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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앙동은 서울로 치자면 종로 안쪽 그리고 을지로 퇴계로 어딘가 언저리쯤에 해당하는 구도심입니다. 저는 여기서 (6년 전 기준) 직장생활을 2년 정도 해서 노포에 대해서 잘 압니다만 그 노포들이라는 게 대체로 저녁에 부어라마셔라 하는 데라 점심 메뉴로는 겐짱 카레(+ 저만의 영국식 괴식 맛집 '런던'도 있긴 한데 여기는 약간 길티 플레저 같은 곳이라;) 말고는 딱히 생각이 안 났습니다. 왜 절므니들 많이 가는 곳은 빨리 바뀌잖습니까. 거기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제때 영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좀 더 업데이트된 일행 의견을 수렴해서 일식 튀김 전문점 '상짱'으로 정했습니다.

오전 열한시 반에 오픈을 하는데 오픈 때부터 붐빈다고 합니다. 저희는 일부러 열두시 반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 때도 이시국답지 않게 백판에 대기 줄이 꽤 있었습니다.(여기 자체가 워낙 직장인 수요가 탄탄한 곳이라 평일 점심은 어디든 붐비긴 합니다) 일단 오면 정문 왼쪽 백판에 대기부터 올려두는 게 좋습니다. 오, 그런데 정문 옆에 주인장 이력이 줄줄이 나와 있는데 서울 튀김 명가 '청송'에서 일했다고 하네요?(가끔 생각날 정도로 맛있습니다) 그리고 후쿠오카 어쩌고저쩌고 무슨테이 장어맛집에서도 일했다고 하고? 신뢰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여기 점심은 모밀, 덮밥 등 일식 가벼운 일품 요리에 튀김을 곁들이는 정식이 많습니다. 저는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카이센동+튀김+사골오차즈케 정식(中 15,000원)을 시켰습니다. 여름에는 모밀튀김정식(9,900원이었나;)가 매우 잘 나갈 듯. 

카이센동은 반 숙성회가 워낙 두툼하고 양이 많아서 결국 밥은 오차즈케까지 못 가고 좀 남겼습니다. 처음 오신 분은 테이블 위에 카이센동 맛있게 먹는 법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대충 따라하면 됩니다(간단히 말하자면 밥에 양념 좀 올려서 회는 냅두고 밥과 고명을 반만 비벼서 먹다가 마지막엔 찻물 부어서 오차즈케로 말아먹으면 됩니다) 사골 오차즈케라 궁금했는데...; 그리고 튀김은 3가지 종류가 갓 튀겨질 때마다 그때그때 가져와서 튀김판 위에다가 올려주는 식이라 사진을 잘 못 찍었는데 처음에 나온 가지튀김이 환장하게 맛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먹은 삼겹살 튀김(사진에 있는 저거요)이 좀 괴식 삘이라 긴장했는데 역시 기름진 고기+튀김은 진리입니다. 라거 맥주와 곁들이면 정말 좋을 튀김.(...인데 배가 워낙 불러서 맥주는 못 먹었음;)

서울 청송과 비슷한듯 약간 다릅니다. 어디든 다른 도에서 찾아와서 먹을 만큼 맛있습니다. 저녁에는 장어 먹으면 정말 괜찮겠던데 한 시간 단축해서 여덟시 반까지만 합니다. 시국 좋아지면 근처에서 일하는 구회사 양반들이랑 와야겠어요.

덧. 여기 바로 맞은편에 백종원씨가 3대천왕 찍고 간 '부광돼지국밥' 있는데 상당히 괜찮습니다. 제가 직장 다닐 시절 수십번 갔었거든요. 50번 이쪽저쪽이겠네요. 얇고 야들야들한 돼지수육, 너무 묵직하진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국물의 밸런스가 괜찮습니다. 사이드메뉴로 순대 시켜서 막걸리랑 마시면 이것이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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