육자가 된다'라는 대안은 없습니다) 만악의 근원, 에타 악플러가 취업해서 죽돌이가 되는 그 블라인드에서 한창 자와자와 말이(정확하게 말하면 쌍욕과 여성 비하 ㅋ) 많았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샘플만 예로 들자면,
01사번 미혼 여성 A: 무연고 청주지점 급발령
02사번 미혼 여성 B: 무연고 천안지점 급발령
03사번 미혼 여성 키모씨: 부산지점 급발령(저는 연고지이긴 했습니다만...여기엔 개인적인 사정으로 죽기보다 가기 싫었음 ㅋ)
03사번 미혼여성 D: 무연고 대구지점 급발령
여기서 '무연고'라는 건 정말 여행으로도 안 가봤다는 소립니다. 그리고 구구회사는 '연고지'라는 개념을 어어어엄청 넓게 잡아서 원적지, 그니까 생전 보지도 않은 할배 고향까지도 연고지로 잡아요

그리고 이 미혼여성 무연고지 급발령의 명단에 E양이 무연고지 울산지점으로 발령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면서 겁나 오지랖이 넓어진 저는 D양이 있는 대구에 몇 번이나 방문해서 '그래도 일 대비해서 이렇게 잘 주는 데도 드무니께 버텨 봐라'고 설득했던 전적처럼 E양이 있는 울산에도 방문을 했습니다.

(서론이 겁나 길군요)
울산의 일식 퓨전 레스토랑 '코이다이닝'은 E양이 울산에 오자마자 지점 사람들과 갔다는 곳입니다.

안은 제가 좋아하는 짙은 회색의 시커멓고 모던 심플한 인테리어입니다.

분위기에 비해서 가격대가 낮은 편.

스타터로 시킨 고마도후(참깨 두부) 8천원. 처음엔 그냥 이자까야에서 시키면 나오는 연두부에 참깨 드레싱 뿌린 거 정도를 생각했는데 이게 엄청 물건이더라구요. 매우 탱글탱글 탱탱한 식감에다 고소담백한 맛도 뛰어났습니다.

마치 이것은 내 심장에 하트...❤ 스지도 그렇고 아구 수육도 그렇고 제가 원체 탱탱 꿀럭한 식감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호불호를 많이 타죠.

일식집 가면 제가 환장하는 냉삼겹 해초 샐러드. 이것도 드레싱이 탱탱꿀럭.

애초에 시키려고 했던 나베가 안 된다고 해서 시킨 새우 완탕면(12,000원) 대체로 찬 요리 위주라 하나 따끈한 게 필요했는데 맛있었습니다. 역시 일식집은 중화 요리<-;;;

모듬 초밥(25,000원) 이거 겁나 맛있었는데 왜 이렇게 맛대가리없이 찍혔냐. 베스트는 절인 참치 스시와 전복 스시.

그리고 반주로는 제가 사간 스페인 와인(울산의 어린양이 스페인을 좋아합니다, 이 와인은 별도 포스팅할 예정)을 2만원 코키지를 내고 마셨습니다.

깔끔하고 위생적인 매장, 합리적인 가격대,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 매우 세련되고 친절한 접객(갱상도에서는 드물죠)까지 두루두루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집 근처였으면 자주 갔겠어요.
그리고 어린 양과 저는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무연고지 지방 보낼 노처녀도 없으니 욕받이 좀 그만 하며 안 될까 ㅋ

덧. 당연한 얘기지만 전 워킹맘을 탓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체력 갈려나간 불쌍한 사람들인데 왜 탓해요.
하지만 세상에서 제가 제일 불쌍함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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