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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기는 좀 나으려다가도 바람 맞으면 재발하네요. 밖에 못 싸돌아다녀서 영 심사가 불편합니다. 빨리 감기도 낫고 봄도 왔으면 좋겠네요. 놀아도 겨울에 체력 떨어지는 현상은 여전한데(아, 체력 수직 하강도는 훨씬 덜합니다. 회사 다닐 때는 한겨울은 그냥 뭐 걸어다니는 시체;;;) 나이 먹을 수록 자극에 취약해지니께...걍 사철 따뜻하고 건조한 데로 옮겨버릴까 싶네요. 캘리포니아라든가 캘리포니아라거나 캘리포니아...

그래서 집에서 노는 김에 얼마 전 갔었던 포항 당일치기 여행이나 포스팅해볼까 해요.


포항하면 물회죠. 포항식 물회는 강원도식처럼 육수를 흥건하게 부어주는 게 아니라 비빔물회입니다. 반쯤 먹다가 야채와 회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물에 밥이나 소면을 비벼먹는 식이죠. 저는 이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요건 자연산 가자미류를 쓴 자연산 물회(2만원)이고 동행이 먹은 건 일반 가자미회에 해삼과 전복을 추가한 회(2만원)입니다. 각각 장점이 있으니 적당히 셰어해 드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이 동네 물회 맛집은 가격 담합을 했는지 자연산(2만원) 일반특사이즈(1만5천원)은 어딜 가나 비슷합니다.


차이는 제가 간 ‘포항특미물회’에선 기본 반찬으로 붉은생선회무침이 나온다는 겁니다. 제가 워낙 붉은살 생선회를 좋아해서 말이죠. 붉은살 생선은 빨리 상해서 바닷가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지라 꼭 먹습니다. 찰진 지방의 감칠맛이 느껴집니다.

점심 잘 마무리하고 포항 구 시가지...그니께 일본 가옥거리와 과메기박물관(...)에 갔습니다. 일본인 가옥거리에 굳이 찾아간 이유는 요즘 온라인에서 소소한 논란거리라서요. 안 그래도 곳곳에 왜색 건물이 많은데 세금으로 일본인 거리나 조성해야 하냐 뭐 그런 비판이죠. 저는 그간 부산이다 군산이다 뭐 암튼 왜식 건물에는 전문가라(심지어 오래 살던 곳도 홍대) 뭐 얼마나 어떻길래 하는 기분으로 가 봤어요.


사실 이 거리 자체가 일제시대 때 구 포항 중심지였다가 경제중심 자체가 신시가지로 옮겨진 다음 새로 짓기도 뭐한 상태라 일본인들 살던 모습 거의 그대로 살고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 여명의 눈동자 찍을 때 스틸 사진 보니까 장하림이 가쯔꼬랑 연애하면서 돌아댕기던 도꾜가 여기였음요. 1991년에도 로케 올 만큼 일본 거리 느낌은 낭낭했어요. 좀 개보수하고 안내판 달아놓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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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본인 가옥 생활관에 걸어놓은 안내판 내용이...’(일본에서 어장 경쟁하다 밀려난 일본 어부들이 목숨걸고 바다에 와서 구룡포에 정착하고 부를 쌓은 얘기 구구절절히 늘어놓고) 구룡포의 풍부한 어자원은 일본 어부들의 꿈을 이루어주었다. 황금빛 엘도라도 구룡포는 가난한 일본인 어부들에게 새 시대, 새 삶을 열어주었다’

...아 물론 본토 떨거지들이 식민지 와서 어수룩한 식민지민들 밀어내고 한 재산 쌓는 얘기는 어디에나 있죠. 근데 그 식민지에서 신난다고 쓸 얘기는 아니잖습니까...니들 조상은 그 일본인한테 어장 뺏기고 생선 말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신나냐;;; 저 생활관에서 상시 틀어놓는 비디오도 그때 구룡포에 살던 일본인들이 영화관 두 개에 큰 병원에 당구장에 도박장에 아주 잘 살다가 지금 고향 일본에 돌아가서도 그 때 그 영화를 그리워하며 사조직을 만들어 추억팔이를 한다는 내용이던데 그 추팔회에서나 쓸 내용을 거기 써놓으면 어쩌니...그 추억 내지인들이나 추억이지;;;

사스가 츠키야마 아키히로(月山明博)상의 고향답네요.

아, 중간중간에 있는 현지예술인 후원공간은 괜찮았습니다.


이쁨요.

거리 둘러보는 덴 한시간쯤 걸렸고, 좀 올라가야 있는 과메기 박물관이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요즘 지어진 공간답게 애들이 이거저거 체험하고 갖고 놀 수 있는 게 많더군요.


과거 보러 가던 배고픈 선비가 나무에서 자연생성된 과메기를 따먹고 과거에 합격했댑니다;;; 너무 과메기를 많이 봤더니 과메기탈트가 생기려고 해...

호미곶이나 시장만 봐서 지겨운 분들이 애 데리고 한나절 댕기기 딱 좋은 코스입니다. 뭐 아까 엘도라도 어쩌고가 좀 거슬리긴 하는데 그거 다 읽을 사람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읽었다쳐도 그 엘도라도 다 망했는데 어쩌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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