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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12월 31일 반나절동안 서울 부암동을 돌아다니다 왔습니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 낮에도 썩 그리 동선이 길진 못했습니다.

맨 처음 갔던 곳은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 가족이 폭우를 뚫고 자하문 터널로 내려가는 계단. 당연한 얘기지만 이 계단을 제대로 보려면 길 건너편으로 가야 합니다. 

1) 부암동 주민센터 횡단보도를 걸어 건너편에 있는 미정당 우측 작은 골목길로 내려가

2) 만나는 길(창의문로10길)에서 좌측으로 50m 가면 통로가 있어요.

요런 포토존 표시가 있고요,

포토존이 있습니다. 눈도 가리고 코도 가리고 아주 기분이 편안하네요.

전경은 이렇습니다.

영화에서는 겁나 어두침침하게 이렇게 나왔구요....

이날치밴드+앰비규어스 컴퍼니가 나온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에서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미묘한 사실은, 제가 이 영화를 아주 열렬한 관심을 가지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자하문 터널 계단을 실제보다 굉장히 길고 구불구불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마도 당시 영화의 처절하고 꼬인 주인공들 심사가 반영되어 그렇게 느껴진 모양이었는데요...하긴 뭐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 뒤에 후광을 봤다고 착각한 적도 있으니 말이죠.(근데 그건 영화를 본 대부분이 그렇게 느꼈으니 뭐)

다시 부암동 주민센터로 길을 건너서 터널길을 돌아 계단을 내려가면 이렇게 보입니다. 기생충가족_시점.

올려서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포토스팟 만든 걸 비판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서울에는 웬갖 영화 포토스팟이 다 있습니다. 여의도 한강길에 보면 거의 잊혀진 영화인 '김씨표류기' 스팟도 있어요(근데 그 영화, 한강과 밤섬이 거의 다라 스팟을 안 만들 수가 없;;) 다른 나라 가봐도 별 예외도 없구요.

 

짧았던 투어를 끝내고 '다움 223.1'에 가서 식사를 한 후 1~2분 길을 내려가서 서울미술관에 갔습니다. 서울미술관은 크게 목적을 뒀다기보다는 석파정에 가는 진입로쯤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이 엔간한지 서울미술관+석파정 패키지가 11,000원, 석파정만 가는 티켓이 5,000원입니다. 날씨도 있고 하니 실내에서 그림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네이버예약을 통해(여기는 현매는 안 되고 네이버 예약만 받습니다) 티켓을 구매하고 들어갔습니다.

코나 노래였나.... www.youtube.com/watch?v=c6m8Kgzh850

아,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였군요.

제목을 실제로 어디서 따왔는지 모르겠으나 이 전시회는 도시화가 진행된 다음 태어나 도시가 고향이고 편안하나 때론 그 도시에서 고독과 적막을 느끼는 젊은 세대 화가들의 도시 테마 전시입니다.

실제로 제가 점심 먹을 때 자주 하는 짓이라 저장.

으으...깊게 생각하지 말자...깊게 생각하지 말자....

포토 스팟의 달. 보통 자기 셀피 배경으로 하라는 모양이었으나 달 자체만으로도 이쁘잖습니까.

전시회에 웬 음악가냐고 하겠지만, 뮤직비디오가 북유럽스타일+현대아트비디오스럽습니다.

www.youtube.com/watch?v=rtT__umjFVY

풀 버전은 위와 같습니다. 아직도 발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바흐가 아름답고 조화롭고 따스하며 지친 몸을 일으켜주는 생명의 박동과도 같은 음악이라는 단편적인 선입견을 깨는 바흐예요. 

좀 신기했던 것이, 저녁에 절친의 집에 찾아갔더니 이 분의 다른 바흐 뮤직비디오를 저에게 권해주길래(그건 디스토피아 이후의 세계인들이 저분의 바흐 음악에 이끌려 하나둘씩 모이는....한마디로 자의식 쩌는 뮤비였습니다) 저는 우연의 일치에 놀라며 위의 생선공장 바흐를 권해주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초기 그림이길래.

어...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요, 19금 애니메이션 성인 이상 공개된 전시장의 야릇하기 그지없는 배경이에요. 꾸금 애니 내용은 진부했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처럼 생긴 동양 여성과 한 남자가 열심히 잤잤하다 일이 꼬이니 여자를 죽여서 토막치고 버려요. 냉장고에 안 넣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査眞전, 실제와 비슷하게 그린 전시회의 제가 사랑하는 연아.

그리고 예술의 세계에 갇힌 현대인 하나.

석파정 가는 길목에서야 알게 된 건데, 서울미술관은 공공이 아니라 사설 미술관이었습니다. 유니온제약 회장님(이름 까먹;)이 예술 다방면의 컬렉터인데, 석파정 일대도 경매에서 낙찰받아 미술품 및 석파정 관리 겸사겸사 해서 세운 게 서울미술관이랩니다. 저만 그런 거 아닐 거예요;;; 서울 붙으면 시립인 줄 알잖습;;;

미술관 4층의 바깥으로 나가면 석파정이 있습니다. 실은 안동김씨 권력자 김흥근 소유였는데 흥선대원군이 탐을 내서 아들 고종을 여기 석파정으로 행차시켜서 하룻밤 묵게 했대요. 왕이 묵은 곳에 신하가 머무를 수 없으니 김흥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칼 안 든 강도(...) 부자에게 넘겨서 흥선대원군 별장이 되고, 고종의 별저가 되었다는 얘깁니다.

아, 石坡는 흥선대원군의 호이기도 합니다.

제법 큽니다. 저 중에서 오른쪽 잔디 옥상은 꽤나 그럴싸한 현대 미술품이 많으나 어쩐지 개방하는 날보다는 닫혀있는 날이 많다고 하고, 그날도 닫혀 있었습니다.

인왕산 쪽 뷰.

천계송. 실제로 보면 더 무지무지하게 큽니다.

요기가 별저.

별저 올라가는 돌길에서 찍은 천계송 222

부암동의 계단은 많고, 저는 지쳐갑니다.

요기가 고종이 묵은 방. 화려한 데 비해 크기는 작습니다. 근데 문 열면 보이는 계곡과 산수 풍경이 기가 막히네요.

요기는 석파정. 한국 양식과 청나라 양식이 섞였다던데, 청나라 양식이 좀 더 있어 보입니다. 왜 청나라 양식인지는 미상.

계곡은 싹 다 얼어붙고,

바깥은 춥습니다.

김흥근이 소유할 시절에는 삼계동이라 바위에 새겨 기렸는데,

바위에 굳게 새기건 말건 왕이 작심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신라시대 양식 3층 석탑.

하긴 언제든 별장짓기 참 좋은 곳이라 여겼을 겁니다.

이때쯤 핸드폰 쓴 제 손은 얼어붙고, 부리나케 다시 서울미술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석파정은 언제와도 좋지만 봄과 가을이 제일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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