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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2주 전은 제 찐 생일이었습니다. 출생의 비밀이 있는 자로서 저는 찐 생일과 가짜 생일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물론 중년인 지금은 둘 다 그냥 신둥건둥 누가 축하해주면 응 고마엉 그렇습니다;;;
근데 저의 고마운 지인 분께서 제 찐 생일을 축하해 주신다고 해서 찐 생일 주간에 축하하러 음주양식당 오스테리아 어부라는 곳에 갈랬다가 그분이 코로나가 의심된다고 해서 취소하고 근데 코로나가 아니래서(...) 결국 그 다음 주에 늦게나마 제 생일을 축하하러 갔습니다. 참 고마운 분입니다.
https://kiel97.tistory.com/entry/%EB%B6%80%EC%82%B0-%EC%A0%84%ED%8F%AC-%EC%9D%B4%ED%83%88%EB%A6%AC%EC%95%88-%EB%A6%AC%EC%8A%A4%ED%86%A0%EB%9E%80%ED%85%8C-%EC%A0%9C%EB%BB%AC-%EA%B0%95%EB%A0%A5-%EC%B6%94%EC%B2%9C

부산 전포동 이탈리안 리스토란테 '제뻬'-강력 추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미식을 즐기는 모임이 있는데요, 장소는 매번 바뀝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부산 구도심/영도/수영 요런 데서 자주 잡힙니다. 하긴 코로나 재택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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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작년 가을에 갔었고 매우 만족한 곳입니다. 오스테리아 어부가 임시 휴업이라 급한 대로 여기 갔음.

제뻬. 여전히 부전역 2번 출구에서 가는 게 제일 가깝습니다.

조금 바뀐 메뉴판 1.

조금 바뀐 메뉴판 2.

와인이 제일 감동적이었는데, 마스터에게 '예산은 8만원 이내, 토스카나 아니면 시칠리아 와인으로 안 달고 좀 강한 맛의 와인이면 좋겠다'라는 주문을 했는데 이 와인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아까 언급한 어느 지방도 아니지만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그리스 영향을 받은(위의 그리스 문자가 대충 그거 티 낸 거임) 와인으로 병 당 5만 5천원으로 미디엄-풀바디 중간의 그윽하고 좋은 맛을 냈습니다.

오 이거 집에서도 하우스 와인으로 먹었으면 조케씀 했더니 그게 쉽겠냐고 타박을 주셨습니다...(그래 이 양반은 언제나 현실적이었어...)

여기 잔은 언제나 이쁨. 그리고 마스터가 언제나 와인에 진심임.

지금 사정상 와인 재고가 별로 남아 있는 게 없다고 미안해 하셨는데 그건 뭐랄까...예수의 첫번째 기적같은...(대충 예수쟁이만 알아들을 이야기)

신선하고 무한정에 가까운 루꼴라와 소금, 그리고 밤과 꿀을 곁들인 샐러드. 에이스답게 이번에도 맛있습니다.

썬드라이 토마토소스 부라타치즈 딸리아뗄레. 딸리아뗄레답게 속이 편했구요, 부라타 치즈가 듬뿍 들어가서 비빔비빔하면 맛있습니다.


요건 한치 파스타. 워낙 농후해서 호불호를 탈 것 같습니다. 전 좋았음.

얘는 디저트로 시킨 판나코타. 양이 겁나 많아서 좀 남겨서 매우 아까웠음. 맛있었거든요(꿀럭꿀럭 달고 차가운 거 매니아)

만족스러운 저녁을 하고 식후 주 한 잔씩 하러 모처 LP바에 갔는데 LP는 그냥 장식이고 젊은 힙쟁이들이 백만 명 드글드글한 걸 보고 걍 나왔습니다. 아뇨 홍대 갬성인 건 아니고 절므니들 때문에 우리 자리가 없었어여...

그래서 서면 역 전포공구골목(전포동 공구골목 상당수가 전리단길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공구골목인 곳이 있습니다)과 롤라장(...) 근처에 있는 LP 바 '시월'에 왔습니다.

근데 관리하는 절므니들도 그렇고... 음향이 오히려 제빼보다 모답니다... 제뻬는 음향 덕후라서 음향 관리가 참으로 잘 되었고 재즈 선곡도 그럴싸했거든요.

