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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몸 상태가 그렇다 보니(이거 매크로 걸어놔야 할 듯 ㅋ) 외식도 엔간한 약속 없이는 집 근처에서 해결하는 편입니다. 제 동네 생활권이 상당히 극명하게 갈리는데 한 쪽은 대학을 배후지로 삼아서 한껏 젊은이들 감성의 밥집이 많은 편이고 다른 쪽은 좀 큰 관공서가 있는 거 빼고는 이렇다할 특색이 없는 주거지역이라 가족 외식 위주죠. 그렇다 보니 대학가쪽에서 외식을 해결할 때가 많았는데 몇달 있다 보니 슬슬 빤해져서 반대편 주택가도 뒤져 보던 중에...


기찰국수-부산식 쌀국수라고 되어 있는 자그만 식당이 주택가에 있길래 뭔가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기찰’이 부산 금정구 부곡동의 옛 지명이거든요. 저 인테리어에, 로컬 옛 지명을 쓴 저 센스는...

오시게 양식당이다...(역시나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입니다. 오시게 이 동네 5일장 이름이죠) 좀 찾아보니 오시게 양식당 오너가 낸 2호점이네요.


메뉴판을 보니 더 혼란스럽습니다. 뭘 모르겠으면 그냥 시그니처 메뉴 시키자-중간은 간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기찰국수를 시켰습니다.

그간 많지 않은 경험으로 남자 쉐프가 있는 몇몇 식당은 고기 인심이 매우 좋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여기도 해당되네요.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고명 수준이 아니라 고깃국에 쌀국수 좀 말아넣은 정도로 엄청나게 퍼넣었습니다. 국물도 엄청 진하구요. 방아(경상도에서 주로 먹는 잎채소인데, 깻잎하고 비슷한데 향이 더 진하죠)하고 고수가 어울립니다. 요우티아오(중국식 튀긴 빵)에 고깃국물 적셔 먹는 것도 괜찮은데, 끝까지 먹는 건 좀 무리.

그래서 며칠 후에 또 먹으러 갔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매콤해서 해장용으로 선호한다는 사천해장국. 제가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꽤 긴장했는데 일반 한식보다도 덜 맵더라구요. 제 입장에선 매우 다행입니다.

이제 몸 좀 더 나아지면 저녁에 가서 아롱사태 수육에 스페인식 흑돼지 배추전 안주로 해서 기찰 쌀막걸리(로컬에선 나름 인지도나 선호도가 있는 막걸리죠)를 먹어볼까 합니다. 문제는 오시게 양식당은 몇년동안 로컬의 조용한 강자로 완전 자리잡아서 예약 없이 가기 힘들 정도인데 여긴 갈 때마다 저만 혼자 손님이라 영 불안하네요. 월화 휴일이라 아니 관공서 직장인이라도 잡아야지 뭐하는거냐 싶었는데 주중 영업-주말 휴일로 선회한 걸 보니 감을 잡은 것 같기도 하고...맛은 괜찮은데 버텨줄지 불안해서 제 안에 백종원이 자꾸 오지랖을 부리네요. 두문불출할때 골목식당을 너무 봤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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