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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모임장소를 어디로 할까 얘기하다가 모두들 귀찮아져서 '모임 전날에 땡기는 데로 가자'고 했었습니다. 결국 '전날 땡기는 데'가 서면 삼정타워 5층 식당가의 태국음식점 어밤부였어요.

 

저는 삼정타워와 나름 인연이 있다면 있는데요, 1년 남짓 다닌 전 직장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거든요. 시즌이라 외근할 때는 올 일이 없었지만, 비시즌에 내근할 때는 기력이 허락하면 전포동 카페거리, 귀찮으면 삼정타워에 가서 점심을 먹곤 했습니다. 어밤부 외에 추천할 만한 곳은...

-홍대 개미(홍대에서 시작한 일본식 덮밥 프랜차이즈)

-거대 곰탕(부산에서는 그나마 먹을 만한 평양식 냉면을 팝니다) 등이 있습니다.

암튼 어밤부는 지나다니면서 수십번을 봤는데 들어와서 먹어본 것은 처음입니다.

 

 

이걸 태국식 샹들리에라고 해야 하나요;

 

 

최대한 얼굴을 가리는 쪽으로 찍었으나 좀 나오긴 하는군요; 태국식 분위기를 제법 충실히 재연한 인싸 레스토랑이라 혼자 가기엔 좀 그랬나 봅니다.

 

 

메뉴판 1

 

 

메뉴판 2

 

 

메뉴판 3. 전반적으로 분위기 감안시 합리적인 가격대입니다. 여의도의 **타이 류의 음식점 가격대를 생각하자면 선녀라고 할 수 있겠네요.(여의도...인당 14,000원은 가져가야 밥꼴을 한 백반을 먹을 수 있게 된 그곳...)

 

 

뿌빳퐁커리(24,000원). 여기 안남미 고봉밥이 한 그릇 딸려 나옵니다. 소프트쉘이 아주 부드럽게 씹혀서 하나도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게살이 풍부하게 씹혀요. 전 맵찔이라 "언니한테 매울 수 있겠는데?"라는 지인 코멘트에 움찔했는데 저도 먹는데 부담이 없었어요.

 

 

팟타이(12,000원) 팟타이는 팟타이죠. 현지 맛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인테리어는 보시다시피 그럴싸하구요, 마침 향로 근처라 좀 향내에 쩔어 있었는데 저는 그런 쪽에 부담이 없어서 있을 만 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상대한 종업원들만 그런 건지 몰라도 다들 후리한 영혼으로 후리하게 일하셨습니다. 내적 깜놀할 정도.

어밤부를 나와서 삼정타워 1층 플라잉 타이거(덴마크 소품 샵)에서 조카한테 생색내며 선물할 소품이 뭐 없나 하다가 허탕치고 스타벅스 리저브와 쉑쉑버거를 지나 전포동 카페거리로 향했습니다.

 

 

일행 중 가장 트렌디한 사람이 찾아낸 전포동 카페거리 베이커리 오븐의 온도(줄여서 OTT). 저는 솔티카라멜 휘낭시에와 얼그레이 휘낭시에(가격도 귀엽지 않습니까)가 매우 땡겼습니다만 요즘 위가 쫌 성치 않아 빵 제한 기간이라 눈물을 머금고 참았습니다.

 

 

지인이 방문 전에 미리 보내준 버터 쫀득바는 실물을 봐도 참으로 실해 보였습니다.

 

 

저는 치즈 크럼블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그러나 위한테 잘해주는 기간이라 무리...orz.

 

 

누구 머리 휘갈겨도 넘어갈 만한 초코 덩어리.

위 사진은 일행 세 명 중 유일하게 구매하지 않은 제가 사장님께 "사진 찍어도 되나요?"하고 정중하게 진상떨고 허락맡아서 찍은 겁니다. 집에 가면서도 '버터 쫀득바 하나쯤은 괜찮았을지도 몰라...'하면서 계속 후회. 

 

 

 

 

여기는 호박빙수와 디카페인 커피를 판다는 모 카페가 월요일이라 문을 닫자 대안으로 간 곳. 외관도 깔끔하고 안도 심플합니다.

안엔 생각보다 손님이 제법 많더군요. 결국 합석하는 테이블로 갔는데 두번째로 합석한 손님 목소리가 째랑째랑하셔서 쫌 듣기 괴로웠습니다. 제 목소리도 좀 독특한데 어디서는 그런 소리 들을려나 잠깐 생각을;

(사장님의 초상권 죄송합니다)

 

일행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디카페인 말고는 커피를 못 마시는 저는 차가운 쑥 라떼를 시켰습니다. 지인 말로는 아메리카노는 꽤 구수한 모양입니다. 저도 수면에 방해 안 받는 범위 내에서 잠깐 입을 댔는데 산미는 1도 없는 구수한 맛이더군요.

 

이게 바로 그 쑥 라떼인데, 위의 크림은 딱 아인슈페너의 차고 달고 조밀한 그 크림입니다. 아인슈페너의 쑥라떼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어요. 처음엔 달디단 크림의 맛부터 시작해서 쌉쌀한 쑥설기 맛이 천천히 섞이고 끝까지 점점 쑥맛이 진해집니다. 전 마음에 들었는데 양이 너무나 인스타스러워서 정말 쬐끔씩만 먹게 되더라구요. 하긴 그래야 소듕하게 맛을 음미할 수 있으려나.

 

이렇게 반나절의 전포동 지역 기행은 끝났습니다. 전포동은 불과 몇 달 사이 또 가게가 생기고 발전하고 있더군요.(미얀마 음식점까지 생겼어요!)

...그나저나 그 버터 쫀득바, 살 걸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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