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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각본: 미키 데자키
나라: 미국
장르: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뒷목 블랙 코메디)

http://naver.me/G1dtzNtH
<-여기 감독 인터뷰에 엔간한 배경 얘기는 다 나와 있습니다. 전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일본 우익 학습에 유용’ 만 알고 갔어요.

보러 간 이유는...
-전 일본 우익을 싫어하는데, 상세히 조목조목 까고 싶었습니다​


대충 이런 거죠. 알아야 잘 깝니다. 물론 전 그분들이 호날두 빨았던 것처럼 일 우익을 사랑한 적도 없어요. 그래서 뜨문뜨문 싫어하는데 한번에 좀 꿰고 싶어서.

-한데 이걸 나중에 웹에서 구매해서 보려면...세상에 자극적이고 재밌는게 얼마나 많은데 끝까지 보겠어요; 저도 2분짜리 유투브 동영상이 길다고 느껴질만큼 말초신경이 쩔어서. 이런 건 역시 영화관에 셀프 감금시켜놓고 봐야죠.

-그런데 어째 이번주 목요일 이후로는 상영 스케줄이 훅 줄어들더라구요. 아니, 좌석점유율도 괜찮고 요즘 이슈랑도 잘 맞는데 좀 버텨주면 안 되겠나 싶지만 일단 예매했습니다.(사실 전 흥행예측에는 별로 재능이 없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설마 퀸 전성기 다음에 태어난 절므니들이 락밴드 영화 보겠어 하고 1주차에 허겁지겁 본 인간)

보고 나서 감상을 요약하자면,

-한일 갈등은 당분간 잠잠해지기 힘들겠다
-모든 논거의 2차 가공 소스를 의심하자. 논문, 기사, 연설, 인용구 캡처의 전후 맥락, 사회적 함의에 따라 충분히 왜곡되고 오도될 수 있다.
-중국 힘조(...)

뭔 얘기인지 좀 풀어서 써보겠습니다.

이 다큐는 ‘미키 데자키’, ‘나’로 지칭되는 일본계 진보 성향 미국인의 문제 인식-팩트 체크-근원적인 원인 분석-전망-제언으로 마무리짓는 상당히 괜찮은 구성입니다.

1. 문제 인식
진보 성향의 일본계 미국인인 ‘나’는 유투브 등등 웹에서 활동하는 극우 성향 일본인과 ‘일빠’ 미국인에 대해 코멘트했다가 그들에게 엄청나게 다굴당합니다. 근데 조리돌림 기간 메인 1년 동안 이 양반은 스님 수행 중이었다네요ㅋㅋ(뭔가 비범하다)

돌아온 그는 그들의 발언, 그리고 주요 이슈 중의 하나인 위안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 아까 일빠 일본인 중에 유투버 ‘texas daddy’(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길. 여러 모로 제가 지난번에 읽었던 미국 400년 계급사의 그분들이 떠올랐습니다)가 미국 내 소녀상에 대해서 쓰레기라고 모욕적인 언동을 업로드하고, 무려 백인이 자신을 지지해준다고 환호하는 일본 대중들에게 방일 행사도 하고 책도 내고 하는데 일본어는 하나도 못하더란 말이죠? 그 뒤에 그의 모든 발언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인 매니저, 그 또 뒤에 일본인 ‘수정주의자’ 그룹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들의 주장을 인터뷰하게 됩니다.

미키 데자키가 그의 진보 성향을 감추지 않고 접근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우익 그룹은 자신들의 견해를 꽤나 솔직하게 피력합니다. 아, 물론 정제된 말투죠. 그러나 그 와중에도 빤스까지 벗...아니 여성비하적, 인종차별적 천박한 표현이 툭툭 나와요. 물론 이들은 이게 옳지 못하고 천박하다는 인식도 없습니다. 이게 왜 이런가 생각해봤는데 이 사람들은 데자키가 일본계 미국인이라서 ‘뭔가 인정할만하고 서방에 우리 얘길 잘 알려줄만한’ ‘우리’ 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최소한 한국인이나 중국인을 대할 때처럼 멀찍히 경멸하는 태도는 없습니다.(제일 웃기면서 빡쳤던 건 텍사스 할재가 데자키 대상으로 여성비하발언 매우 편하게 할 때. 할재 일빠되기 전엔 잽 잽 했을 관상임)

2.팩트 체크-20만/강제징용/성노예
그들의 주장은 이러합니다. 위안부 이슈에서 문서 증거로 인정된 건 없으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일관성이 결여되어 증거력이 없다고. 이 와중에 저는 일본 우익의 발작 버튼 두 개를 줏었습니다. 고노 담화(statement), 성노예.

