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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은이),
최석영 (옮긴이)
출판사: 마티
국내 출간일: 2022-12-12
원제 : 日本の植民地建築―帝国に築かれたネットワーク
 
목차
들어가며

0 왜 식민지 건축을 말하는가

1장 식민지 건축
1 지배기구로서의 청사
2 국책회사 만철의 건축
3 만주국 정부의 청사
4 식민지 은행

2장 지배기구의 건축 조직과 건축가
1 대만총독부의 건축 조직
2 조선총독부의 건축 조직
3 관동도독부의 건축 조직
4 만철의 건축 조직: 만철 건축을 뒷받침한 인력
5 만주국 정부의 건축 조직
6 건축가의 이동

3장 식민지 건축을 뒷받침한 재료
1 벽돌
2 시멘트
3 철

4장 식민지 건축을 뒷받침한 정보
1 건축 단체의 설립
2 건축 단체 간 교류
3 건축 잡지의 발행

5장 식민지 건축과 네트워크
1 식민지 건축의 특징
2 식민지 건축의 보편성·선진성·세계성
3 식민지 건축을 뒷받침한 네트워크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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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책입니다. 오랜 기간의 현장 조사 및 문헌 조사를 근거로 집필되었으며 목적 의식도 뚜렷하고 구조도 확실합니다. 다만 거 뭐냐... 각각 식민지에서 활약한 일본인 건축가들의 시대별 취임 이임일자나 직위 직함 등은 지나치게 자세하게 나열되어 가장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목적 의식'이라고 한 부분은 작가가 앞머리에서 명확하게 다섯 가지를 적시해 놓았습니다. 그 중 좀 신기했던 것은(전 일본인에게 역사 의식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다시 묻다' 이 첫 번째 목적 의식이었습니다. 상당히 삐딱했던 저의 고개를 좀 돌려놨던 부분입니다. '지금 침략과 지배를 다시 묻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 재발을 허용하지 않는 데 있다' 이 부분에서 쪼매 감동을 받았는데 이후는 또 그렇지도 않아요. 세계 열강을 본받아 동아시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지배하고자 애쎴던 지배의 역사가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나머지는 읽다가 기억에 남은 부분만 간단간단하게 남겨보겠습니다.
 
일본의 동아시아 식민지 지배 시작 순서는 대만->조선->만주 순서로 시차가 있습니다. 따라서 대만부터 겪었던 식민지 건축에서 배운 노하우와 일본 건축 전문 인력을 다음 식민지에서 알차게 써먹은 점도 있고, 그때 그때마다 서구에서 유행했던 건축 양식이 불과 몇 년만에 도입되어 대표 건물에 사용됩니다. 대만은 퀸 앤/튜더 고딕/로마네스크 등을 썼고 조선은 바로크/르네상스 양식이며 만주는 퀸 앤/르네상스/아르누보 양식 등입니다. 대개 서구 열강은 식민지에 자신들의 권위와 주체성을 밝히고자 자기 나라의 주요 양식을 썼는데 일본의 전통 양식은 신사 등에 국한되었고 그때그때 유행했던 서구 양식을 사용했어요.
 
이 점에 있어서 작가는 덤덤하게 '당시 일본의 동아시아 지배는 서구 여러 국가의 협조와 인정으로 이루어진 바, 일본의 지배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따라서 홍콩, 상하이 텐진 등 서구 국가가 지배하는 동아시아 지역에 건립된 건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자신의 지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서양 건축 규범을 따르는 건물로 지배에 필요한 시설을 정비하는 것이 유효했다'라고 설명합니다. 아, 물론 일본의 서양 건축 역사가 일천했었고 식민지 건축 설계와 시공, 토목의 중추였던 동경제대 건축과 출신은 일본 전통 건축이 아니라 서양 건축부터 배웠다는 배경도 있습니다.
 
- 보통은 지배를 시작하자마자 거하게 총독부 건물부터 올리는 것부터 상상하는데, 대만-조선-중국 동북부 공히 기존 피지배(그니까 망한) 정부의 건물부터 임시로 사용하기 시작하고 실제 지배를 위한 병원, 경찰서, 감옥부터 지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그래 참 실용적이다;;;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위용을 자랑하는 공식 총독부 건물은 지배 수십년 후에 지어올리기 시작했어요.
 
