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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니라 이 리뷰의 부제: 인간의 호기심은 어디까지 가는가;

저는 또 모 서점을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면서 읽을 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대략 자기 개발 섹션에서 '직장인을 위한 중국어 공부법'을 읽고 오오 이거 실용적인 팁이 많구만(...이라고 느끼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입니다)하고 그 옆옆의 재테크 섹션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이기는 이혼-돈의 전쟁' 책을 운명처럼 만났습니다ㅋㅋㅋ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제게 '삐뽀삐뽀 119 소아과'만큼이나 관련이 없는데(아 물론 결혼 건너뛰고 출산 육아로 바로 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미 나이나 건강 면에서 아득히 아웃 ㅎ) 뭐하려고 이 책을 열심히 읽었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설명하면서 후술하겠습니다.

책의 정보와 목차는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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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8358318

이기는 이혼 - 돈의 전쟁

후지사와 카즈키 (지은이),권혜미 (옮긴이),이인철 (감수)머니플러스2017-10-24

주제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재테크/투자 > 재테크/투자 일반 <-그렇습니다. 재테크가 이 책의 카테고리 ㅋㅋㅋ

01 결혼은 금융 상품 거래다
_ 결혼과 이혼으로 움직이는 3가지 돈
_ 부양료 전쟁
_ 결혼이란‘ 소득 연동형 채권’이라는 금융 상품이다
_ 부양료와 양육비 계산법

02 이혼 재판의 실제
_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내에게 유리해지는 이혼 재판
_ 1년간 벌어지는 서면 전쟁
_ 재판관이 화해를 제안하는 이유
_ 사실은 대화나 조정보다 재판이 편하다
_ 질문은 연기력을 이끌어 낸다
_ 드디어 판결의 날
_ 법원에서 인정받는 6가지 이혼 사유
_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03 유명인의 결혼과 이혼에 관한 사례 공부
_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의 본심이 아니다
_ 조니 뎁과 앰버 허드
_ 마크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_ 다르빗슈 유 투수와 사에코
_ 야구치 마리와 나카무라 마사야
_ 카와타니 에논과 벳키
_ 펑키 가토의 더블 불륜
한국의 이혼 사례
황혼 이혼
황혼 이혼 중 남편이 사망하여 상속 재산 기여분으로 받은 사건
·남편이 아내의 변호사들도 엄청 괴롭힌 사건
기망과 거짓, 농락 등에 의한 이혼
·학력, 직업 등을 속여서 결혼한 혼인취소 전부 승소 사건
·미스 리플리 사건 : 사기와 기망으로 인한 약혼 해제
손해 배상 사건
_ 매스컴 보도는 때때로 엉터리일 때가 많다

04 배우자를 고르는 방법은 주식 투자와 같다
_ 결혼은 제로섬 게임이다
_ 스톡보다 플로로
_ 운동선수도 부잣집 아들도 좋을 게 없다
_ 미래의 안정된 캐시 플로가 중요하다
_ 우량 종목은 대기업 정사원, 변호사, 의사다
_ 사업가는 고수익 고위험이다
_ 부잣집 딸은 위험하다
_ 엄청난 자산가의 아들이라면 부양료 지옥도 가능하다
_ 부득이하게 결혼을 할 거라면 상여금 지급 후에 해라
_ 이혼을 결심했다면 당장 별거에 들어가라
_ 여자가 자기보다 소득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다면
_ 결혼 사기꾼은 혼인을 하면 더 이득을 본다
_ 자녀가 있다면 전업 주부라도 좋다
_ 부자 애인이라는 선택지
_ 애인이라도 보상 받기 위한 손익 분기점
_ 미혼으로 자녀를 낳기 위한 룰 오브 썸
_ 사실혼에 관한 몇 가지 반론

05 시대착오적인 법률과 사회 규범
_ 남자는 자신의 자녀가 정말 내 아이인지 잘 모른다
_ 아내의 불륜으로 생긴 자녀라도 남편은 양육비를 지급한다
_ 혼전관계를 갖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_ 혼인신고서에 도장 찍는 일은 연대 보증인이 되는 일보다 무섭다
_ 내조의 공이란 허울을 얼마나 인정해야 할까?
_ 정치하기 편한 유럽과 성도덕까지 추궁하는 우리나라
_ 혼외자 비율 증가는 결혼제도의 변화
_ 수입이 높은 여자는 결혼하지 않는다
_ 저출산의 원인은 결혼이라는 금융 상품의 결함에 있다

