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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미식을 즐기는 모임이 있는데요, 장소는 매번 바뀝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부산 구도심/영도/수영 요런 데서 자주 잡힙니다. 하긴 코로나 재택 수업 때문에 매번 폐업/임대가 내걸리는 대학가인 즤 동네에 뭐 먹으라고 오기도 민망합니다(세상에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어쨌거나 이번에도 가는데 한 시간 소요 시간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서면 전포동쪽에서 모임이 잡혔습니다. 30분 내로 갈 수 있다는 얘기죠, 신나신나.

 

전포동쪽에서도 1호선 부전역이 좀 가깝습니다. 저는 지하철이 편한지라 2번 출구에서 내려서 대략 6~7분 큰 길로 걷다가 골목길로 들어왔더니 바로 보입니다. 근데 문이 아주아주 심플한, 손잡이도 없는 철문이라 이거 자동문인가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밀고 들어갔더니...됩니다.

와인 냉장고가 본격적입니다. 와인 잔이 좀 비싸보이고 마음에 들어서 하우스 와인 한 잔 마실까 하다가 요즘이 절주 기간이라 참았음;

전 이렇게 좀 인정머리 없는 간결 깔끔한 모더니즘 인테리어를 좋아합니다.

메뉴판 1.

메뉴판 2.

메뉴판 3. 오늘 쌀이 떨어져서(...) 리조또 빼고 다 됩니다. 멤버가 다 착석하자 차분차분 친절하게 주요 메뉴 설명을 해 주시는 게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루꼴라와 밤꿀을 곁들인 구운 알감자 요리(8,000원) 소금과 페퍼론치노 고추를 적당히 잘 써서 입에 착착 붙고 따끈한 것이 마음에 아주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전 루꼴라를 볼 때마다 폰 쇤부르크씨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에서 '그냥 라우케라고 할 땐 흔하고 쌌던 풀이 루꼴라라고 하자 비싸지고 그럴싸해졌다'라고 투덜거리던 게 생각납니다. 그래 라우케는 왠지 좀 없어보여;; 독어 혐오는 아니고 어쨌든요(먼산)

스페셜 메뉴에 있던 시칠리아 스타일의 페스토와 새우, 딸리아뗄레(23,000원) 딸리아뗄레는 생면 파스타인데 소화가 잘 돼서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나이가 드니 뭐 위고 장이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에구에구. 보시다시피 곱게 다져진 새우살이 아주 청순하고 파의 향과 잘 어울립니다.

오리 라구 파르파델레(23,000원) 제 기준 오늘의 베스트. 질기지 않게 다진 오리고기는 향신료에 잡내가 나지 않고 부드러워서 마음에 들었던 데다 파르파델레 면을 처음 먹어봤는데 펜네보다 더 넓적하면서도 두툼하지 않게 생각보다 얇고 야들야들한 거이. 입을 넘어갈 때 아주 매끄러운 감촉을 선사합니다. 오감이 다 쓰이는 기분. 그리고 다른 데서 쉽게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 접시가 비워져 갈 때 매우 아쉽더군요.

 

분위기와 위생, 친절한 접객, 정성들인 요리에 비해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아 재방문 의사가 충분히 있습니다. 화, 수 쉰다고 하더군요. 다음엔 다른 파스타를 먹어봐야겠어요.

 

이렇게 먹고 인근의 매우 잘 나가는 베이커리 '희와제과'에서 빵을 산 다음...역시나 전포동의 에프엠커피에 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역시나 제가 좋아하는 인정머리 없는 인테리어.

2층 객장은 묘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아닌 데 치고는 의외로 디카페인 커피도 있고, 맛도 괜찮았는데 냉방을 너무 세게 틀어서;;; 제가 춥다고 느낄 정도면 말 다 했죠 뭐;;;(저는 딴 사람들 보기엔 뭐 저렇게 겨울에 얇게 입고 다니냐 할 정도로 몸에 열이 많아서 냉방 러버;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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