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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강화도-청와대-부산 1박 2일 일정은 너무나 빡빡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실시간 후기는 단상 위주로 흘러갔고 지금 좀 기억나는 대로 보완을 하겠지만 여전히 의식의 흐름 위주로 갈 것 같습니다. 

- 갤울 신상을 마련하면 뭐하니 아직 수평도 잘 못 잡음요 ;ㅁ;
- -비행기 타는 시간(두 시)이 좀 간당간당할 거 같아서 붓싼 택시 마법의 주문 '탑승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요...'을 걸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기사님 폭주. 무서워 덜덜덜...
살아서 전등사에서 만나요오... 결국 예상보다 20분 일찍 도착.

 
- 오후 세 시에 김포 공항에 도착했는데 전등사로 가는 유일한 직통 버스 60-5는 50분 후에 도착하더군요. 택시 질렀습니다. 기사님이 거기까지는 왜 가냐고 하셔서 말 섞으면 서로 불편해질 일도 있을 듯하여 ㅎㅎ 거기 일이 있어서요 했는데 전등사 앞까지 와서 길 건너 있는 음악회 현수막 힐끗 보시더니 '저기 가시는구나...?' 하고 귀신같이 알아보심. 그러게요...
 
- 택시를 내려 전등사 음악회장까지 가는 길은 길진 않았는데(일반인 기준) 꽤 가팔랐습니다. 제가 1년 동안 사고 때문에 오르막길을 1도 안 올라보고 주로 침대 생활을 해서 체력이 바닥나 있었는데 가다가 부처님 만나는 줄 ;ㅁ; 하지만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아니 뭐 주위의 등산 고인물들은 쟤 왜 저래; 하고 헉헉대는 절 보고 계셨음) 올라갔습니다.
 
- 올라갔더니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군요(당연하다 오전부터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일단 줄 섰습니다. 역시나 지나가던 분들이 여기저기서 뭐 하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저는 가만 걸어가도 길 물어보는 사람을 하루에 한 번씩 만나는 사람입니다(도믿걸은 다행히 안 붙음) 질문 참 잘 답해주게 생겼거든요 ㅎ
 
- 제가 네 시 20분쯤 도착했는데 바로 김창완 밴드 리허설을 시작했습니다. 다 부르기보다는 밴드와 노래 초입 톤 맞추고 조율하는 정도. 제가 산울림 팬이라 참 잘 들었습니다.
 
- 좀 있다 보니 크레즐이 도착했습니다. 수인이 덮머에 청남방 청바지 얼굴 허얘서 저승사자같음 진호 올블랙 반바지 후드티 승민이 어디서 저런 거 샀어 티 규형이 톤다운 남색 재킷과 베이지색 바지
진호는 여전히 꼬마 아가씨들한테 말하는 상냥한 오빠 말투로 '여러분 춥죠?'라고 말을 걸었고 수인이가 불자답게 휘휘 둘러보며 '여기가 제일 오래된 절이래요' 했음.
 
- 천주교 신자 조지노(조비오)님 여러분 관세음보살 날리심 ㅋㅋㅋ 옆에서 김수인은 나무아미타불...
 
- 여러분 식사는 하셨어요? 하던 조지노 음식이 뭐 필요하겠어 저희가 있는데 크레즐 노래 들으면 되지 드립 날림 임규영 개폭소하더니 많이 배웁니다 함 ㅋㅋㅋ
 
- 리허설은 대사부터 시작한대서 뭐지???했는데 황진이 아니리 부분이었음.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풍류객이 모였으니 놀아본들 어떠하리 <-new! 수인이 파트
 
- 전등사 리허설 감상
와 바리톤 목소리가 절 전체를 진동시켜
->와 역시 3층에서 쌩목으로 다 들리던 국악인 목청
->아니 뮤배 저 까랑까랑 올라가는 거 봐라
->천년돌님 가곡까지 마스터하셨음?;;,

 
- 황진이에서 규형이 파트를 배분할 거라는 혼자만의 예상을 뒤엎고 주로 진호는 수인이 파트 초반을 배분받았는데 국악풍 멜로디를 잘 소화해서(갈라 때부터 눈치는 챘음) 좋았어요. 특히 '허어어~ 아아~'하는 구음까지 잘 소화. 
 