06 전통적 가족과 현대 가족은 어떻게 다른가
_ 일부일처제는 당연한 모습일까
_ 현실의 연애 시장은 일부다처제다
_ 결혼 제도로 누가 이득을 볼까
_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면 혼외자가 늘어난다
_ 유아 살해로 생각하는 부계 사회의 모습
_ 논리적으로는 모계 사회가 더 행복하다
_ 결혼해야만 자녀를 낳을 수 있다는 결혼의 문화적 제약
_ 결혼 이외의 남녀 교제와 가정 만드는 방법
_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인정되는 풍부한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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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후지사와 카즈키 씨는 이론물리학 전공을 하고 일본 금융업계쪽에서 오래 있었던 양반입니다. 정확하게 얘기를 해 주지 않습니다만 여러가지로 때려잡아 볼 때 investment banking 쪽에서 금융공학 연계된 일을 하셨던 것 같던데요(개인적인 경험 몇 가지로 인해서 이공계 백그라운드-금융공학 실무 양반들에 대해서 편견이 좀 있습니다. 도대체 니년은 편견이 없는 전공이나 분야가 없냐고 하면 전 경영학 -금융공학 전공, 회계사 포함해서 모든 업계에 각각 나름대로의 편견과 비관적인 관점이 있습니다 ㅋㅋㅋ) 이 책의 장엄한 오프닝은 본인의 일본 중국인 동료 얘기로 시작합니다.

이 중국인 동료는 중국에서 자라서 좋은 학벌과 우수한 재능을 가지고 일본 투자은행 업계에 연 3억원대의 고연봉을 받으면서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긴자에서 호스티스를 만나서 결혼하게 되는데(...음...뭐 배우자를 고르는 관점은 여러가지가 있으니까요;ㅁ;) 그녀는 방만한 전업주부생활을 하면서 남편이 돈을 써대다가 몇년 후 바람을 피게 됩니다. 남편은 이혼을 원하게 됩니다. 아내는 처음엔 이혼을 해주겠다며 별거를 시작하지만, 매월 300만원대의 부양수당을 받아내면서 몇년간 어영부영하다가 급기야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꿉니다. 남편은 소재도 확실하지 않는 처에게 매월 거액의 돈을 줘야 하는 현실에 절망하다가 결국 예상보다 엄청난 재산을 분할해 주기로 합의하면서 상당한 시일이 지나서야 겨우 이혼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지게 되는 것일까요? 저자의 말에 따르게 되면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될 때는 결국 돈 때문이며, 일본의 사법제도 하에서는 유책 배우자 유불리보다는 소득이 아예 없거나 형편없이 적은 쪽(보통은 여자지만, 요즘은 남녀평등이니까 남자인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저자는 그러는데 무슨 부장님 토크 듣는 줄 알았음 ㅋ)에게 역차별로 유리하게 되는 구조라서 그렇다는 거죠.

좀 더 자세하게 풀어봅시다. 이혼할 때 관련있는 돈의 흐름은 (1)위자료 (2)재산분할 (3)부양 수당입니다. 여기서 (1)위자료는 유책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위로금 형식으로 주는 건데, 엔간한 경우에는 1천만원~3천만원 수준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현금흐름은 (2)재산분할과 (3)부양 수당에서 발생하는데, 일본의 제도에서는 (2)재산분할에서 결혼 전에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는 분할 대상이 아니며(한국도 기본 원칙은 비슷합니다만, 결혼 생활이 아주 장기화되면 결혼 전 재산에 대해서도 기여도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국 변호사 양반이 코멘트를 답니다), 결혼 후에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 기여도를 인정해주는데, 이 기여도라는 게 굉장히 추상적이기 때문에ㅋ 결혼생활기간이 얼마나 길었는가 등등의 단순한 몇 개 변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산정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부양 수당은 결혼이 파탄나기 전에 배우자가 누렸던 삶의 수준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책정된다고 합니다. 이 역시 배우자 쌍방의 소득을 평균해서 기계적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고소득의 배우자가 저소득, 또는 전업의 배우자에게 파탄 시점부터 이혼 시점까지, 혹은 이혼 이후에도 상당기간 주어지는 것이죠.(여기서 또 한국 변호사 양반이 첨언하는데, 한국에서는 이혼 전 부양 수당의 청구와 인정이 드문 편이라고 합니다. 예외적으로 이혼을 원치 않는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배우자에게 청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금액이 월 30-100만원 수준으로 꽤 낮다고 하네요;)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결혼은 금융상품이다, 라고 모델링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결혼이 성립한 이후부터 매달 부양료라는 쿠폰(...아, 채권 이자요)을 내고 이혼 성립시 재산의 절반을 가져가는 채권이라는 거죠.
결혼 채권의 가치=이혼 성립시까지 매달 받는 부양료+이혼 성립시 재산 분할+위자료

