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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다녀와서 좀 아프네 어쩌네 하면서 집에 며칠 있다가 또 여의도에 점심 먹으러 당일로 갔다왔습니다. 열시 비행기 타서 오후 세시 반 비행기 타고 돌아왔으니까 서울에 있었던 건 딱 네시간 반이네요. 9호선으로 이동한 시간 빼면 두 시간 반 남짓? 도쿄 가서 우동 먹고 오고 제주도에서 흑돼지삼겹살 먹고 바로 돌아오는 삶이 부럽지 않습니다. 뭐 길게 얘기하자면 좀 웃픈 사연이 있긴 합니다만;

 

여의도에서 같이 식사할 동행은 도착하기 직전에 이곳의 지도를 던져줬는데요, 저도 잘 아는 빌딩(여의도에서는 빌딩 단위로 집을 기억합니다. 여기는 여의도역 3번출구로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HP빌딩)이고 역에 인접해서 망정이지 하고 좀 내적 투덜거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예약을 안 받고 오는 순서대로 기계로 예약을 접수하는데 앞 팀이 딱 10팀인 걸 보고 그 투덜거림은 조금 더 심해졌어요. 왜냐하면 제가 도착했을 때가 서여의도 은행권의 점심시간 시작타임인 11시 43분이었거든요. 근데 점심시간 빠른 증권 투자 인간들이 이미 점심 1타임을 선점하고 있었음;;;

 

어 뭐 10분쯤 지나니 동행도 오고, 생각보다 순서도 빨리 빠져서 12시 갓 넘자마자 들어갔습니다. 각 테이블이 분리되게 가벽이 쳐져 있는 걸 보고 기분이 좀 좋아졌음(여의도 인간들의 습성이 좀 이렇습니다; 저도 3년 넘어서 여의도 물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건 참 따지게 되네요)  주문하고 대략 10여분 지나면 서빙이 되어 옵니다. 

이건 동행한 자의 일반 카이센동(18,000원) 맛있게 잘 먹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건 제가 시킨 우니이꾸라카이센동(27,000원) 성게알과 연어알이 들어간 일본식 회덮밥이라고 밑에다가 좀 써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카이센동이야 이런 일식집 오는 자들에게 거의 토를 안 달아도 알아먹는 메뉴 이름이지만 우니라거나 이꾸라는 좀 아니잖습; 저처럼 음식 이름이 일어 지식의 거의 다일 정도로 먹을 것에 집착하는 인간이야 알아들을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여기엔 성게알과 연어알 뿐 아니라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꽤나 실한 양의 단새우, 장어, 연어, 광어, 토치로 겉만 살짝 그을린 한치, 간장에 절인 참치, 전복, 조개 관자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먹을 때마다 하나 하나 극상의 맛인데다 조화도 잘 되어서 살짝 언짢던 기분이 사르르 풀리고 좋아지더라구요. 전 참 먹을 거 관련해선 단순한 인간이에요. 내가 그렇지 뭐 어허허허;;;;

맛있는 것은 크게 보는 것이 좋아서 다시 크게 찍어보았습니다. 와사비 간장을 둘러 먹어도 맛있고, 옆의 조미 안 된 마른 김에 싸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사실 뭐 서울의 좀 한다하는 카이센동 가격이 3만원대 형성된 걸 생각하면 그리 어이없는 가격도 아닌 듯 합니다. 거기다 저 실한 양의 성게알을 생각하면. 전 참 성게알을 좋아합니다. 성게알을 한 판 다 시켜서 혼자 먹어치울 수도 있어요. 소싯적(그니까 20대 후반요;) 웬 재수탱탱이 남자랑 소개팅을 했었는데 딴 건 다 참아줘도 제 성게알을 지가 가져가서 맛없게 먹는 걸 보면서 마음속의 끈이 끊겨지는 걸 느꼈음-_- 결국 잘 안 됐죠 뭐;

왜국 수출규제 이후 처음 먹어보는 왜국 맥주인 듯 합니다. 앞의 덮밥으로 업된 상태라 두 잔 시켜먹음.

