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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모님은 성격도 다르시지만 IT를 대하는 자세나 능력치도 좀 다르십니다. 모친은 누군가가 세팅을 다 해 주면 그 중 유튜브 시청이나 카톡 읽기, 프로필 사진 보기 정도를 하시는데(그것도 임영웅 때문에 많이 발전하신 거임) 아부지는 그 세대 중에서는 적극적이고 잘 다루시는 편입니다. 랩탑도 수월하게 쓰고 카톡이나 맵도 그럭저럭 사용하시는 편. 역시 30년전에 워드 프로세서 구입한 얼리 어덥터답습니다. 다만 최근엔 연세가 있으셔서 예전보다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편. 그런데 요즘은 IT 속도의 눈부신 발전만큼이나 수많은 돌발상황과 새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 많잖습니까...

 

그런 건 주변에 사는 제가 합니다;ㅁ; 이미 화상통화프로그램 ZOOM 후기라거나, kiel97.tistory.com/entry/%EC%98%81%EC%83%81%ED%9A%8C%EC%9D%98-%EC%96%B4%ED%94%8C-zoom-%EB%A6%AC%EB%B7%B0%EC%99%80-%ED%99%A9%EA%B8%88%EB%A5%A0-%ED%8F%89%EA%B7%A0-60%EC%84%B8-%EA%B0%80%EC%A1%B1

 

영상회의 어플 zoom 리뷰와 황금률-평균 60세 가족

이제 알바도 대략 일주일~열흘이 남았습니다. 휴 힘내자 나새끼... 며칠 전에 저는 부모님의 요구로 非 스마트 tv와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영상을 미러링하는 케이블선을 구입, 이에 대해 리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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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非 스마트 티비를 연결해서 미러링한다거나...

https://kiel97.tistory.com/entry/%EC%95%84%EC%9D%B4%ED%8F%B0-tv-%EB%AF%B8%EB%9F%AC%EB%A7%81-MHL-%EC%BC%80%EC%9D%B4%EB%B8%94-%EC%96%BC%EB%A6%AC%EB%B4%87-S2000-%EB%A6%AC%EB%B7%B0-%EC%B6%94%EC%B2%9C

 

아이폰-tv 미러링 MHL 케이블 얼리봇 S2000 리뷰-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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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간단한 수준입니다. 다만 모친의 요구사항과 아부지의 요구사항은 레벨 차이가 나요. 가장 최근에 모친의 요구사항은 '자주 쓰는 어플이 바탕화면에서 사라졌다!'였습니다. 저는 바탕화면을 노려보고 침착하게 옆 폴더로 들어간 최애 앱을 클릭 후 슬라이드해서 폴더에서 바탕화면으로 꺼냈습니다. 그런데 아부지는 그런 정도는 혼자서 하십니다. 그래서 아부지가 연락이 오면 쫌 긴장.

 

이틀 전 밤이었습니다. 저는 서울 여행의 여독이 뒤늦게 튀어나와서 침대에 비몽사몽 뻗어있었는데 갑자기 아부지 전화가 왔습니다. 카톡이 사라져서 안 보인다는 겁니다. '아 그거 별 일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내일 아침에...' 아부지의 말씀은 그것보다 심각할 수도 있으며, 내일의 일정(백수 딸년보다 훨씬 바쁘심) 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거기에 '당장 튀어오지 못할까'의 행간을 읽은 저는 잠시 고개를 털고 정신을 차린 후 본가로 향했습니다.

 

본가에서 아부지 스마트폰을 보니 과연(...) 카톡 앱은 사라져 있었습니다. 단순히 뒷 화면으로 밀리거나 폴더로 들어간 수준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플레이 스토어에서 카톡을 다시 다운받았습니다. 요즘 카톡, 겁나 무거워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자, 이제 로그인을 할 시간입니다. 아이디가 이메일이거나 본인 전화번호라서 이메일로 해 놓으셨냐고 물으셨더니 '그런 거 안 해놨다'라고 하십니다. 전화번호로 일단 써 놓고 비밀번호를 아부지의 메모 앱에서 찾아보고 물어봐도 평소 패턴의 비밀번호로는 계속 틀립니다.아마 10년전에 스마트폰 처음 장만하실 때 대리점에서 깔아드렸을 테고, 비밀번호 설정도 그쪽에서 했을 겁니다. 그 후 스마트폰을 바꿀 때마다 앱 복제로 수월하게 넘어왔을 테니 비밀번호는 본인이 모르실 겁니다. 비밀번호 찾기를 할 때라는 거죠. 이 때만 해도 저는 '뭐 문자로 여섯자리 인증이나 오겠거니...'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즘의 카톡 인증은 본인 명의 전화의 문자로 여섯자리 숫자가 오고, 그걸 잘 입력하면 또 하나의 퀴즈 다섯개 인증을 거쳐야 합니다. 본인의 카톡 친구 중에서 세 명을 랜덤으로 찍어서 프로필 사진이 맞는지 틀린지 클릭하고(또는 네 장의 프로필 사진 중에서 랜덤으로 카톡이 지정한 친구 사진을 고르라던가), 본인의 수많은 앱 중 카카오 계정과 연동된 앱이 많는지 틀린지 두 번을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 친구/앱 카테고리에서 각각 한 번은 퀴즈를 패스할 수는 있지만 두 번은 기회가 없고, 나중에 퀴즈를 망하면 틀린 횟수와 틀린 문제를 절대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복습할 기회조차 없는 거죠.

