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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강화도 전등사-청와대-부산의 강행군을 마치고 이틀간 앓아 누웠다가 일하다가 하다 보니 청와대는 후기 타이밍을 놓쳤군요. 그래도 자기 만족이니께 남겨 봅니다. 아참 제목의 '사랑이란 간사한 것'이란 청와대 개방과 대중 공연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순화하자면)이던 제가 크레즐 단독 스케가 잡힌 후 빠른 태세 전환으로 '아 글엄글엄 취지도 좋고 너무 좋은 거 같아여'라고 간사하게 돌아선 걸 말합니다 ㅋ
- 강화도 탈출 청와대 입성의 택시 팀을 결성했었습니다. 아침 여덟시에 출발할 때쯤 이미 청와대에는 대기 순번이 꽤 있다는 정보 입수. 아홉시쯤 경복궁역에 내려 카페인 수혈, 짐 맡기고 잔디마당 도착하니 대략 9시 50분쯤. 도착하니 듣던 대로 꽤나 줄이 늘어서 있더군요.

- 무대 상태는 사진과 같습니다.

- 그 때부터 대략 두 시 입장까지 서 있거나 적당히 옆 모서리에 기대거나 버티다 보니 아직까지 다리가 아픕니다.  

- 포레스텔라 페스티벌 필수 물품 메모 쌔벼옴; 여기다가 우비와 짐 담을 김장 비닐까지 다이소에서 사서 추가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집에 사은품으로 받은 낚시의자 있는데 짐 안 늘린다고 두고 왔더니 몸이 고생함.
 
- 아참 대기 중에도 음료수는 되는데 취식은 금지더군요. 오 음료수는 된단 말이지 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 사와서 탄수화물과 칼로리 보충<-;;;
 
- 등산객과 관광객 인파가 많이 지나가는 길이라 대기 줄의 정체에 대해 자와자와하는 게 너무 적나라했;;; (이거저거 생략)가장 긍정적인 반응은 '크레즐이 뭐야?'하고 유튜브에서 바로 검색해보는 분들. 계속 보세요!!! 우리 애들 무대 쩔어요!!!
 
- 좋은 점이라면 사전 예매 600명 외에도 오다가다 서서 리허설과 본무대 구경하는 분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는 점. 감동적인 가곡-장년층에 익숙한 황진이-국민건전가요 홀로아리랑. 셋리 참 잘 짰다.
 
- 크레즐이 리허설하러 입장할 때 스스슥 너무 빨리 가버려서 어어어 하는데 이미 들어감 승민이 흰 스트라이프 셔츠, 수인이 생일선물 우영미 남방, 규형이 어제랑 같은 남색 재킷과 베이지 바지(어젯밤은 집주인 집에서 잤다는 설 탄력 받음)
...조진호 너무 예뻐서 얼굴만 봐서 착장이고 뭐고 휘발됨(정신 차리고 리허설 보니 킬디스럽 무대의상 미리 입고 옴)

 
- 리허설 때 비가 부슬부슬 왔는데 진호가 '(여러분) 탈모 오는 거 아니예요?'하고 걱정해주다가 '(격, 한국의 멋' 포스터 가리키며) 아 격조 높은 무대에서...ㅎㅎ' 함. 아녀 탈모 중요하다.
 
- 애들 리허설 마치고 무대 옆 뒤로 퇴장하는데 잘했다고 환호하자 수인이 양손 흔들고 활짝 웃으며 덩실덩실함
국립국악관현악단하고 협연 미침..
계속 잘해봅시다 우리...(이미 우리 됨) 이걸 왜 유튜브 중계 안 하냐 진쯔

 
-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고 두 시에 표 배부 받아 입장. 걍 주는 대로 받음. 무대는 160석*4개 블럭이었는데 아무래도 앞왼쪽부터 쭈욱 순서대로 뿌린 듯. 저는 이승민존. 나중에 보니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각도상 잘 안 보여서 아쉽. 
 
