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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 앓다가 목요일 점심은 지인과 함께 을밀대 본점으로 갔습니다. 초가을이래도 여전히 인기 좋은 곳이니까 아예 한 시 넘어서 도착했더니 안 기다리고 들어갔어요. 뭐 안 기다렸다 뿐이지 홀에 사람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제 평양냉면 편력의 시작은 서른 께 을밀대 본점 여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여의도에 이렇다할 평냉이 들어오지 않은 당시 시점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 여기였거든요. 그 때도 평냉 중에서 좀 사파라는 말을 듣던 곳이었습니다. '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모 음식 평론가께서는 여기를 치를 떨고 싫어하시던데 아직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

메뉴판은 이러합니다. 여기도 이제 13,000원이 되었군요. 다만 우래옥과 봉피양 순면이 워낙에 가격 인상을 선도해서 긍가 서울 도심에서 만삼천원이라면 아직도 심드렁하긴 합니다.

메뉴가 단촐한 편이라 엔간한 건 여기서 다 먹어봤는데 양지탕밥은 안 먹어봤군요. 다른 건 온 김에 술 안주로 다 먹어봤는데 양지탕밥은 밥이라 올 때마다 그래도 온 김에 평냉이지 뭐 그렇게 밀렸던 기억.

육수. 면수 주는 곳이 정파라던데 말이죠. 

녹두전. 역시나 그 미식가 선생님은 열등한 튀김인데 빠싹 태우기까지했다고 경기를 일으키실 듯. 아뇨 전 그 분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에 화가 너무 많으셔서 정제되지 않은 블로그 글 보기는 중단했을 뿐. 

사리 많이 옵션도 가능한데 보통으로도 충분히 양이 많아서 제외.

지난 번 우래옥에 워낙 맛 변한 게 충격이라 긍가 을밀대에는 소위 말하는 '정통' 맛 기대치가 낮아서 긍가 ㅇㅇ 이 정도면 덜 변하고 괜춘 하고 잘 먹었습니다. 면 삶기도, 육수도 여전합니다. 좀 먹다가 남이야 알 게 뭐야 하고 면에 식초도 좀 뿌리고 겨자도 더해서 먹음.

외래에 이식된 문화가 오히려 본토 문화보다 더 강경하게 본래 모습을 고수하고(그니까 덜 변한다는 듯)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한국의 한자 발음이 그러하고, 엘에이 한인타운의 서울 사투리가 그렇고, 평양 냉면도 그렇죠. 뭐가 더 낫다 덜하다가 아니라 각각 특색을 받아들이면 될 문제라고 봅니다.

 

잘 먹었습니다. 부산에서 아쉬운 게 남도 요리와 평양 냉면인데 서울 올 때마다 잘 충족시키는 기분. 다음에는 부산에서도 조금 늘어난 평냉 집을 가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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