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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전에 다짐

1.일에 대해서만 쓰고 사람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

2.고객에 대해서는 아예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3.하지만 전 직장에 대해서는 알 게 뭐냐 ㅋ

또 설명충 들어가자면 라떼 어쩌고는 작년에 잔잔바리로 유행하던 밈이었는데 꼰대들이 직장 후배들한테 '나때는 말이야...'를 하도 해 대니까 그걸 음차해서 'latte is horse...'라고 하는 거였죠. 이제 유행 단물 다 빠졌습니다. 저는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든 훌륭한 세미 꼰대로서 알바처에서 전 직장 얘기는 가급적 안 하고자 하지...만, 듣고 있는 분들 생각은 또 다르겠지요 ㅋ

이 인간이 3월 말까지는 바쁘다고 했는데 왜 일하기 싫다며 글은 써제끼는 것인가 하시겠지만 바쁜 거 맞습니다. 대충 해보자면 지금은 일주일에 90시간 정도 일하는데요, 아마 다음주부터는 100시간으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이제 차 타고 출장처 이동하면서 '이동하는 시간에 노트북으로 일하면 조서 시트 두개쯤은 끝내겠는데 아 시간 아까워...'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바빠진 거 맞아요. 지난번에 국내선 기내에선 노트북 꺼내서 실제로 일을 좀 했었습니다. 마침 기내가 흔들려서 눈은 좀 나빠졌지만 시트 하나는 끝냈고 옆 상사에게는 바쁘다는 훌륭한 시위가 되었습니다 ㅋ

그런데 왜 일할 시간에 이런 건 쓰고 있냐면...전 직장 얘기를 또 끄집어내자면 '대기 야근'과 '갑님에 의한 갑작스런 일정 변경'이라는 게 있습니다. 조직과 조직이 공조하면서...아니 솔직히 갑한테 쥐어짜이면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외부로부터 자료를 받아야 일이 진행되며, 갑님의 수정 의견을 받아야(컨펌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 한 단계 앞으로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갑님께서 이미 세팅되어 있는 업무 일정을 훅 다음을 기약못하게 날려버리시는 일은 허다한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최종 납기일은 앞으로 훅 땡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안 알려줍니다. 나중에 어째어째 흘려듣다 보면 또다른 슈퍼갑이 훅훅 땡겨서 순차적으로 땡겨지는 케이스가 많죠. 그리고 슈퍼갑 헤드에선 글쎄요... 뭐 최종 갑에게 보여주기를 빨리 하기 위해 앞뒤 생각없는...아니 거국적인 결단을 내렸겠죠.

https://twitter.com/TheBig4Tweets/status/1230352589146988544

제가 트위터에서 팔로잉하고 있는 big4accountant님의 최근 트윗입니다. 이제 지겨운 설명충 모드로 또 들어가자면 big4는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을 말합니다. 이 분은 미국 글로벌 4대법인의 매니저 회계사인듯 한데, 시즌 전에는 적당히 순한맛 정도였던 냉소주의가 시즌 중에는 핵불닭맛까지 올라갑니다. 번역하자면,

블룸버그 : 우리는 법인세신고를 다음주에 할 거고, 발표도 그때 할 거야(해맑)

세무기장대리인 : (... 대충 조던 필 감독 식은땀 흘리는 짤)

갑님은 거국적 결단을 해맑게 하시고, 돈 받고 일하는 대리인은 쥐여짜이는 거죠. 아직 저는 세무대리는 안 합니다만 나중에는 할 수도 있습니다. 뭐 지금 회계감사하는 입장도 크게 다르진 않네요.

근데 일정을 훅 땡기면 거기에 맞게 자료를 빨리 주냐...그건 또 다른 문젭니다. 그리고 저는 스물스물 과거 회계팀, 그러니까 감사받을 때의 추억팔이에 잠겨듭니다...

과거에 제가 회계팀 있을 때는 회계법인에서 분기별 감사를 주 5일 왔었고, 그때그때 요청하는 자료 대응을 위해 그들도아주 늦게까지 야근하고 그들보다 저희는 더 야근해야 했었습니다. 밀레니엄 초반기에는 김기춘 할배가 사랑하는 '야근의 상시화'가 미덕이었을 시절이었으니까요.(지금도 일부 꼰대들에게는 미덕이지만 그때는 지금과 농도가 달랐습니다) 문제는 제가 담당하는 지분법, 연결회계 쪽은 피라미드 최상단의 구조라 자회사들로부터 회계자료가 와야 저도 대응이 가능한데 일단 100% 자회사들 중에 상당수는 시차가 10~12시간 있는 곳이라 하루는 되어야 뭐가 오고, 자회사 담당자들은 졸랭 회계와 리스크를 천시하는 구조답게 해외법인 전입 막내를 무조건 배치해놔서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뭐도 잘 안 맞고...

차라리 그래도 100% 자회사는 나은 편이었어요. 구회사는 어른의 사정에 따라 처치곤란한 구조조정 비금융업종 거대기업들을 줄줄이 지분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분들은 일단 그분들 밑단에도 해외의 손자회사, 증손회사들을 결산해야 자기들 결산이 끝나고 거기다가 대주주에 대해서 자기들 주인이라고는 1도 생각을 안 하고, 그 소속의 말단 행원(넵, 저는 대리 되기까지 7년 2개월 걸렸습니다) 따위한테 뭘 제때 줄 생각은 안 하고 해서 그 회사 관리하는 영업 부서에 읍소를 해도 뭐 먹힐까말까하고...

아 파생상품도 했었는데 그건 그거 나름대로 또 문제가...

그 회사 다녔다고 하면 '오오 갑질 좀 했겠네'하는데 개나 주라고 해요.

아...근데 자료 언제 오냐. 일단 다른 회사부터 좀 하고 있어야겠다.

요약하자면,

-나때도 힘들었던 건 아는데 그래도 님들 자료 언제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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