- 제가 오늘 네 시 넘어 도착해서 자리가 중간 정도였거든요? 근데 그 거리를 뚫고 선명히 보이는 진호 미모...우와...언제나 이뻤지만 출근 차안 셀카부터 오늘 역대급
 
- 잠시 전등사 카페에서 쉬어가는 쓰잘데기 없는 정보: 의외로 고찰 안에 자리한 카페가 커피와 차에 진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님들 중에 커피와 차에 조예 깊은 분들도 꽤 있고. 전등사 카페도 블루 리본 달아서 오호 했더니 대추차가 진하고 맛있었어요
 
- 돌아가니 여섯시부터 전등사 저녁 예불 중계. 스님들 저녁 예불 마치고 앞자리 입장하시고 유지들도 하나둘 오시고... 여섯 시부터 삼랑성 축제 개막식 행사 시작. 여담인데 사회를 맡은 1세대 기캐 출신 아나운서께서 목소리도 교양있게 아름다우시고 전달력도 좋으시면서 임기응변에 강하셔서 좋았음. 거기다가 크레즐 등 생소할 수 있는 그룹에 대해서도 대본 외에도 사전 공부를 하신 듯 해서 좋았습니다.
 
- 첫 번째 패스하고(뭐여...) 두 번째 순서는 국악 신동 & 트롯 신동 아기호랑이 김태연양. 엄청 팔다리 쭉쭉 뻗고 크길래 한 열여섯~일곱쯤 되나? 했는데 열 두살이길래 깜놀했음(어쩐지 말투가 애기애기하더라니)
아기호랑이 김태연양이 전등사에 오자 산사에서 호랑이의 기운이 느껴졌다고 거듭 멘트..
그거 조지노 기운...(개드립) 관객 호응 유도도 잘 하고 앵콜에 본인 전공인 범 내려온다를 무반주로 뽑는 센스도 돋보였습니다.

 
- 세 번째 순서는 크레즐. 꼬레 - 황진이 - 나 하나 꽃피어 - 리허설엔 1도 예고 없었던 킬디스럽<-헐;;;
아 맞다 조또가 킬디스럽 의상을 줬..거나 임대해줬군요? 사실 그땐 킬디스럽 입고 딴 노래만 하다 갈..ㅋㅋ하던 어리석은 관객 ㅋㅋ 
하지만 꼬레는 줘도 받지 마..아냐 리폼하면 이뻐질지도 일단 다 챙기자(질척)
 
- 오늘 행사 진행이나 음향 다 좋은 편이었는데 하필이면 황진이 아니리 부분 시작하려는데 바로 노래 MR 틀어버림. 멤버들 당황하며 손 내젓고 있는데 눈치빠르고 무대 내공 깊은 조진호 그냥 진행하자고 손짓하자 바로 진정.
 
- 나하나꽃피어에 조진호 뉴파트 들으면서 이승민 임규형 흐뭇해하는 것 좀 보래요..
이승민 조진호 낳은 줄...
크레즐 설계자 이승민 새삼 고맙다

 
- 현장에서 이긍민 굵은 람보르기니 부아앙 엔진같은 울림통 날 때마다 사람들이 수근덕수근덕 우오오할 때 마 이게 크레즐 바리톤이다 김루인 범내려온다 쩌렁쩌렁 밤 산사를 울리는데 또 사람들 우오오 오오 옷에 용 입고 더 기쎄진 국악인
 
- 잠시 멘트 타임.
조진호: 여기 너무 맑아서 살도 안 찔 거 같다 아까 절밥이 맛있어서 많이 먹음 제가 가지를 좋아하는데 가지도 나오고...
임규형: (난) 실은 좀 남김
김수인: 백팔배하세요
조진호: 참회하세요
결국 천주교로 돌아온 조비오님 ㅋㅋㅋ
 
- 김수인씨 왠지 모르게 쑥쓰러워하면서 본인이 실은 모태 불자라며 고백(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방법을 조진호한테서 배우도록 하자 저 어릴 때 스님될 뻔 이 정도는 날려줘야지). 절해서 이런 행사를 하니 감회도 새롭다고. 
 