앞의 고노 담화는 91년 위안부 최초 증언과 이어지는 일본측 진상 조사를 근거로 93년에 발표한 것으로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으며, 이를 교과서 등에 성실히 명기하겠다는 지극히 정제된 담화입니다만 일본 정부는 65년 한일 수교 그리고 2015년 합의로 모든 할 일을 다 했다는 일관성을 해치는 데다 지금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게 하나도 없는 등 이행도 안 되는 거라, 고노 담화 작성했던 외무 관료 할배를 부관참시...아니 아직 살아있지 참; 다 죽어가는 할배를 수십년째 불러서 ‘그때 그 취지는 그게 아니라...’라고 발언을 시키는 등, 실질적 무효를 만들고 싶어하는 겁니다.

아, 고노 담화 배웠는데 그게 그렇게나 버튼이었나. 하긴 아예 없던 걸로 묻어버리려는 게 목적일 지도.

그럼 일본 칭 위안부, 피해자 칭 성노예 세 가지 이슈에 대해서 더 살펴 봅시다.

(1)20만명
우익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일본군 숫자 최대 350만명, 전방 50만명 빼고 300만명 중 일본 정부 지침인 군인 백명당 위안부 한명을 따르자면 위안부 3만명, 교체 생각해도 최대 5만명이다, 위안부 주장대로 20만명인데 하루 수십번씩 위안소 방문이 있었으면 일본군 한 명이 매일 여섯번씩 해댄다는 거냐(...)

정대협 등 피해자측 주장에 따르면 공식적인 기록에도 동남아 등 여러 곳에서 지침인 백명당 한명에 만족하지 못하고 민가를 점령하여 위안소를 추가 운영한 사실이 확인된다. 20만명은 당시 증언 중 실제 비율인 29.1명으로 추산한 거랩니다.

위안부 관련 호의적 활동을 하는 일본 학자에 따르면, 숫자는 일반 대중에게 한번 입력되면 고치기 어렵고, 반대편의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일본인의 성 능력과는 무관하지만 성에 대한 괴이한 열정을 생각할 때 20만명에 좀 더 무게추가 쏠리는군요.

(2)강제징용
일본 우익들이 강제징용은 없었다고 할 때 맥락은 대체로 집안에 난입하여 물리력을 행사하여 납치한 분명한 증거가 없다는 뜻입니다. 위안부들 중 상당수가 위안부와 무관한 활동에 종사할 것이라고 속아서 간 증언은 비일비재하며, 이것은 의사에 반한 강제 요건이 성립합니다.

이 ‘속임’이 더 심각한 이슈인 것이, 일본 당시 헌법과 형법에서는 여성과 미성년자의 의사에 반한 해외 유인이 범죄에 해당합니다. 일본 법이 조선과 대만 등 식민지에 성립 안 한다고 해봤자 동일 취지의 국제법에 걸립니다. 그냥 자충수.

여기에 대한 우익의 주요 공격은 당시 조선의 가부장적 분위기로 여성은 교육에서 소외되고 가족을 위해 매춘으로 빠지기 쉬운 분위기였다는 전형적인 피해자 흠집내기. 조선이 가부장적이고 여성이 열위한 존재였다고 부녀자 약취 유인이 허용되는 건 아닙니다. 내지 즤들도 공창제 있고 여성 인권 시궁창이었구만 어딜;

뭐...여러가지 개소리가 있어요. 한국전쟁에도 위안부가 있었다, 베트남전에서 늬들은 등등... 한국전쟁에서 일본군 장교 출신들이 기획해서 일본 제도 그대로 들어왔는데여, 정대협에서 베트남전 강간건 후원하고 기념하는데여 대답하지만...