그리고 한시까지 들어가야 하는 동행을 전송한 후 저는 추억이 방울방울하는 IFC를 좀 헤매다가...

옆동네 더현대서울에 놀러왔습니다.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깜놀(하긴 휴가철에 연휴도 끝난 월요일 한시에 붐벼 봤자긴 합니다만;) 감상은 음...그냥 백화점입니다. 현대백화점인데 계열분리된 현대카드의 재수탱탱이적 갬성이 많이 느껴지는 곳이긴 하더라구요.(신세계=정용진갬성, 롯데=왜구갬성)

1층에선 샤갈, 바스키아, 뱅크시, 호크니, 백남준 등의 그림과 판화(그니까... 한 100개쯤 찍어내는 희소성있는 버전요;)를 볼 수 있는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소액 분할투자도 소개하고 있긴 하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낚여...아니 투자해 보셔도 좋을 듯. 전 김덕용씨 저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겁나 비싸더라구요 어허허;;;

이렇게 두시간 반짜리 여의도 여행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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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 한 달 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평일에 싸돌아다닐 일이 없으면 가급적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라고 하더라구요(...) 뭐 사무실에 앉아 놀기도 괜찮은 편이고, 전 대체로 말을 잘 듣습니다. 그리고 딱히 이 시국에 멀리 갈 데도 없잖습니까.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알바처의 복지는 입지입니다. 전포동 카페 거리가 근처인데, 힙한 젊은이들 취향의 맛집이 많습니다. 너무 젊은이스럽지는 않고, 딱 젊은 직장인 취향.

몇 주 전부터 눈독들였던 전포동 카페거리 '부산동'의 카이센동 입간판. 두번인가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월요일이 쉬는 날인걸 까먹어서(...) 결국 어제 갔다왔습니다.

내부는 이렇습니다. 거리를 바라보며 먹을 수 있는 테라스 자리도 꽤 넓어요. 그날따라 날씨가 찹찹하고 침침하길래(소만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더니 딱 그짝이네요;) 테라스가 아니라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열한시 반쯤에 오픈하는 것 같구요, 열두시 되면 손님들이 많아집니다. 저는 뭐랄까... 요즘 은행 내부통제역의 점심시간 패턴을 따라하고 있습니다.(은행 정규직원들 밥먹으러 가기 전에 점심 클리어한 후, 배두드리고 산책하는 중늙은이 양반들 같다는 얘기죠)

간판은 이렇습니다. 저는 입구에서부터 보고 꽂힌 카이센동(특가 15,000원) 세트를 시켰습니다. 나오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므로 그냥 그런갑다...하고 기다리면 됩니다. 실은 카이센동 여기 들어가는 생선 중에서 토치에 굽거나 즉석 조리를 해야 하는 종류가 꽤 있거든요.

황다랑어, 황새치, 새우, 가리비, 계란, 연어, 장어, 한치, 삼치, 토핑된 날치알. 곁들임은 일식 계란찜, 닭다리살 소바, 미니샐러드, 소금기름없이 심플하게 구운 김. 카이센동 위에 간장을 두 바퀴 휘휘 돌린 후 비비지 말고 적당히 생선과 밥을 더해서 와사비 또는 구운김과 같이 먹으면 됩니다. 같은 가격의 스시보다 훨씬 만족감이 높은 생선 퀄리티입니다. 선도도 좋은데, 특히 굽기를 잘 하네요. 그리고 닭다리살 소바가 적당히 닭다리살 꼬치 느낌의 태운 맛이 좋고, 소바 국물도 좀 짜지만 아주 맛있어서 단품으로 팔아주거나 혹은 닭다리살 꼬치도 같이 팔았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워서 나가는 길에 저녁에 몇시까지 하냐고 물어보니까 여덟시에 문을 닫는다고(...) 아니 회 파는 일식집이 왜 그 시간에 문을 닫죠 왜죠;;; 

위치는 대충 이렇습니다. 인스타에 올리면 오렌지쥬스 준다던데 전 오렌지쥬스가 위랑 잘 안 맞아서 인스타에는 올리고 패스. 도움이 되는 손님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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