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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천여행의 1일차 저녁에 간 곳은 순천시청 근처에 있는 '대원식당'에 남도 한정식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시이면 그러하듯이 시청 뿐 아니라 각종 관공서가 몰려 있는 곳이고 관아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향(김영란법에 걸리지 않을 가격대, 별도 룸 선호, 그러는 주제에 오지게 입맛은 따짐 등등)을 퇴직한 디지털 노마드...아니 디지털 노숙자인 저는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블루리본을 9년 연속 받았습니다. 전 이런 거 좋아합니다 ㅎㅎ

 

그리고 예약 없이 들어갔는데요(뭐 3인이면 모를까 2인이면 예약이나 워크인이나 매한가지라서;) 이미 여섯시 무렵에 본관은 만실이라 별관에 가게 되었습니다. 별관은 사람 부르는 게 좀 귀찮은 거 빼곤 괜찮습니다. 사실 한정식 상 차림 한 후에 사람 부르는 거라고 해 봤자 술 추가 말고 뭐 있겠어요...

대략 15분 정도 있으면 아예 상을 통째로 들고 와서 테이블 위에다 깔아줍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요, 한식은 그 환상적인 맛에 비해서 색감이 그리 환타스틱하진 않아서 좀 손해를 보는 듯 합니다.

기름장과 초장 밑에 깔려 있는 육사시미 네 점입니다. 아페리티프...아니 식전주래...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식전 음식으로 이걸 먹으라고 권하시더군요. 제 오랜 동거인이 남도 출신인데요, 남도에서는 육사시미를 육회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에 올라와서 육회라고 나온 게 뻘건 양념장에 무친 근본없는 소고기 채무침이었다며 열변을.... 그래요 정말 질 좋은 소고기여야만 육사시미로 먹을 수 있죠. 네 점 밖에 안 되었습니다만 겁나 맛은 좋았습니다.

돼지불고기와 고등어찜. 둘 다 쌈싸먹거나 옆에 나물과 곁들여 먹는 방법을 이모님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시킨 대로 먹으면 참 맛있어요. 바로 아래 보이는 게 삼초라고 인삼 맛이 나는 쌉싸름한 채소가 있었는데 돼지고기와 같이 먹으니 잡내도 없애주고 기가 막히더군요.

아 모르겠다...암튼 생선 구이와 쭈꾸미볶음. 당일 식사에서 가장 절묘한 맛이었던 게 이 쭈꾸미 볶음이었습니다. 살짝 불맛이 느껴지면서도 쭈꾸미 특유의 탄력있는 탱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아마 겉만 살짝 센 불에서 가열한 게 아닐까...하고 입만 살은 일행과 제가 추측해 보았습니다.

돌게장과 갓김치. 제가 이 한정식에서 정말 높게 치는 건 제철 젓갈이 서너가지 있었는데 그 젓갈마다 어울리는 음식 별로 용도가 다 따로 있었으며(돼지 불고기 곁들임, 고등어 곁들임, 밥 비빔) 너무 짜지 않으면서 그윽하게 잘 숙성되어 양이 그리 많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는 겁니다.

...신나서 복분자주를 참 많이 마셨네요... 부추야채버섯전과 생선전도 참 맛있었습니다. 

 

이 집이 최근에는 손님별로 최상-최하로 호불호가 확 갈리는데요, 저는 최상에 좀 가까운 편입니다. 뭐 쓸데없이 많이 내오기만 했지 별 거 없었고 뜨겁지 않았다고 하는 평도 있었는데 제 기준으로는 가장 작은 채소무침 반찬 하나하나 버릴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뜨거워야 맛있는 음식도 없었구요.

 

친절도는 음... 네 딱히 서울 취향의 친절이 극에 달하는 음식점은 아닙니다. 근데 인당 39,000원의 음식점에 손으로 하나하나 들여놔 주고 먹는 법을 설명해 주는 걸로 그 친절함은 다했다고 봅니다.

 

재방문 의사 충분히 있고 전 만족했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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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23~24일 1박 2일로 순천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순천역에서 6~7분 걸어가면 있는 밥집 '아마씨'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좀 뻘짓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서 일행과 열두시 이쪽저쪽에 도착했는데, 그나마 간발의 차이로 그때 도착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후로 손님이 열 팀 가까이 들어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대기하는 걸 봄,

저는 언제나 이런 예쁜 손글씨 메뉴에 로망이 있습니다만 제가 제 손으로 썼다간 손님 다 떨어질 것...;;; 여기는 연잎밥이 시그니처라길래 큰밥/작은밥 이렇게 시켜보았습니다.(채소 카레도 옆 손님이 시킨 거 봤는데 맛있어 보였음)

제가 시킨 작은밥 연잎밥정식(11,000원) 반찬이 얼마 없고 간소합니다만 다 손이 가고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 저기 상단 왼쪽의 매실불고기는 따로/또는 추가로 반찬으로 판매합니다(4,000원)

연잎을 열면 이런 씨앗 찰밥이 들어가 있습니다. 연잎의 향기와 찰밥이 참 잘 어울립니다.(여담인데 제가 몇 년 전에 부여에서 연잎밥을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좋지 않았던 기억이 바로 치유가 되더군요) 생각보다 양이 꽤 됩니다.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고 아주 담담합니다. 저염식에 가까울 정도로 간이 약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좀 있을지도. 저는 간이 약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좋아하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순천역에 상당히 가까운 편인데 여행자는 절반 미만, 로컬 직장인 손님들이 반 이상 정도. 생긴 지 얼마 안 됐는데 끊임없이 손님이 오시더군요. 그리고 젊은 여사장님이 수완이 아주 좋은 편이라 매끄럽게 안내하고 주문과 서빙을 조율하셔서 어머니/딸 뿐인 단촐한 인원 구성으로 잘 꾸려나가는 게 보였습니다.

 

순천은 뭘 먹어도 맛있다는 공식은 여기서도 통했습니다.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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