- 그리고 우리는 앵콜 없다며 대신 김수인한테 범내려온다 시킨 '난 대본대로 안 해' 즉흥 조진호 선생 사랑합니다 진쯔...
 
- 범내려온다 한 대목이 세상에 킬디스럽 출도야보다 더 기가 쎄서 다 잡아먹겠더라구요 익스트림 매니아 좋아서 기절하는 줄
저 조진호한테 백팔배할 겁니다 ㅠㅠ 저 기쎈 김수인 모먼트 진짜 좋아한다고요 ㅠㅠ 그리고 영기 받아서 더 기쎄지는 영물이었어요 오늘 ㅠㅠ

 
- 진호와 수인이의 관계성도 참 맛깔나요. '이 자식'의 재능을 사랑하고 이 재능을 잘 쓰는 건 나라고 당당히 얘기하는 진호, 
그리고 세상 어디 내놔도 기존쎄지만 진호 한 마디만 하면 순순히 따르는 이 자식 ㅋㅋㅋ


- 그나저나 김수인이 2019년에 주연하고 김태연양이 아역한 공연이 뭘까요?(김수인은 이 말 하며 회상 모드에 빠졌다가 아니 그래서 범내려온다를 하라구요?하자 조지노 단호하게 고개 끄덕)
<-써치 퀸 벨님이 '정읍사는 착한 여인'이라고 알려주셨음
김수인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더 열심히 살아라...


- 수인이가 범내려온다를 할 때 규형이는 옆에서 집주인 뭔가 좋고 자랑스러워서 실실 웃었고 승민이는 다시 사랑에 빠진 표정이었음.

 
-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마지막 곡 킬디스럽. 작은 무대에서 큰 동선 없이도 능수능란하게 가지고 놀았습니다. 넷 다 목 상태 좋아서 짱짱함.


- 역시 어리석은 색욕은 죽여야죠. 절 행사에 정말 적합한 무대였습니다(끄덕) 그리고 그 전에는 아 노래잘한다 가곡(나하나) 좋네 이런 그룹이구나 하던 분들이 술렁술렁 끄아아 허어업하는 순간이 너무 짜릿했다고요. 반응 진짜 좋았습니다.


- 임규형 멘트할 때 허허실실 퐈퐈 웃다가 킬디스럽 시작할 때 의상 매만지면서 눈빛 사나워지는데 반전 매력
그리고 오늘 임규영 노래 퍼포 진짜 잘함

 
- 멤버별 단상(나이 순)
진호:어떻게 인형이 나무아미타불하는 나훈아?
규형: 소년미. 낯가려도 본업 잘하니께. 킬디스럽 초반 칭찬해
수인: 갈라 때보다 이번 메이크업이 낫네. 미의 여신 김...(끌려나감)
승민: 내가 승민이면 자기 방에 킬디스럽 의상 실물 크기 사진 걸어놨다 강아디 미모에 물올랐더라

 
- 진호는 엔딩 멘트로 본인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김창완님이 나오시니 자리 떠나지 말고 끝까지 즐겨달라고 당부.
 
- 김창완밴드는 50분~한 시간정도 한 듯? 산울림 때, 사람들이 익숙한 곡 위주로 했구요. 기억에 남는 건 김창완님 청춘 만들었을 때가 스물 일곱이었다고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사과드립니다 존웃 ㅋㅋ
 
- 총평: 절 행사 쫌 많이 좋은 거 같아요...행사할 만큼 부내나는 절은 엔간한 민간 행사보다 투자를 많이 한다고요.
각 절의 종무님들 크레즐에는 모태 불자가 있고 관세음보살을 날리는 천주교도가 있습니다 많이 불러 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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