- 근데 어제 와대× 국립극장O 굿즈 비막이 모자 은근 유용하지 않나요? 선물이란 내 돈 주고 사긴 그렇지만 남이 주면 기꺼운 그런 것이 전 좋더라구요
역시 아낌없이 주는 국극...추임새 클래스 만원 받고 고급 식혜와 떡으로 페이백하는 국극

 
- 본무대 전까지 비 와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직전에 개더군요. 역시 기존쎄 그룹과 풍수 명당 중 명당 청와대의 콜라보.
 
-  공연은 총 80분이었구요, 첫 번째 순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애국가. 올드 랭 사인을 포함해서 대한제국 초기의 애국가부터 안익태 버전 현대 애국가까지 세 버전 애국가를 한 곡으로 묶었습니다. 처음엔 좀 진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깨고 참 좋았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김수인 직장인 국립극장 소속이라 내적 친밀감은 맥스였는데 이렇게 직관은 처음. 퀄리티와 합이 웬만한 서양 관현악단은 가볍게 능가했습니다.
 
- 두 번째 순서는 제가 매우 사랑하는 국립창극단 소속 소리의 신 민은경님이 협연한 단가 '사철가'(사철가의 부분이 황진이에 메시업되어 이쪽도 내적 친밀감 맥스) 단가가 판소리 전에 목을 푸는 노래라고 하더군요. 오늘따라 민은경님 미모와 우아한 착장이 돋보였습니다.
 
- 존웃 모먼트 얘기하자면 민은경님이 '여러분 추임새 아세요?' 했을 때 안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오자 '어떻게 아세요?'라고 해서 '추임새 클래스~'라고 하자 추임새를 시켜 보심. 생각보다 추임새가 좀 약하자 '추임새 클래스 들은 열 분 정도만 오신 거 같은데요 ㅋㅋㅋ' 그리고 추임새를 간단하게 가르쳐 주심. 무대야 뭐... '작은 거인'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았음.
 
- 아니 근데
국악인은 다 기존쎄잖아요
기존쎄만 살아남아 국악인이 되는 건가요
국악인이 되면 기존쎄가 더더 되는 건가요?
 
- 세 번째 무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라라랜드' OST. 서양 선율이 우리 소리에 어떻게 담길까 궁금했었는데 와...그게 되네요. 
 
- 네 번째 무대는 크레즐 협연. 여담인데 오늘 사회는 아나운서 진양혜님(대충 제 연배 위로는 매우 익숙하고 유명하신 분)인데 그룹 설명할 때 '크리에이티브의 크레, 즐겁다의 즐'이라고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는데 베테랑 아나운서답게 '즐'을 너무나 고급스럽고 정확한 딕션으로 발음하셔서 개터졌;;;   
 
- 곡 순서는 나하나 꽃피어-황진이-홀로아리랑. 나하나 꽃피어도 서양 메이저 음계라 경연 당시에 수인이가 맞추느라 고생했는지라 이게 우리소리 마이너 음계에 어떻게 맞추나 했는데...이것도 되네? 그리고 크레즐이 반 음계 조정된 걸 기막히게 잘 소화해서 또 감탄.
 
-  첫 곡 마치고: 
김수인-진짜 많이 와 주셨어요(무대 올라올 때부터 네 명 다 업된 게 너무 잘 보였음)
조진호- 이 정도면 콘서트해도 되겠는데?
크레즐 그룹의 현실을 담당하는 그이의 '콘서트해도 되겠는데' 아홉 글자에 객석은 아수라장이 되고 마음은 두근두근

 
- 근데 이쯤 되면 솔로 듀엣 끼워서 크레즐 팬콘할 셋리는 되는 거 아닌가욤 네 명 솔로무대+리버+덴져러슬리+겨울잠+네버체인지+경연 네 곡+홀로아리랑+그 외.

