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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보다 더 큰 손 그 손등에 불거진 핏줄 매우 좋아합니다
강행군으로 목이 갔다며 연신 신경쓰는 모습

사진이라는 게 현장을 그대로 담는 것인데 찍는 사람 별로 천차만별이 되는 이유는..
- 피사체가 찍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표정이 다르고(영국의 마거릿 공주가 욕조 속에서 티아라를 쓰고 들어가 당시의 남편이 찍을 때 환하게 웃는 사진을 그래서 좋아합니다)
- 포착하는 각도와 순간이 다르고
- 수많은 사진 중 고르는 취향이 다르기 때문인 듯 합니다.

저어기 혀 쏙 내민 사진을 고른 이유를 참 현학적으로 포장하려고 애씁니다-_-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김수인 춘향가 요약:
이몽룡이 이해 안 가는 MZ소리꾼 김수인
부내나는 황포에 옥골선풍 잘생김 연기 맥스
어사출도와 월매 씬 너무 본인 취향인 거 티남
기생춤과 월매덩실덩실 춤선 이쁨
완창도 절창도 보러 오래요

판소리 다섯마당 김수인 춘향가 후기 들어가겠습니다
앞에서 대전연정국악원 주최측에서 나오셔서 판소리와 국립창극단, 젊은 소리꾼, 이번 판소리 다섯마당의 의의, 동초제 춘향가에 대해서 차분하면서 유창하게 풀어주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우리의 것은...
부내입니다 네 진짜요

주최측, 김수인명창(이라고 매번 불러주심), 고수님의 한복, 부채, 버선, 갓, 물이 담긴 도자기, 그 모든 것에 고급스런 부내가 그득그득 흘러넘쳤습니다 하다못해 부채에 달려있는 자그만 노리개 술조차 부내넘치는 우리의 것 세계....

아참 동초제 춘향가는 초대 국립창극단장 동초 선생께서 춘향가 각 대목의 좋은 부분을 다 넣어서 최대 아홉 시간, 짧게 해도 여덟 시간이라고 하네요. 근데 오늘 60분 들어보니 그럴만두...옥중상봉부터 어사출도, 상봉, 월매 엔딩까지 한 시간이 후딱 가요

소개가 끝나고 드디어 나타난 '얼굴 진짜 작다'(오늘 하도 많이 수근덕거려서 김수인 개명한줄...) 김수인 선생. 22시간만에 뵙네요. 가을이라 추워보이지 않게 입겠다더니 골드에 가까운 황포에(아 바지도 부내났...) 중짜 크기 갓 썼더니 뭔 이메다임. 판소히 다섯마당 중에선 이몽룡 최적화이긴 함

꽤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춘천에서 공연하고 왔더니 목이 많이 간 것 같아서 컨디션이 걱정이 되지만 최선을 다하...하더니 '그러니까 여러분이 추임새를 해 주시면 많은 힘이 되겠습니다'하고 씩 웃는데 관중들을 쥐락펴락...추임새는 진짜 잘 나왔어요

옥중상봉부터 하는데 이 부분이 힘이 많이 들어가지만 '진진하고 아정한' 맛이 있다고(...가 애 옹알이하듯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보니까 역시 모태 소리꾼) 이게 느리지만 사람의 감정을 쥐었다폈다 춘향이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거라 들으면서도 꽤 진력 소모가 되었어요

옥중상봉 주요 씬 마치고 나서 '물 좀 마시겠습니다'하고 긴장 확 풀리는 모습. 여기까지가 소리꾼들도 힘이 많이 들어가서 긴장하는 대목이래요. 그 담 옥중씬은 몽룡이가 어밍아웃하고 싶었지만 월매가 알았다간 바로 남원 일대에 소문 다 내서(장모를 너무 잘 아는 사위)참는다는 월매 까는 얘기.

몽룡이가 어밍아웃 못한 이유는 옆에 있던 월매가 '새수없어서' 소문 퍼뜨릴까봐였는데 단어 뜻은...
말이나 짓이 줏대에 맞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고 소갈머리가 없다...
아 웨 춘향전에서 제일 현실적인 인물이구만 ㅋㅋㅋ

동초제가 길어서 감정선이나 속사정을 차분차분 짚어주는 편이라 좋더군요(아 전 어린이 춘향전 후반부 읽다가 어사또 미친새낀가 했던 기억이...) 물마시고 끊고 간 이유를 알 거 같아요 그 이후부터는 꽉 막힌 속이 슬슬 풀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대전국악원 측에서 소개할 때 창극단 분들이 판소리할 때는 소리만 하시지만 연기나 몸짓이 티가 날 때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끄덕)
사또잔치 기생춤을 2초쯤 추는데 그렇게까지 요염하게 출 일인가...

그 다음에 변학도 생일잔치-어사출도는 김수인이 완전 날라다님. 특히 어사출도에서 우르르 밀려드는 고저장단과 각 고을 수령-변학도-수하가 허둥지둥 자빠지는 해학적 묘사를 10분동안 숨도 안 쉬고 속사포랩처럼 하는데 와...우리 말맛이라는 게 이런 거군요

끝나고 잠시 또 물 마시는데 고수님께서도 '사랑에 또 빠진 이승민 표정'(그런 거 아시죠)으로 진짜 잘해요 하고 환호가 이어지고 그랬어요.
+)중간에 수인이가 '본관'은 변학도라고 설명해줘서 판소리 초보인 저는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후반부 내내 어사또-본관 이렇게 나오거든요

그 다음은 어사또가 춘향이 떠 보는 장면. 힙리꾼선생께서는 잠시 끊으시고 춘향이 정절 때보다 더 이해 안 간다는 표정으로
'진짜 나쁜 놈이죠'
'그냥 안아주면 되는데'(어머 오빠)
'전통은 전통이고 고전은 고전이고...배운 거니까...중얼중얼'
라고 몽룡이를 엄청나게 까셨습니다
모두까기 선생(아 월매 안 깜)

김수인의 몽룡 춘향 앞담화..아니 사설치레도 어제 다섯 마당의 취지(젊은 유명소리꾼 다섯 무대)와 판소리초보 다수의 청중들을 고려해서 미리 준비한 듯 했어요 이 분 본인의 퍼포에 엄청 사전에 신경쓰는 듯 해서...

하긴 뭐 춘향이도 몽룡이 알아본 다음엔 서울 사람 독하다며 까니까 뭐...(평생 까임 획득)

그리고 제가 춘향가에서 제일 사랑하는 월매의 태세변환 엔딩. 월매에 완전 빙의해서 초반에 민구스러워하다가 엄마 찾으니까 그때부터 열녀춘향 난 배로다 어사장모 나가신다 하고 건들건들 뽐내시며 휘르르르 돌고 덩실덩실 춤추는데 춤선 너무 이쁨.
몽룡이 해봤으니 월매 특출해주면 안될까(진지)

아 맞다 오늘 춘향가 하기 전에 목 푸는 단가는 동초제 사시사철, 앵콜은 적성가하고 진도아리랑. 이미 그 때 목이 꽤 잠겨 있던 게 티가 나더군요. 강행군이었지...노래도 춤도 안 추는 나도 지금 너 따라다니다 객사 일보직전이다;

-이렇게 김수인 주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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