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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 다닐 무렵에는 개인 재무결산을 연도 말/그리고 집 구입 등 큰 재무적 이벤트가 일어날 경우에만 했었습니다. 일단 시간이 없기도 했구요, 뭘 어떻게 쓰든지 돈이 남았거든요(...아 물론 독신 여성이 쓸 돈이 없으니 나한테도 좀 써라 등등의 개소리를 방지하기 위해 혼자 쓰기 딱 좋다 남는 거 없다 이러고 댕기긴 했습니다)

지금은 매달 말/그리고 집 구입 등 큰 재무적 이벤트가 일어날 경우에 실시하고 있습니다. 툴은 엑셀을 쓰구요, 대충 하는데는 한 시간 반, 정밀하게 하려면 세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정밀하게 하는 것도 자기 만족인지라 시간 없는 달엔 대충 하고 넘깁니다.

1.매해 말에는 그 해 실적을 정리하고 그 기반으로 다음 해 항목별 예산을 짭니다. 세목은 별 거 없이 열 개 안쪽의 항목입니다. 여기서 더 넘어가면 피로해지더라구요. 매 해 실적에서 다음 해 계획을 세워서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해서(보통은 더하죠 녜;;;) 다음 년도 예산을 책정합니다.

2.매일은 목표고, 보통은 2~3일에 한번씩 '편한 가계부'앱으로 가계부를 씁니다. 딱히 더 좋은지는 모르겠고, 예전부터 유료 앱으로 써서 그냥 씁니다.

2-1. 뱅크샐러드 앱으로 월 중 주요 소비 현황이나 재무 상황은 체크 가능합...니다만, 이 앱이 계좌 연동에 시간과 배터리를 소모하는 타입이라 참을성이 없고 즉물적인 현대인은 자꾸 외면하게 됩니다. 그러니 앱은 '저를 잊으신건 아니겠죠? 제발 보세요!!!'등의 애절한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자꾸 외면하게 됩...orz.

3.월 마지막 날 저녁에 월별 결산을 합니다. 엑셀 구성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1)재무상태표-매월 말 기준
(2)현금흐름표-연간/월간 기준
(3)세목별 연간/월간 예산 책정 및 집행 현황표

넵 먹고사느라 하는 버릇 어디서 안 갑니다;;; 거기다 마지막 부서에서 예산 집착병까지 좀 옮아서;;;

흐름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사실 이거 엑셀 캡쳐해서 썰푸는 게 제일 직관적이고 좋은데 어차피 개인정보라 거의 다 내용 지워야 해서;;;

-전월 말의 엑셀 파일을 이번 달 말 이름으로 저장합니다.

-현금흐름표의 월말 현금흐름을 값복사해서 고정값으로 만들고, 다음 행에 새 월말 현금흐름 만들어서 재무상태표의 현금성자산을 수식으로 링크시킵니다.

-현금흐름표 이번달 기타 현금흐름, 즉 세후 급여(+)/배당금, 펀드 매각 등 투자현금 회수(+)/신규 투자(-) 등을 각각 열에다 반영합니다.

-재무상태표 있는 자산(계좌별로 세분합니다. 중분류로는 현금성자산/금융자산/부동산 이렇고 기타분류로는 저위험/중위험/고위험/초고위험 이런식으로 갑니다) 장부가액을 업데이트합니다. 자산별로 장부가액/취득가액 이렇게 금액 정보가 있는데, 실은 공모 펀드와 직투 주식말고는 다 취득가액 기준입니다. 제 변변찮은-_- 재산 중 상당수가 사모 펀드 성격에 있는데, 전환사채펀드나 ELS등 구조화상품은 기중 시가평가라는 게 저한테 큰 의미가 없더라구요; 따라서 이런 사모 펀드 성격은 각주를 만들어서 월말 시가 금액을 따로 기재하고 평가차익을 참고정보로 달아놓습니다. 2~3월달에는 불행했었고 지금은 기분좋습니다 우훗. 이걸 업데이트하면 월말 기준으로 내가 얼마 있는지 알게 됩니다.

-재무상태표의 현금성 자산(저는 보통예금/CMA까지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합니다)은 현금흐름표로 링크가 되고, 전월 현금성 자산에서 이번달 현금성자산이 이렇게 변동을 했는데, 아까 입력한 세후 급여/투자현금 증감 등 기타 현금흐름을 반영하면, 내가 이번 달에 얼마나 소비했는지가 역으로 산출됩니다. 기존에 틈틈이 산출한 '편한 가계부'앱의 소비 세목별 자료와 비교해 봅니다. 당연히 안 맞습니다(귀찮아서 100프로 기입을 안 하거든요) 어떻게든 와꾸를 대충 맞춰봅니다. '기타'는 참 좋은 항목입니다.

-(3), 예산 시트로 가서 이번 달의 소비를 세목별로 집행 내역을 기재합니다. 그러면 올해 예산 누계 집행 현황이 산출됩니다. 2020년 상반기 예산 집행 현황은 72%(증여세 등 예산에 없었던 소비는 뺐습니다) ㅋㅋㅋㅋ 망했다 ㅋㅋㅋ 일단 ㅈ됨을 시인하고 올해 예산을 가능한 범위에서 증액해 봅시다. 이건 (2)번의 연간 현금흐름표에서 12월 말까지 예상 금액을 보고 조정하면 됩니다. 다시 돌아가서 증액된 예산에서 세목별로 전용을 해 봅시다. 뭐 별 건 아니고, 제가 역시나-_- 먹을 것에서 예산을 초과했는데 상대적으로 집행이 덜 된 여행 경비를 빼서 쓰면 안 될까? 이런 겁니다.

...이러면 세 시간 가까이 걸리죠 녜;;; 저도 좀 자동화를 해 볼까 생각을 했는데, 자동화가 된다고 언제나 좋은 건 아니더라구요. 예의 뱅크샐러드 앱이 각각 계좌와 카드에서 자동적으로 정보를 긁어와서 분석하는 시스템인데, 복잡한 케이스일수록 꼬입니다. 예를 들어, 제 연금저축계좌는 대여섯계의 국내외 펀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펀드 따로, 계좌 따로 중복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가 각종 페이나 지역화폐 등 이상한-_- 아니 대안적인 결제수단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도 캐치가 잘 안 되더라구요.

결국 목적에 맞게 간단하면서도 합리적으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매달/그리고 중요한 자금흐름이 있을 때마다 이 꼬라지를 반복하는 목적은 두 가집니다

-현재 재산현황의 파악
-기중 소비의 합리적인 통제

중요한 투자가 있을 때는 전자에, 그리고 평소 매달말에는 후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일정 시간을 넘기면 덜 중요한 쪽은 미결로 끝낼 때도 많아요.

각설하고...이런 과정을 거쳐 산출한 이번 상반기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쓰고 생각보다 많이 벌었다"

1/2월은 바빠서 따로 결산을 하지 못했구요, 3월에 몰아서 했습니다. 그리고 4월에 돈 벌어서 신난다고 많이 썼구요, 5월에 증여 등으로 인해서 예상에 없었던 비경상적 지출이 많았습니다.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그리고 소비가 나쁜 건 아닙니다. 기분이 조크든요) 저는 올해 초에 끝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즌을 어째저째 넘겨서 예상 밖의 돈이 들어왔고, 2~3월에 꼬라박았던 금융시장은 5~6월에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금융시장이 좋다고 제가 이걸 바로 회수할 건 아니지만, 일할 때 위안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반기 시작입니다. 하반기도 대충대충 꾸준히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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