제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가요 ㅋㅋㅋ 제목이 너무 웃겨서 집어들어서 탁 폈는데 이 페이지가 나왔지 뭡니까 ㅋㅋㅋ 제가 리얼 옵션이나 금융상품 프라이싱 이런 거 좋아해요 ㅋㅋㅋ 오올 쌈빡한데 ㅋ

(여기서는 제가 좀 더 첨언하겠습니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쯧)
자, 일본의 결혼 시장에서 결혼 전의 재산은 논외라고 했으니 t=0은 결혼 시점일 거구요, t1은 파탄 시점이겠죠. t1부터 이혼시점인 t2까지는 합의가 원만치 않을 경우 통상 2년에서 10년까지 걸리는데, 어차피 결혼(t0)에서 이혼(t2)까지 형성된 부부 공동재산은 분할 대상입니다. 당연히 현재가치나 위험회피성향을 고려시 아내(계속 요샌 남녀평등이니까 ㅎ 하는데 아내라는 말도 계속 씀)는 가능한 한 이혼을 최장 기한, 통상 10년까지 미루면서 본인이 분할받을 재산을 매달 현가화하면서 부양수당으로 끌어 쓰고, 부양료 남는 재산은 계속 뒤로 축적될수록 유리하겠죠. 이재에 밝을 경우 사업하는 남편의 채권에 압류를 걸 것이다...하는데 가능한지 모르겠고 ㅎ 암튼 그래서 부부 쌍방 중 저소득일수록 이혼을 미룰 유인이 커진다는 겁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은 결혼 이후(저자 주장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결혼 전 자산은 의미 없습니다)에 자산을 많이 축적하고 앞으로도 축적할 여지가 많은 고소득자, 특히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대기업 직원 등 고소득자로 '안정적' 고소득자라는 거죠. 채권이라는 게 결국 미래의 현금흐름을 지금 기준으로 '할인율'을 가져와서 현가화 하는 건데, 일부 전문직 종사자와 대기업 직원은 따박따박 들어올 확률이 높으니까 안정적이라 할인율에 가산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서 할인율도 낮아지고, 현가인 채권 가치도 높아지거든요. (반대로 현금흐름이 불안정한(그리고 숨길 여지가 많은) 사업자의 경우엔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서 채권 가치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겠죠.)

고소득자는 결혼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이처럼 무시무시한 현금흐름을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결혼채권을 발행한 거고, 저소득-또는 전업주부는 반대로 현금흐름을 따박따박 받는 결혼 채권을 취득한 겁니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이니?(대충 이원복 만화 가져와 봅시다)

그으을쎄요...생각 좀 해봅시다...

우선 한국의 경우는 결혼 생활이 아주 길어질 경우(통상 10년을 얘기하더군요) 결혼 전의 재산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기여분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t=0 시점이 결혼 전 시점으로 길어지겠구요, 그러면 저자가 '논외'라고 단언했던 결혼전 자산이 많은 부잣집 자제, 그리고 젊을 때 자산을 많이 축적한 운동선수 등 불안정한 직군도 '등골브레이킹'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두번째로, 할인율의 경우인데요...가산할 위험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부양수당' 혹은 '양육비'를 법적으로 얼마나 강제할 수 있냐는 거죠. 저자는 법정에서 부양수당이 결정될 경우 이에 대하여 일방이 못 내겠다,라고 디폴트 선언을 할 경우 사업자의 상거래 채권까지 차압하는 경우를 상정했는데, 전세계에서 가장 무시무시하게 털리는 미국의 경우도 유명 배우가 부양 수당을 5년 넘게 안 주고도 기사화까지 되었지만 작품활동 잘 하고 계십니다. 한국은 배우자의 부양수당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하고 자녀 양육비는...양육비를 고의적으로 연체하는 이전 배우자가 매우 많습니다. 강제력은 거의 없어요. '배드파더스'라고 사적으로 신상공개하는 사이트가 범죄라고 현재 검찰 수사가 계속되거 있는 마당에(휘비적) 양육비 고의 연체가 이어질 경우 운전면허에 재제를 가하겠다는 안이 몇년째 계류중이고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그럼 이 현금흐름은 현실 세계에선 굉장히 불안정하고, 따라서 결혼 채권의 가치는 현실세계에서는 훨씬 낮아지겠죠.