 
- 그리고 진호가 본인은 풍수지리같은 거 잘 모르지만 여기 산 보이고 공기 맑은 게 너무 좋다고 하고 수인이가 풍수지리 명당이라며 만담 이어감. 아니 근데 오늘 무대 위 크레즐 시점의 사진 하나만 봤으면 좋겠어요 객석에는 풍류객이 넘실넘실 최고의 풍수지리 명당의 정결한 기운 절경
 
- 황진이는 본격적으로 긴장 풀고 음악을 타며 덩실덩실 분위기를 띄우는 게 인상적. 그리고 어제는 음향팀 실수로 듣지 못했던 아니리 부분을 본공에서 들으니 참 좋더군요. 김수인의 '풍류객이 모였으니 놀아본들 어떠하리' 이후에 얼쑤 추임새가 한층 고조되자 김수인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며 따봉 날림.
 
- 황진이는 임규형 파트를 조진호가 나눠 가질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날리고 김수인 앞 부분 파트를 나눠 가졌는데요 너무 구성지게 잘 소화해서 새삼 놀람. 조진호도 레슨받으면서 국악에 성악에 저변을 넓혀가는데 내가 뭐라고(급반성과 자기개발 의지를 다진 후 바로 까먹음)
 
- 마지막 멘트 타임에
김수인: 이번 곡으로 끝이지만 내년 초에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공연 있으니 보러 와 주실 거죠? 약속! 
조진호: 그 땐 새로운 곡이 있겠죠? 저희 뒤에도 국립관현악단 연주가 이어지니 자리 끝까지 지키고 봐 주실 거죠? 약속!  (열여섯 미소녀 아이돌 말투로) 약속! 
임규형: 퐈하하하(허리 꺾으며 대폭소)<-똑같은 약속!이라도 조진호에만 대폭소 반응
조진호: 왜요~저 아이돌이에요~ 아닌 것 같나요?
약속은 하는데 신년음악회에 내 표가 있었음 좋겠다 ㅠ

 
- 공연 펄펄 날아놓고 마지막 인사하러 다시 올라올 땐 수듑수듑해서 갭 맥스.
 
- 임규형 최고의 개그맨 조진호
조진호 최고의 리액셔너 임규형
이승민 마음으로 낳은 김수인
김수인 메멘토 모드 금사빠 이승민

 
-  마지막 곡은 홀로아리랑. 다 좋았지만 베이스급으로 둠둠 내려가서 묵직하게 잡아준 이승민(새삼 이승민 음역 진짜 넓은 걸 실감 나하나 꽃피어 마지막에는 하이바리톤으로 올라가잖슴)과 임규형과 부자 대화(뮤배와 창극 배우라 연기가 출중하더군요) 후에 허공을 후려치는 김수인의 구음은 진짜 보물이었습니다.
 
- 그리고 거의 모든 분들이 자리를 지켰지만 마지막 무대 직전에 앞줄에서 무대 빠져나간 몇 분 때문에 좀 그랬습니다. 진호가 전등사, 와대에서 거듭 말한 '무대 끝까지 즐겨 달라'는 당부는 물론 주 목적이 뒷 무대 퍼포머들을 챙기는 살뜰한 배려, 성숙한 팬을 위한 당부였지만(알랍엔젤) 말에 함의를 넣는 그 성격상 퇴근길 초근접 따라붙는 팬 이슈도 있다고 궁예. 극소수지만 참. 당분간 진호는 저 멘트 계속할듯.
 
-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다섯번째 무대, 원일의 '신뱃노래'는 원래도 흥겨운데 각종 출연자가 소품(아니 우리 지휘자님께서 응원 수술을 양손에 들고 지휘하실 줄이야)을 활용해서 흥을 돋우는 게 돋보였습니다. 계속해서 실험하며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에 박수.
 
- 감동에 불타올라 내려가는 단원 분들께도 아낌없이 박수 보내고 퇴근길에도 멋있었다고 주접떨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인스타에도 후기 주접댓글 남김. 우리 '세종의 노래'에서 만나요오~
 
 - 뭐니뭐니해도 전 빠니께 애들이 기 살아서 행복한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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