롤라장과 비어홀과 공구와 세무회계사무소 뷰. 전 자영업 개업은 진짜 못하겠다 싶었는데 요새는 뭐 걍 가능하겠다도 싶네여. 과연 언제 할런지 ㅋㅋㅋ

얘는 시그니처 시월 하이볼. 맛있었습니다.

이거이 막잔 맥주. 근데 파는 중고 LP판은 목록이 그럴싸했다는 것이 동행 덕후님의 증언.
결국은 오너님은 그럴싸한데 운영이 그만하지 못하다는 것 같습니다(...) 근데 하이볼하고 맥주는 맛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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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미식을 즐기는 모임이 있는데요, 장소는 매번 바뀝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부산 구도심/영도/수영 요런 데서 자주 잡힙니다. 하긴 코로나 재택 수업 때문에 매번 폐업/임대가 내걸리는 대학가인 즤 동네에 뭐 먹으라고 오기도 민망합니다(세상에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어쨌거나 이번에도 가는데 한 시간 소요 시간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서면 전포동쪽에서 모임이 잡혔습니다. 30분 내로 갈 수 있다는 얘기죠, 신나신나.

 

전포동쪽에서도 1호선 부전역이 좀 가깝습니다. 저는 지하철이 편한지라 2번 출구에서 내려서 대략 6~7분 큰 길로 걷다가 골목길로 들어왔더니 바로 보입니다. 근데 문이 아주아주 심플한, 손잡이도 없는 철문이라 이거 자동문인가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밀고 들어갔더니...됩니다.

와인 냉장고가 본격적입니다. 와인 잔이 좀 비싸보이고 마음에 들어서 하우스 와인 한 잔 마실까 하다가 요즘이 절주 기간이라 참았음;

전 이렇게 좀 인정머리 없는 간결 깔끔한 모더니즘 인테리어를 좋아합니다.

메뉴판 1.

메뉴판 2.

메뉴판 3. 오늘 쌀이 떨어져서(...) 리조또 빼고 다 됩니다. 멤버가 다 착석하자 차분차분 친절하게 주요 메뉴 설명을 해 주시는 게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루꼴라와 밤꿀을 곁들인 구운 알감자 요리(8,000원) 소금과 페퍼론치노 고추를 적당히 잘 써서 입에 착착 붙고 따끈한 것이 마음에 아주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전 루꼴라를 볼 때마다 폰 쇤부르크씨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에서 '그냥 라우케라고 할 땐 흔하고 쌌던 풀이 루꼴라라고 하자 비싸지고 그럴싸해졌다'라고 투덜거리던 게 생각납니다. 그래 라우케는 왠지 좀 없어보여;; 독어 혐오는 아니고 어쨌든요(먼산)

스페셜 메뉴에 있던 시칠리아 스타일의 페스토와 새우, 딸리아뗄레(23,000원) 딸리아뗄레는 생면 파스타인데 소화가 잘 돼서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나이가 드니 뭐 위고 장이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에구에구. 보시다시피 곱게 다져진 새우살이 아주 청순하고 파의 향과 잘 어울립니다.

오리 라구 파르파델레(23,000원) 제 기준 오늘의 베스트. 질기지 않게 다진 오리고기는 향신료에 잡내가 나지 않고 부드러워서 마음에 들었던 데다 파르파델레 면을 처음 먹어봤는데 펜네보다 더 넓적하면서도 두툼하지 않게 생각보다 얇고 야들야들한 거이. 입을 넘어갈 때 아주 매끄러운 감촉을 선사합니다. 오감이 다 쓰이는 기분. 그리고 다른 데서 쉽게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 접시가 비워져 갈 때 매우 아쉽더군요.

 

분위기와 위생, 친절한 접객, 정성들인 요리에 비해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아 재방문 의사가 충분히 있습니다. 화, 수 쉰다고 하더군요. 다음엔 다른 파스타를 먹어봐야겠어요.

 

이렇게 먹고 인근의 매우 잘 나가는 베이커리 '희와제과'에서 빵을 산 다음...역시나 전포동의 에프엠커피에 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역시나 제가 좋아하는 인정머리 없는 인테리어.

2층 객장은 묘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아닌 데 치고는 의외로 디카페인 커피도 있고, 맛도 괜찮았는데 냉방을 너무 세게 틀어서;;; 제가 춥다고 느낄 정도면 말 다 했죠 뭐;;;(저는 딴 사람들 보기엔 뭐 저렇게 겨울에 얇게 입고 다니냐 할 정도로 몸에 열이 많아서 냉방 러버;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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