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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미생활 중에 하나는 서점 구경이 있습니다. 사는 데가 대학가에 부도심이라(홍대와 건대를 반반 섞은 열화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믄 됩니다) 그럭저럭 큰 서점이 몇 개 있거든요. 물론 술집은 수백배 많기는 하지만요(그러나 한민족 역사상 언제나 술집은 서점보다 훨씬 많았고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겁니다) 가서 출판업계의 트렌드도 보고 그렇습니다. 상반기에는 ‘(곰돌이 푸/인어공주 뭐 아무튼 친숙한 동화 캐릭터), xx해도 괜찮아’류와 퇴사-백수(이 테마는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독거 테마,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담론 등등이 있었어요.


밀레니얼 세대 담론의 선봉에는 이 책이 있었죠.
아주 성공했습니다.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에게 선물했다는 걸로 ‘상징성’의 방점을 찍었다고 봅니다. 삼성 인사부 출신의 30대 저자 양반은 요즘 이래저래 90년대생 주제의 강연 뛰러 다니라 바쁜가 봅니다(보수의 끝판왕이나 모던해보이고 싶어하는 구회사도 연사로 초청했다고 하더라구요)

얼마 전 있었던 구 회사 모임에서 이 책에 대해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586 한 분은 이 책이 이슈를 선점한 것에 불과하며 90년대생의 생태에 대해 나열하였지만 대안을 제시한 건 없다고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하셨구요, 다른 586 한 분은 굳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 없이 그 세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역할을 다 한 거다, 그 다음 나올 연구의 몫이라는 의견이셨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긴 했지만 호불호를 딱히 따질 생각은 없구요, 원래 제일 먼저 테마를 선점하는 자가 화제성을 가져가는 게 현대 한국 출판시장의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봐요. 퀄리티는 떨어질지라도 말이죠. 어디 ‘88만원 세대’가 그 세대 담론에서 딱히 구성이 좋은 편이었나요;;;

제가 더 흥미있었던 건 그 586분들이 본인 회사의 그 세대 직원이나 자녀들은 ‘90년대생이 온다’에서 자극적으로 다룬 생태학적 특질이 그렇게는 없는 거 같다, 물어봐도 아닌 거 같다더라....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일단 샘플이 편향되어 있고(구 회사는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사람을 채용합니다)
-상사에게 그런 특징을 곧이곧대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며
-자기 입으로 그렇다고 신고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굳이 흥을 깨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밀레니엄 세대 담론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전 세대갈등에도 소소하게 겁니다. 트잉여인 저는 요즘 한미 양국에 동시적인 기사가 소소하게 화제인 걸 발견했어요.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저축률이 떨어지고 윗 세대가 집을 살 나이대에서도 집을 못 사는 걸 ‘아보카도 샌드위치’같은 소소하고 쓸데없는 소비재를 사서 그렇다고 기사도 나도 그렇거든요. 반응은 두 갈래예요. 아보카도 샌드위치 들고 ‘나는 경제를 망치는 밀레니얼 세대다’하고 인증샷 올리거나, ‘우리는 실질소득도 낮고 학자금대출도 존내 많고 집값은 기성세대 니들이 올려놨는데 뭐 어쩌라고’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거나.

한국에도 비슷한 기사가 났어요. 90년대생들이 떡볶이니 마라같이 매운 거 이런 데 월 7만원씩 돈은 써대고 집은 못 사고 있다 이런 기사였죠.

전 맵찔이라 떡볶이는 제 돈 주고 사먹어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만 그 90년대생들 원룸 월세가 50-70만원은 할 텐데요;;;

미국보다 한국이 살기 더 팍팍하니, 갈등도 더 거셀 소지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아, 독일의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상대적인 부의 수준도 훨씬 낮고 불안정하지만 부모 세대를 너무 사랑해서 대들지 않는다..고 어디서 줏어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과연 사랑으로 다 설명되는 문제인지, 곳간에서 인심 나오는 건지는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이미
http://m.yes24.com/Goods/Detail/66795472
‘586, 영웅인가 괴물인가?’하는 이 책이 나왔거든요. 아 읽지 않았지만 읽은 것처럼 피곤한 이 기분은 뭐지;;; 그리고 이 책은 테마 숟가락 얹기의 달인인 우석훈 박사님이 관여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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