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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지인 중에는 정말 심심하고 장수할 것 같은 입맛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요, 일식을 그렇게 깝니다. 짜고 달고 느끼하기만 하다는 거죠.

...뭐 알고 보면 지방따라 염도도 차이 나고 요리에 따라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해 주고 싶긴 하지만 일본 요리를 그렇게 열심히 변호해주고 싶진 않아서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제 기력은 소중하니까요.

최근에 간 한국식 일식(...그니까 말하자면 일본 요리인데 한국식으로 로칼라이징된, 미국식 중국 오렌지 치킨같은 그런 존재;;;) 가정식당 ‘나오리쇼쿠’는 그 지인을 데리고 가고 싶은 곳입니다. 자극 없고, 덜 짜고, 심심하거든요. (덜 짜다는 건 칭찬이 아니라고 품격시리즈 이용재씨한테 켜켜이 발릴 것 같은데, 굳이 짜지 않고도 일정 맛을 내는 것도 미덕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부산대 정문 골목 안쪽에, 단독주택을 개조한 곳에 있습니다. 아늑한 느낌이 들어서 좋긴 한데 서빙 동선은 좀 불편해보입니다.


오차즈케가 한국에서 그렇게 대중적인 일식 요리는 아니라서(녹차에 밥하고 뭐 말아서 먹는데요, 하면 허탈해 함) 먹는 방법을 테이블마다 설명해놓았습니다. 연령대 높은 분들 모시고 와도 일일히 설명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보여드리기만 해도 돼서 맘에 듭니다.


연어덮밥(만원) 그냥 돈값하고 무난합니다. 맛은 괜찮은데 요즘 상향 평준화라 좀 골라가면 먹을 수 있을 정도. 옆의 새우튀김과 교자 두 개는 어느 메인을 시키든 따라오는 사이드 메뉴. 건강식을 표방하는데...?싶지만 튀김은 맛있으니까요. 역시 청포도 두 알과 약봉지에 담긴 젤리도 일괄해서 딸려나오는 디저트.


연어 오차즈케(9천원), 차슈 오차즈케(9천원) 여기 시그니처 메뉴가 오차즈케 종류니까 여기서는 이걸 먹는 게 좋겠어요. 한국식으로 약간 보쌈같은 질감의 차슈가 꽤 푸짐하게 나오고, 녹차 대신 보리차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보리차의 구수한 맛과 밥이 어우러지는 걸 싫어해서 어우 저게 뭐야; 싶었는데 깔끔하게 우려내서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아, 예의 새우튀김과 교자말인데요...여기 술 종류가 가정식당치고는 꽤 많습니다. 와인도 여러 종류가 있고(하우스 와인 급) 외국 맥주나 사와도 구색을 꽤 맞춰놨어요. 몸에 좋고 심심한 거 먹고 난 후 죄책감을 덜고 술이나 마시라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만남을 가지면서 간보는(..서로의 메갈력과 한남력을 측정하는...) 대학생 커플
-소화력이 떨어졌는데 본죽 종류가 느끼하고 물린 고질병 위장 환자
-대충 좀 어려운데 살짝 트렌디하고 싶어하는 시어머니와 시이모를 모시고 갈 곳
정도겠군요.
가격도 부담되지 않고, 근처 살면 가보기 괜찮은 곳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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