(3)성노예
이게 두번째 발작버튼입니다. 일본 우익은 성노예란 말을 정말정말 싫어해요. 이게 프레이밍이 되어서 잘못된 편향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그 와중에 ‘왜 성노예라고 계속 그러죠? 포르노적인 흥미를 불러 일으켜서 그런가요’ 하는 자지신ㄱ...아이고, 오타. 자기신고도 합니다.

갸들 논지는 노예가 풍족한 대가도 받고, 허락받은 시내 외출도 하고, 만찬도 하고 그러는 게 어딨냐는 건데 반박측 얘기는 ‘풍족한 대가’란 주로 일본군이 주는 팁이었는데 동남아 지역의 엔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패색이 짙은데 엔화 따위) 가치가 없는 돈을 그냥 뿌린 거고...미국에서 흑인 노예한테도 일종의 여흥은 있었다, 중요한 건 노예 상태=타인의 완벽한 지배 종속이란 거죠.

위안부보다는 성노예가 훨씬 깔끔한 프레임입니다. 위안부 하면 명예남성; 시오노 나나미 할매의 희대의 빻은 소리가 생각나서 영 별로...

3.근원적인 원인 분석-누가 위안부에 집착하는가?
한일 불문하고 빻은 소리 하는 분들의 특징 중 하나는, 상대방을 향해 ‘너네는 이래서 저렇다’라고 비난하는데 사실은 그게 본인 얘기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일본 우익은 피해자국이 위안부에 집착해서 안전과 미래를 망친다고 하는데, 그게 본인들 얘기예요.

아까 말한 고노 담화 이후 97년부터 일본은 교과서에 위안부 관련 언급을 짧게나마 했었습니다. 그런데 몇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위한 모임’(어우 한국 뉴라이트가 이름까지 따라했나봐;)이 생기고 이들의 지속적인 압력과일본 정부의 위안부 언급 교과서 반려 조치로 2012년에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일본 젊은 층은 위안부 성범죄에 대해 머릿속이 꽃밭이에요. 모르고 아무 생각 없습니다. 넷 우익은 알려나요... 그게 죄다 우익단체 자료 발이던데;

감독 코멘트로도 본인은 처음에는 미국 내 소녀상 활동이 너무 과하지 않나 싶었는데 일본에서 ‘일본 정부의 정책 사업으로’(일본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국제 공식 문서로 본인들이 작성한 표현입니다) 위안부에 대해 (각종 날조와 조작)하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라고 느꼈다네요.

이들의 과거 미청산과 한일 수교, 합의에 대해 미국쪽 책임도 있다는 걸 언급해서 이 미국인 감독은 일본계치고 막 나가는구나 싶었습니다;

4.전망
위안부 이슈와 난징 대학살은 2차 세계 대전...아니다 대동아전쟁ㅋ 때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라는 점에서 괘를 같이 합니다. 대동아전쟁은 침략이 아니라 열강에서 아시아를 구해주고자 하는 의롭고 무결한 전쟁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위안부 성범죄와 대학살은 꼭 없었어야 하는 겁니다.(영화에서 별도의 언급은 없었지만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및 무역갈등의 이유로 지목되는 강제징용 이슈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 우익 수정주의 위안부 단체와 난징 단체 관련인은 같고, 결국 파 보면 일본 본토 신도와 정치 유착으로 올라갑니다. ’일본 회의’로 대표되는 그들의 목적은 헌법을 수정해서 메이지헌법, 전쟁 전으로 돌아가서 천황을 숭배하고 자위대가 공격권을 가지게 하는 거죠.

5.제언
감독은 일부 위안부 인권단체에게 인원이나 연령처럼 자극적인 상황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본 국민에게 너네 자위대가 미국 시키는대로 전쟁 나갔다가 뭔 꼴이 나겠냐고 2차대전 당시 미 공습 영상 보여주는 강수를...

문제는 이 영화를 보는 일본인은 이미 문제 인식을 한 사람들일 거고 이 제언이 필요한 사람들은
저게 공습인지도 모를 거 같은데요;;;

어차피 저 양반들은 위안부 문제도 한국이 중국 사주를 받은 거다, 중국 망하면(그럼 일본 경제도 망하는데;) 한국은 다시 친일할 거다 등등 회로 돌리고 있는데 중국이 난징 문제로 열받으면 무척 혼란하고 재밌어지겠습니다. 어차피 양측 이해의 간극이 너무 넓어서 평화는 글렀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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