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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국밥에서 냉면과 수육으로 배를 채우고 동행이 이끄는 바에 따라 서소문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가는 길에...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과 덕수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루프탑이 있습니다.

좀 뻥 치면 유럽 온 것 같은 갬성을 느낄 수 있긴 한데요, 지금 좀 공사 진행 중인 데다가 앞에 그윽하게 보이는 오세훈 선거 통천 때문에 좀 깨긴 합니다.

덕수궁도 이쁩니다.

그리고 걷고 걷고 걸어서...

서울역 께에 있는 직장인들이 밥 먹고 배 두드리면서 열심히 생존형 걷기를 하고 있는 정원이 보이면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 도착입니다. 저는 이 때쯤 더운 날씨 때문에 전날의 취기가 좀 올라와서 너무 지쳤는데 성지로 가자고 해서 음? 동행이 날 순교시켜버리려고 이러나?하고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던 상태;;;

겁나 논란이 많은 작품이었는데 현 교황님이 직접 축복을 때려버리셔서 큰 반향을 얻게 되었다는 '노숙자 예수'. 음... 그 분은 참 배포가 크십니다.

https://www.seosomun.org/main.do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경세유표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행정기구의 개편을 비롯한 관제·토지제도·부세제도 등 모든 제도의 개혁 원리를 제시한 내용을 담은 정책서로, 전라남도 강진에서 유배

www.seosomun.org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홈페이지도 참 알차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으니 보시면 제 썰보다는 훨씬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암튼 여기는 지상에서 내려다보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

기계장치의 피에타 <-혼자서 막 이름 붙이고 그렇습니다;

이 조각은 두 층 밑으로 내려가면 같은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데 위에서 보는 것과 정면에서 보는 게 느낌이 또 다릅니다. 묵직한 고통이 느껴져서 좋은데 좋지 않은 상태에서 저 사진 오른쪽 위의 소화전을 보면서 뭔가 좀 깨면서 구원을 받았;;

지하 1층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전시회와 아시아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모자상 그림들을 구경할 수 있는 오디토리엄도 볼만합니다. 전 오디토리엄이 너무 아늑하고 시원하고 그래서 문자 그대로 뻗어있었는데 동행이 매우 질타했습니다. 아니 노숙자 예수님 조각도 놔두는 곳에서 지친 그지한테 그렇게 박하실라고요;;;

이 조각 이름이 '영웅'이었나... 물론 '그분'입니다.

그리고 중생들....

그분과 중생들;은 실외에서도, 실내에서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 미디어 아트 이름은 '좁은 문'입니다. 

나지막하게 슬슬 올라가다 보면 아 이게 좁은 길이면 갈 만하겠네 싶습니다;;;

이 정도 고난이면 뭐<-틀렸다;;;

 

이 가운데서 두 팔 벌리고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온다고 합니다. 근데 뭐 전 사진찍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아까 걔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감명을 받았던 곳. 조선의 천주교 초기 박해사는 정약용 형제들 등을 위시한 실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조선 전체의 사상사라는 큰 흐름 내에서 천주교가 어떻게 들어왔고 어떤 위상을 지니는지에 대한 전시입니다. 제대로 보자면 반 나절은 걸릴 만한 전시. 근데 전 이미 지친 그지라서 30분 정도만 봤음. 아, 물론 정약용, 정약전 등 천주교인 실학자들의 저서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같은 개신교인이나, 동행처럼 무교라도 편하게 들러서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니 부디 들러 보시고 저처럼 광화문에서 서소문까지 땡볕에서 걷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동행이 절 순교 성지의 망나니 칼 씻는 곳에 끌고 갔을 때 진짜 이곳이 내가 갈 곳인가 싶었다니까요;;;

그리고 시져시져 이제 나 택시태워져 하고 뻐팅겨서 택시를 탄 다음...

돈화문 근처 '우리 소리 박물관' 길건너편 '카페 기억'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시즌 한정 청귤에이드를 마시니 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여름 초입부터 정말 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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