세번째로 저자가 '가치가 모호하며 결혼 축적 재산의 정도와 기간 등에 따라 기계적으로 산정된다'라고 주장했던 기여분에 대한 얘깁니다. 이게 결국은 저소득, 또는 무보수로 결혼 생활을 영위하면서 재산 형성에 기여했던 각종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을 금전으로 환산한 건데요. 저도 이걸 산정하는 산식이 너무 나이브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너무 나갔어요. 첫번째로 '가사 노동'에 대한 건데, 처음엔 기여도를 산정하는 게 모호하다고만 주장하다가 결혼생활의 불합리함을 주장하는 중반부에 혼네가 나옵니다. '고소득 남성들은 결혼 전에는 세탁기가 빨래해주고, 청소기가 청소해주는 일상에서 변하는 게 없는데 결혼 후에는 반을 내 줘야 한다' 아 네... 이분은 채권 발행자, 즉 남성의 입장에서 가사 노동의 증분 효익을 0에 가깝다고 보는 겁니다. 따라서 이후에 지출하는 비용이 억울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자녀 양육'은 '양육비는 이혼 이후에 지급되는 것이므로 결혼 채권 산정에서는 논외로 하겠다'라고 아예 가정에서 빼버렸거든요. 무보수 양육자에게 있어서 자녀 양육의 비중은 엄청나죠. 이게 결국은 기여분 환산 %에 감안될 수 밖에 없는데 이걸 빼면 얘기가 안 됩니다. 저자는 대신에 '결혼 생활'과 '아이를 낳아주는 정부 생활'에 대하여 비교하는 별도 챕터로 뺍니다. 이것도 그으으 뭘까...'여자가 얼마나 꿀빨 수 있을까' 입장에서 쓰더라구요 ㅋㅋㅋ

채권발행자, 즉 고소득자에게 있어서 상대방 배우자의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분, 증분 효익은 0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형성하는 재산에 대해서 반을 결혼 파탄시 빼앗긴다면 어찌 손해보는 거래가 아닐 수 있겠습니까. 저자는 이제 이런 불합리한 거래가 가능하게 만든 사회제도 배경, 일부일처제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논하기 시작합니다.

일부일처제 전의 사회, 또는 지금도 결혼 전의 자유연애 사회는 우수한 남자 하나에 여러 명의 여자가 몰리고, 우수하지 않은 남자는 도태되는 사회라고 합니다. 즉, 일부일처제로 인하여 이득을 보는 것은 중-하류의 남자에 불과하고 상류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치로 여자를 고르면 됩니다. 그러면 최상급의 여자는요? 여자는 자신보다 소득이 높은 남자에게 끌리기 때문에 고소득의 여자는 결혼할 남자도 없고, 결혼할 유인이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소득 1분위의 남자는 결혼할 유인이 없는데, 소득 1분위의 여자가 결혼하는 게 손해고, 할 이유가 없는게 굳이 '여자란 도통 자기보다 높은 소득의 남자에게만 끌리기 때문이라서'일까요? 결혼한 남성과 결혼한 여성의 가사-양육이 차이, 기여도 부담율이 평균적으로 격차가 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이미 저자는 '가사 기여도'의 허상, 효용 0에 대해서 논한 다음이라 이를 절대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는 건 나름의 심리적 안정성, 고정적 섹스 관계, 파트너쉽, 공동가구 형성, (대체로 일방이 좀 더 기여하는) 가사의 안락함, 양육분담, 자녀 양육 등 여러가지 이점이 있을 겁니다. 따라서 작가는 대안을 여러가지 면에서 찾아봅니다. 부유한 남자는 결혼한 상태, 혹은 미혼의 상태에서 여러 명의 첩을 거느리고 첩에게 부양 수당, 그리고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양육비를 지급하는 동거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주로 여성일) 상대방은 결혼시 받게 될 혼후 재산의 기여도와 첩일 경우 받을 수당을 현가화해서 경제가치를 따질 수 있습니다. 어...좀 다른 형태긴 한데 요새 유럽의 동거가 대충 이런 잇속으로 이뤄지는 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긴 동거관계-그리고 혼외자에 대햇 아직 엄격하잖아요. 그래서 재무 모델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친 저자는 '여러 가지 형태의 가정에 대해서 열린 관점을 가진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고 제언하며 끝납니다.

글쎄요... 프리 섹스도 그렇고, 꼭 쿨하고 현대적이고 열린 관계라고 해서 모두에게 유리한 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이렇게 재무적으로 꼼꼼히 따진 다음, 한쪽에서 제의하는 거면, 제의를 받는 쪽은 꼭 의심해야 합니다(...)