 

그런데 아부지는 그 연배 갱상도 남자분 답게 현실 세계 지인의 카카오톡 배경이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도통 없으시고, 아부지 연배의 지인들은 보통 자기 사진이 아니라, 손자손녀 사진이나 여행가서 찍은 풍경이나 꽃 사진을 프로필로 해 놓습니다. 난이도가 확 올라간 거죠. 그리고 저는 아부지와 공통 카톡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아요. 비협조("내는 그런 거 모린다" 맞습니다. )를 넘어 겨우겨우 퀴즈를 풀 무렵 몇 번 틀렸는지도 모르게 퀴즈는 종료. 이제 24시간 후에나 비밀번호 찾기는 단 한 번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그 후 피씨카톡을 다시 깔아본다던가(피씨 카톡을 깔면 '비밀번호 재설정'으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재설정에서는 퀴즈를 풀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랜덤입니다. 난이도가 내려가는 거죠. 사실 피씨 카톡을 아부지 랩탑에 설치해 드린 적이 있는데 잘 쓰지도 않는다며 도로 지워버리셨;;;) 카톡 CS 센터를 찾아본던가 헛수고를 여러번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요즘 모든 젊은이들이 검색창으로 이용한다는 유튜브에서 이 문제를 찾아보았는데요, 미리 이메일 인증을 해 놓지 않은 이상, 퀴즈 풀이 자체는 디폴트라는 사실만 확인. 

 

그 다음날, 온리 두 분의 IT 해결사로서 단박에 해결 못해서 자존심이 상한(...) 저는, 카톡 CS센터가 여는 오전 열시까지 기다렸다가 문의를 진행했습니다. 여담인데, 카톡 전화상담은 코로나 사태 이후 아예 안 합니다. 이때다 하고 없애버린 게 아닐까 싶지만;;; 어쨌든 제 카톡으로 '카카오 고객센터'를 검색, 친구 추가해서 챗봇으로 해결하라는 압박을 무시하고(어제 챗봇이 매뉴얼을 그대로 읽어주는 걸 듣고 해결의지 상실) 일반 상담원과 채팅 상담을 연결했습니다. 앞의 대기 인원은 58명;

 

드디어 연결된 상담원은 상냥했으나 본인이 숙지한 매뉴얼을 반복하는 정도만 해 주었습니다. 당연한 거죠. 카톡 비밀번호 찾기는 처음 시도에서 실패하면 24시간 후에 한 번을 더 시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도 틀리면 24시간 후에 '카톡 비밀번호 재설정'으로 넘어갑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비밀번호 재설정에서는 문자 인증을 진행한 후 퀴즈 인증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그 확률 자체도 랜덤입니다. 상담원 권한 밖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퀴즈가 노인분들에게는 굉장히 부담인데, 영상통화 인증이나 계좌 1원 송금 후 인증같은 대체 제도는 없냐'라고 물어봤습니다. 지금은 퀴즈인증만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실시하고 있으며 불편에 대해서는 윗선에 전달해 보겠다는 상냥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그냥 퀴즈를 잘 풀어야 할 때인 듯 합니다.

 

그리하여 24시간이 정확하게 지난 후, 저는 해결했습니다. 어떻게 해결했냐면, 그냥 운빨이 좋아서(...) 이번에 카톡 친구 첫 문제는 아무리 봐도 못 풀겠더라구요. 이번에는 4지선다형 문제로 나왔는데 다행히 랜덤으로 찍힌 두 명이 희미하게나마 자기 얼굴이나 특징이 드러난 프로필을 쓰고 있었구요(거기다 한 명은 저도 아는 사람이었음), 나머지 랜덤 한 명은 절친이라 풍경 사진도 '걔 거 맞다'라고 알아보셨음. 그리고 카카오 계정 랜덤 앱도 '카카오 맵은 깔려져 있으니 연동되어 있을 것이다'로 연동 맞습니다, 게임 앱은 하실 리가 없으니 연동 아닙니다로 풀었습니다. 연속 다섯문제 맞춰서 비밀번호 재설정으로 넘어갔어요 ㅠㅠ

 

그리고 저는 이 사단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부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한 깔끔하게 본인 취향대로 정리를 하셔야 하는 분인데, 아부지 실친들이 마음에 안 드는 메시지를 보낼 때도 있고, 카톡봇에서 홍보 메시지가 날아오는 것도 일일히 선별해서 지우고 싶으셨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몇 개 예제 실습을 통해 특정 메시지만 안전하게 지우는 법을 다시 가르쳐드렸고, 그 과정에서 예제로 제 메시지도 보냈지만 가차없이 지워버리셨음 ㅋㅋㅋ

 

어쨌거나 문제를 해결해서 기분이 좋아진 저는 인사를 드리며(그 와중에도 아부지는 마음에 안 드는 메시지를 지우고 계셨으며 어머님께는 2촌의 위대함에 대하여 아부하는 감정노동을 해드렸음) 이틀에 걸친 효도를 끝냈습니다. 아웅 피곤한데 기분좋아.

결론: 피씨카톡도 깔아두고, 설정->개인/보안->카카오 계정에서 이메일도 등록해 둡시다. 그리고 비밀번호는 잘 관리하고, 카톡 친구들 근황도 프로필 사진으로 확인해 봅시다.

 

덧. '효도러' 카테고리를 신설할까 하다가 뭐 그리 많은 건수도 아닐 거 같아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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