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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라이트 중드 덕으로서 2019년 의천도룡기의 광명좌사 양소, 좌망봉의 생과부, 곤륜산 여우, 불회 아버님을 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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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역 호박식당-사.빠.죄.아.

지난주 일요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래간만에 덕질 역전의 용사 동지를 만나러 길을 나섰어요. 그녀와 저는 이런저런 인생역정 십여년(...생각해 보니 17년;)만에 같은 오빠 아래 다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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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죠. 다시 봐도 부녀간에 꼭 닮았습니다. 이 때 했던 썰풀기 리플레이. 트위터 타래와 거의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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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9의천의 양소와 기효부, 그리고 양불회를 보면서 뭔가 기시감이 들었었는데 최근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수수께끼의 할리퀸' 단편선 중 '바다에서 온 남자'를 재탕하면서 아 바로 이거였구나 명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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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 할리 퀸

수수께끼의 할리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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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흠칫하고 돌아서지 맙시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장기인 로맨스+환상+미스테리가 절묘하게 섞인 수작입니다.

'바다에서 온 남자'는 '듣는 사람'이 전문(그리고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에 가려져서 그렇지 애거서 크리스티 월드에수 숱한 커플을 매칭시킨 로맨스 메이커)인 새터드웨이트씨가 먼 휴양지 섬에서 겪은 일입니다. 거기서 외딴 별장의 셔터에 손을 대면서 벌어진 일인데, 거기에 홀로 살고 있는 중년의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게 되죠.

이 여인은 비극적인 사고로 매우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 살다가, 섬에 놀러 왔다가 길을 잃어 별장에 길을 잘못 든 젊은 남자에게 마을 처녀인 척 하고 하룻밤을 보낸 후, 다시 찾아온 그 남자를 외면하고(...어디서 본 얘기죠?) 얼마 후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아이는 잠깐 만났던 아이의 아버지를 꼭 닮은 겁니다. 다음은 이 여인이 새터드웨이트씨에게 하는 고백입니다.

"전 그 애를 통해서 그 애 아버지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애를 통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지요. 지금에도 저는 그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고 있을 겁니다. 그저 상상속에서 이상형의 남자를 꾸며냈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정말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내일 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전 틀림없이 바로 이 사람이다-하고 알 것 같아요. 저는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20년간,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왔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죽겠죠"

19의천의 킬포 중 하나는 다른 시리즈에서는 기효부와 양불회를 동일 인물로 캐스팅하거나, 의도적으로 꼭 빼닮은 여배우로 캐스팅한데 비해서 이번에는 양소와 양불회 부녀가 흠칫할 정도로 닮았다는 겁니다. 모녀간에도 조금 닮긴 했는데 사실 양소와 기효부가 그림체 자체가 비슷합니다(...)

물론 외모 뿐 아니라 성정도 비슷합니다. 결국 곧은 길로 가고야 마는(...젠장;) 그 방향성이야 효부스럽지만 상당 부분은 기효부와의 연애(...맞나요?;)그리고 명교즈에 치이기 전에 기승스럽던 청년 양좌사의 성정과 매우 비슷합니다. 효부가 불회 머리를 곱게 빗겨주다가도 빗으로 때리면서 "누구 닮았길래!"하는 게 상상이 가요. 

아, 저는 효부가 양소와 하룻밤을 보낸 후 헤어지기로 한 선택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효부는 자기의 무공을 숨기고 아미를 떠날 수 밖에 없어도 결국 명문정파 협사 기효부예요. 입에 발린 사과 따위는 죽어도 못하고 그보다 몇백배 힘든 의천검을(효부의 소원이니까) 기껏 되찾아놓고는 몰래 아미파 문앞에 버려두는 남자와는 평생을 함께할 순 없어요. 나중에 전해 들었어도 감동과 승질이 동시에 났을 겁니다; 하지만 불회를 키우면서 불회를 통해서 양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멸절이 양소에게 접근해서 죽이라고 했을 때 '협사라서' 그리고 '사랑해서' 거절했어요.

김용선생은 원작에서 '사랑해서'에 좀 더 방점을 찍었고, 최근에 기효부의 인격 자체에 대해서 재평가하는(...천연 따위로 모에화하는 나무위키는 저리 버려둡시다) 해석에서는 '협사'에 좀 더 중점을 두죠. 저는 둘 다 선후나 경중을 따질 수 없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지금 원한에 훼까닥 눈이 돌아 바른 길에서 잠깐 벗어난 것 같)는 사부님께 훼이크를 쳐서 죽이겠다고 이 상황을 모면한 뒤 좌망봉을 찾아가서 해피에버애프터'는 그녀의 선택지에 없습니다. 19양소는 그 선택에 대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깊이 이해합니다.

어느 평행 우주에서 멸절이 그 선택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겠지요.(저는 멸절의 손을 빌린 효부의 자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지간하면 좌망봉은 안 찾아가고 모녀 둘이서 살았을 것 같아요. 물론 세가 커지는 명교는 어디에나 있고, 그녀는 어디에나 있는 명교의 표식을 보며 양소를 언제나 떠올렸겠지요.

그리고 좌망봉의 생과부는 계속 금이나 뜯고 있었을 테고(...) 아, 애거서 크리스티 월드에선 어떻게 되냐고요? 잘 듣는 사람 새터드웨이트씨는 기효부(...) 아니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기 직전에, 암에 걸려서 죽어가는 남자, 이 섬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 같은 남자를 만났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그녀가 기적적으로 재회할 수 있게 밑밥을 깔아줍니다. 그녀는 양소(...) 아니 그 남자를 살려 낼 거라고 의욕을 불태우죠. 둘은 그저 오해로 헤어진 연인이라고 아이에게 설명할 거라고 합니다. 

역시 크리스티 여사님, 로맨스 네크로맨서. 김용은 각성하라!(아 이미 돌아가셨지;;;) 양소는 중병 걸려라!(...) 어차피 드라마 중반 넘어가면 밥먹듯이 피 토하고 아플 거 미리 좀 하지 그랬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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