저는 쫌 아쉬운 게요, 도대체 이 책을 누굴 대상으로 해서 쓴 건지 좀 헷갈려요. 일단 결혼 채권 밸류에이션 모델을 쓸 땐, 쿠폰이라거나, 발행자라거나 이쪽 금융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나 알아들을 용어를 마구 씁니다. 물론 저같은 사람 입장에서야 채권 밸류에이션 모델링을 결혼 기간과 혼후 재산의 규모, 그리고 양쪽의 협상력과 환경 변수를 넣어서 모델링한 다음 최적 결혼 파탄 기간을 도출하는 함수를 만들었으면 박수를 쳤겠지만 그건 저같은 인간들이나 좋아할 얘기고 결국은 비 재무 전공한 고소득 남성들을 위한 책이란 말이죠. 특히나 저소득 여자들한테 등골 브레이킹 당할까봐 무서워하는 안정적 고소득 남성들요.

근데 그렇게 손해를 아까워할 정도로 격차를 보이는 고소득 남성은 일본에서도 그리 흔치 않습니다. 첫 페이지의 연봉 3억원대를 받는 투자금융업계 종사자에 자아를 의탁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리고 기여도를 그렇게 많이 인정받으려면 결혼 생활이 꽤 길어야 될 텐데, 그 때 자녀 변수를 뺀다는 것도 힘든 얘기예요. 그리고 자녀 변수를 빼고 결혼생활이 10년 넘는다고 기여도가 반으로 올라간다니, 이건 좀 돌고 도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조정이 안 돼서 재판 이혼으로 간다면 최단 2년~최장 10년으로 갈 텐데, 쌍방이 변호사를 사서 그 장기간을 대응해야 해요. 특히나 저소득이고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는데 이혼을 장기 회피하는 사람은 변호사에게도 꼬박꼬박 수임료를 줘 가며 이혼을 회피할 만큼 일을 시켜야 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양반이지만, 한국의 모 변호사 블로그를 보시면 전업주부들이 결연하게 이혼신청을 했다가 '변호사 착수금과 몇 달 생활비도 없어서' 가정으로 돌아가는 세태를 매우 신랄하게 적어 놨습니다.) 그 정도로 손해보는 사람은 이런 책을 1200엔 주고 사서 읽느니 빨리 착수금을 주고 유용한 변호사를 살 겁니다. 일단 수가 적어서 독자층으로 적합하지 못해요.

그렇다면, 이 책의 잠재 독자층을 '사실 그렇게 고소득층은 아니지만, 자신이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저소득인 것 같으며 기여도도 별로 없는 것 같은 아내에게 재산을 다 뺏길 것 같은 공포에 떨고 있는 중류 소득층 남성'으로 상정하면 어떨까요? 저소득층은 사실 책 따위 읽지 않으며(...사실 중류 소득층 남성이라고 그리 책을 읽진 않습니다만;) 모아놓은 재산이 -인 경우도 많아 제발 이혼해 달라고 아내가 얹어서 치워야 할 정도니까요. 그러면 지금까지 여러가지 의구심이 상당 부분 해소가 됩니다. 사람이 돈 버는 방법이 여러 가지지만, 공포 마케팅은 제법 쓸만하니까요.

그래도 결혼 채권 최적 파탄 기간 금융 모델링은 쫌 해보지 그랬니, 재밌었을 텐데(너나 재밌지...)

덧. 혹시나, 만의 하나 쓸만한 이혼 정보를 얻고 싶어서 검색하신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배우자에 비해 고소득인 사람들은 가능한 한 재판으로 빨리 끝내는 게 낫습니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부양 수당을 이혼 전까지 줘야 한다면 이혼 전까지 고정 지출은 더 늘어나는 셈이거든요. 그러나 조정을 통해서 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유능한 변호사를 써서 소장 쓰는 것까지 가능하면 맡기고, 그 시간에 돈을 버는 게 낫습니다. 판사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보다는 화해를 권고하고, 쌍방의 변호사도 어느 시점에는 사건을 종료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재판을 걸면 끝은 나거든요. 다만 돈이 많이 나갈 뿐이죠.

덧2. 아, 그리고 성과급 많이 나오는 직종에서는 혼인 신고 전에 받고 시작하래요, 그래야 혼후 재산 형성이 안 되니까 ㅋㅋㅋ 반대로 이혼 완료 뒤로 성과급은 미뤄야겠어요 ㅋㅋㅋ 정말 꼼꼼하다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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