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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브런치를 먹으러 모 유명 브런치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기계가 고장나서 오늘 급 영업을 안 한다고 했습니다. 요즘 인스타 중심 영업을 하는 가게들이 그렇듯이 인스타에 공지 한 장만 달랑 내걸어서 헛걸음할 뻔. 대안으로 찾아본 모 가게도 또 수리 때문에 급 문을 닫아서 이래서 신뢰와 안정성의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가는 것인가 중얼중얼. 요즘 시국에 개인 사업자가 얼마나 불안정한지는 알고 있지만 저는 그저 배가 고픈 소비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친구가 대안 2로 찾은 모해나 키친. 해운대점이 제법 잘 나간다고 합니다.

포스팅 미리보기를 위해 선공개하는 오늘의 에이스, 콥 샐러드(13,000원) 그냥 샐러드 치고는 이 고장 시세에 좀 센 편이네 했는데 메인 디시가 되기에 차고 넘쳤습니다. 싱싱한 채소에 맛깔스런 소스, 간장 양념이 잘 밴 닭다리살까지 매우 좋았습니다. 이 가게에서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단연 이걸로.

또박또박 이쁘게 손글씨로 적은 메뉴판. 잘 모르면 가게 이름 내걸은 시그니처나 윗줄, 혹은 첫 페이지가 제일 자신이 있을 터이니 그걸 시키면 본전은 건진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그래서 역시 첫 장에 있는 걸로 시킨 버섯 치킨 크림 파스타(15,000원) 은근 매콤하긴 한데 입맛을 해칠 정도가 아니라 맘에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음료수로 애플 주스와 클라우드를 시켰는데 그걸로 별로 마진 남길 생각을 안 해 보여서 좋았습니다...만, 커피가 없어서... 오늘 커피 한 잔 마실 여력을 아침부터 아껴놨다가 여기 써먹으려고 드릉드릉했던 저는 커피가 매우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디저트와 커피 마시려고 찾아간 칙투칙.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잠깐 애를 먹었습니다. 이름은 그저 애플처럼 윗줄에 있고 기억하기 쉬운 게 좋습니다.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카페입니다.

디저트 가짓수는 많지 않은 편인데 하나하나 먹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영국식 플로리스트인 언니와 영국식 파티셰인 동생이 만든 곳이라 2층에서는 꽃꽂이 특강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정원이 참으로 이쁩니다. 늦가을 햇살을 받으며 차를 기울이기 좋은 곳이에요.

딸기 마스카포네(8천원) 진하고 달지 않은 크림에 상큼하고 싱싱한 딸기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가을이라 시켜 본 단호박 에클레어(6,500원) 단호박을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도 먹어 보고 호평이었습니다.

디저트와 분위기가 워낙 맘에 들어서 다시 가고 싶은데 겨울은 야외 자리를 어떻게 운영하려나요. 아참 오래간만에 아가씨 느낌의 예쁘장한 베이커리를 보니까 20여년 전에 스벅 치즈 케익을 처음 먹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당시 한남 선배들이 그 돈이면 돼지국밥이 한 그릇인데 부들부들 하면서 자기 돈도 아닌데 분개했었어요. 그러고 보면 1 케이크 조각=1국밥은 대체로 비슷하게 형성된 거 같습니다 ㅋ

-뭔 소린지 모르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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