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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 2박 3일간의 서울 경기권 여행의 마무리는 제가 예전에 살던 곳 근처였습니다. 사실 이쪽도 그 2년 반동안 엄청나게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경의선 공원 새단장이 이뤄져서 길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여기는 워낙 많이 지나다닌 곳이라 금방 찾았습니다.

아파트 상가 1층에 있는데, 설마 여기로 갈까 싶은 유리 미닫이 문이 정문이라 잘 찾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예약한 5시 30분보다 15분 일찍 와서 손님이 하나도 없길래 테이블 간격이 좁은 안쪽보다는 넓은 간격을 확보한 바깥쪽에서 먹기로 하였습니다.

(앉은 테이블에서 바라본 요수정 안쪽)

아늑한 느낌이 들고, 업장이 그리 크진 않습니다. 

여기가 아무리 아는 사람만 오는 데라고 해도 메뉴판에 믿고 맡김(오마카세는 스시 등 일본 요리에만 쓰면 됐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물론 딴 사람이 한우에 오마카세라고 써도 별 상관 안 함) 코스 하나면 코스 옆에 가격을 적어 주는 게 좋으련만. 코스는 1인당 4만원입니다.

둘 다 술을 마실 상태가 아니라 코스로 바로 시작합니다.

멜론. 위에 오일과 향신료를 살짝 뿌린 거 같은데 맛있습니다. 요즘 비싼 메론이 유행하는데 알 것 같아요. 돈 값을 합니다.

이건 통영에서 직송해서 직원들이 "빡빡' 손질한 굴에 여기 말고는 구하기 힘든 페델레 오일이라고 합니다. 요새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생굴 먹는 건 모 아니면 도 게임같은데, 다행히 이번 굴은 이상 없었습니다. 페델레 오일은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살짝 젤리화되어 탱글거리는 식감과 굴에 어울리는 향이 좋았습니다.

직접 발효한 사워도우는 당연하지만 입 안에 미세한 상처가 날 만큼 빠작빠작한데, 당근 무침의 기름과 크림에 절어서 살짝만 눅진해져 있습니다. 저는 사워도우보다 당근 무침이 좋더라구요. 러시아 고려인 요리 당근 김치가 생각나는 맛입니다.

그리고 아까의 당근무침이 다시 곁들여지는 삼겹살찜. 칼로 바로 슥 잘라낼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조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안 트러플 파스타. 고급 트러플이라던데 암튼 맛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대방어+트러플. 대방어의 풍미를 살리고자 트러플 조각만 올리고 오일은 안 했다던데 오일까지 뿌렸으면 과할 뻔 했습니다. 11kg 대방어라더니 역시 방어는 클 수록 맛있습니다.

1인당 1/2 휘낭시에. 많이 달지 않고 부드러워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디저트로 좋아하는 메뉴죠. 여기서 직접 만든 디저트인데 더 먹고 싶으면 추가 주문 가능합니다.

아마 제가 화이트 와인이 가능한 상태였다면 굴을 한번 더 시키고 휘낭시에를 한번 더 먹었을 것 같습니다만, 미네랄 워터와 같이 먹기에는 이 정도가 딱 적당합니다. 4만원 가격에 서울에서 기대하는 정도는 훌쩍 넘어섭니다. 하지만 양이 많거나, 기름진 걸 싫어하는 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마침 간 날이 코로나 거리두기 2단계 첫날이라 주문 중 상당수가 취소 또는 노쇼라 저희만 있어서 빨리 서빙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남아 구름다리를 타고 서강대쪽 철길에서 홍대쪽 책거리로 걸어 공항철도를 타니 좋더라구요.

이번엔 여러 모로 예외 상황이 많은 날이었는데, 정상 상황에서 한번 더 가고 싶습니다.(그러면 예약하긴 더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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