- 날씨와 자원 획득의 용이도 등 식민지별 배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습니다. 우리가 현대 건축에서도 흔히 보는 철근 콘크리트조와 철골 구조, 혹은 그 둘의 조합은 공통적이었지만 벽돌(그놈의 붉은 벽돌을 주구장창 썼던 이유가 뭔가 했는데 서양에서 유행했던 퀸 앤 양식을 가져온 거래요;)이나 시멘트 등등의 재료는 원료 현지 조달 가능성과 현지 생산 기지 여부에 따라 부지런히 일본-대만-조선-만주를 오갔습니다. 예를 들면 일찌감치 철 등이 풍부하고 생산기지를 일찌감치 지어놓은 조선에서 철과 시멘트 등을 만주로 실어나른다든가, 덥고 습한 대만에서 흰개미 등등으로 철근콘크리트조가 삭아올리자 보완한다든가 뭐 그런...
 
- 당시에 일본에는 주요 건축협회가 세 개가 있었는데요, 배경상 다른 건축협회처럼 건축학자가 주가 아니라 건축학자-건축실무자-건축회사가 긴밀하게 주축으로 돌아갔던 간사이건축협회의 본을 받아 대만, 조선, 만주에 각각 건축협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원래도 동경제대 학벌과 식민지를 오가면서 긴밀했지만 이 건축협회로 더욱 긴밀해져서 학회지, 잡지, 컨퍼런스, 서양 건축 견문 등등을 하면서 본토를 거치지 않고 서양 건축 정보를 다이렉트로 입수하기도 했습니다. 어 참 열심히 했구나...아참 제가 열심히 읽었던 '경성의 주택지'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2%BD%EC%84%B1%EC%9D%98-%EC%A3%BC%ED%83%9D%EC%A7%80-%EC%9D%B4%EA%B1%B4%ED%9D%AC-%ED%9A%8C%EC%9E%A5-%EC%A7%91%EC%9D%80-%EC%99%9C-%EC%9E%A5%EC%B6%A9%EB%8F%99%EC%97%90-%EC%9E%88%EC%97%88%EB%8A%94%EA%B0%80ㅇ

경성의 주택지-이건희 회장 집은 왜 장충동에 있었는가

- 제목 : 경성의 주택지-인구 폭증 시대 경성의 주택지 개발(포스팅 제목은 어그로입니다 녜;) - 정암총서 12(건축 역사 시리즈예요) - 지은이 : 이경아 - 출판사 : 도서출판 집 - 출간일 : 2019년 11월

kiel97.tistory.com

에 자주 언급되는 '조선 건축'은 당연한 거지만 관용 건물을 지으면서 활약했던 일본인 건축가들이 주축이 된 조선 건축협회 꺼였습니다.
 
- 행원 출신이라 식민지 은행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래 은행은 무조건 금고 안 뚫리게 튼튼하고 권위적으로 지어야지 ㅋ
 
- 저는 일본인 원저자의 '식민 지배로부터 배우는 역사의 교훈과 반복할 수 없다는 다짐으로 이어지는 연구'라는 목적의 진정성을 그다지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주로 읽었을 일본의 독자들의 받아들이는 자세에는 매우 의구심이 드는 것이.... 경복궁을 훼손하고 총독부 전신을 지었을 때 '만약 지금 조선이 발흥하고 일본이 쇠퇴해 궁성이 폐허가 되고, 대신 그 자리에 거대한 서양풍의 일본총독부 건물이 세워지고 그 벽담을 넘어 멀리 우러러보았던 흰 벽의 에도성이 파괴되는 모습을 말이다... 에도를 기념하는 일본 고유의 건축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한 반발을 기고했던 야나기 무네요시(모가지 다이죠부데스까)같은 사람이 많을까요, 앤초비 프린스가 총독부 건물을 폭파하기 전에 '어머 여기가 우리 땅이었을 때 서울 중앙에 위세좋게 지은 데래 참 좋은 시절이었다'라고 깃발 들면서 까르르거렸던 일본 관광객이 더 많았을까요...
 
언제나 우리는 이상을 가지고 나아가되, 대중의 현실과 인식도 감안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한중일이 단합하여 공동체를 이루는 그날을 경계한다지만 정말 쓸데없는 소리고 ㅋ 한 쪽은 과거를 지우며 애써 모른 척하고, 두 쪽은 끊임없이 되새기며 서로 척을 진 마당에 식민지 시대의 반추와 회상은 여러 모로 씁쓸한 뒷맛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본인 원저자는 조선총독부가 없어졌지만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미가 있으며 독립기념관에서 야외 설치로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입니다 사실이지만... 저도 두 번인가 독립기념관의 전 총독부 기념공원을 가봤는데요...

외진 구석탱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시다시피 대접도 영 좋지 않습니다. 이것이 전 식민지가 전 지배의 아이콘을 기념하는 방식입니다.

덧. 아, 총독부가 워낙 상징적이라 그렇고 경성시청(서울도서관) 등 다른 곳 대접은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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