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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애정만 있을 뿐, 뭐라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선 따위는 가질 능력도 의지도 없으므로 잡문밖에 못 쓰겠습니다. 고로 번호 순으로 잡상만 조금 쓰겠습니다.

0.애정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단 전 한국영화에서 '여자떼주물'은 잘 되어야 다음 작품도 잘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는 망하건 말건 잘도 나오는데 하고 투덜거리지만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그리고 주인공 세 여배우가 다 마음에 듭니다. 고아성이 아역으로 울라불라불라숑인가 암튼 어린이 드라마에서 키워질할때부터 귀여워했었고, 이솜은 워낙에 냉미녀 스타일이라 얼빠의 기질로 좋아하고, 박혜수는...귀엽잖습니까.

www.youtube.com/watch?v=794uHZ55JDM

그 셋이서 이렇게 귀여운데 보러 가야죠. 

0-1. 그리고 개봉 첫날에 팔아주겠다고 두 달 전에 코로나를 무릅쓰고(아, 그러고 보니 그때 전국 신규 확진자가 몇십명대였어요...그립네여) 세 표 보태겠다고 부모님을 모셔갔는데 한 분은 도덕의 화신이고 다른 한 분은 조금이라도 텀이 있으면 주무십니다. 그런데 두분 다 아주 개운하고 말끔한 표정으로 재밌게 잘 봤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마지막으로 모셔간 영화가 국가부도의 날이었으니께 그것보단 마음이 편하셨겄지... 효도했으니 더욱 더 기특합니다.

1. 이 영화에 대해서 이 시대때 태어나지 않았거나 혹은 사리분별을 못날 나이였던 젊은이들이 저게 어디가 95년이냐, 80년대 소품이나 설정을 95년이라고 하는 거 아니냐 라고 하는데 그분들이 보셨던 건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여'라거나 오렌지족의 하루 영상이나, 혹은 90년대를 고증한 영상물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줄여서 삼토반의 그 당시 고증은 다른 영상물보다 꽤 정확한 편입니다. 젊은이들이 요즘 세상이 힘들다 보니 90년대를 실제보다 번영하고 낭만적이고 꿀빨았던 세대로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는데, 당시는 꽤 후졌습니다. 엔간한 레퍼런스는 일본에서 가져오고, 비만 오면 페놀 혹은 페놀보단 덜 유독한 유해물질을 공공연히 방류하던 시대였어요. 그리고 그 공장을 밀고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지어졌...tmi.

 

 

그리고 그 시절의 그리움을 못 잊는 분들은 아직도 회사의 윗자리에서 고색창연한 일을 시키시는데요, 저는 2010년대 중반에 평일 네시 반마다 윗분의 요구로 저런 단체 체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2. 예고편에서도 모습을 나타내서 알고 있었지만, 영어 요정(왜 좀 집요정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타일러는 연기를 곧잘 했습니다. 그리고 타일러가 너무 쉬운 수준의 영어를 가르치자 삼토즈 제 4의 멤버라고 해도 무방한 분(이솜이랑 같이 서 있으면 길쭉길쭉 현대적 미모라 눈이 훤했습니다)이 손을 들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여상에서 1, 2등하고 들어온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빨리 가죠'라고 했는데 이해가 갑니다. 95년에 7~8년차가 쌓이려면 88년에 들어왔을 텐데, 그땐 속된 말로 '날리는' 여상들은 입결이 엔간한 인문계 여고보다 높았어요. 그 자부심과는 별로 상관없는 단순 보조 업무를 하게 될 거라고 입사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3. 대졸(음...이걸 일본처럼 종합직/일반직 이렇게 나눌 수도 있고 5급/6급 이렇게 급수로 나눌 수도 있는데 삼진그룹의 정확한 관리체계가 기억이 안 나서;) 사원들은 고졸 사원들에 대해서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하면서 각종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는 서류나 대화를 마구 흘립니다. 알아들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했겠지요. 그리고 잡무와 서류관리하는 여직원은 안 바뀌는게 자신들에게 편하기 때문에 입사 이래로 발령지를 바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이번 사건처럼 필요한 때가 생기면 교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역적에서 아모개가 말한 것처럼 '윗분들은 노비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노비들은 하는 일이 그것밖에 없다 보니 주인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고 한것처럼요.(아, 고졸사원 비하 의도 전혀 없습니다)

 4. 마케팅부에는 부장도 여성이고, 입사한지 몇년 안 되어 이솜과 동년배;로 보이는 대졸 여직원도 있습니다. 93년쯤에야 대졸여성 대규모 공채가 이뤄졌던 걸로 봐서, 여성 부장은 특채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말단에만 여성직원들을 겨우 배양하기 시작한 다른 그룹에 비해 오너 가족도 아닌 듯한 여성 부장이 있는 삼진 그룹은 꽤나 비범합니다.(그래서 '그 그룹같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걸지도;)

4-1. 대졸여직원은 이솜이 뛰어난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자 이솜이 미모로 임원들을 꼬셔;서 성공을 이뤄낸다는 식으로 모함하는데요, 그녀는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그녀들은 입사한지 채 3년도 안 되었을 터이고 남자동기들보다도 군경력 3년은 승진에서 밀릴 테고 또 여러가지 '충성심'이나 '결혼육아'문제로 밀릴 터인데, '대리' 그룹으로 밀고 올라오는 또다른 '고졸여직원'그룹하고 어떻게 기수를 나누고 승진 TO를 딸지 그걸 고민할 때예요.(여담인데 제가 알고 있는 모 회사에서는 그렇게 고졸여직원들을 한참 승진 안 시키고 있다가 어느 순간 승진 물꼬가 터지면서 한참 나이어린 대졸 여직원들이 와르르르 승진에서 밀리고...먼산) 물론 그녀의 행동이 그런 경쟁심에서 나왔다고 하면 말은 되겠지만 너무 치졸하고 앞뒤를 잘 못 보는 캐릭터로 보여서요.

아무튼 여성의 연대는 참 좋은 얘기입니다만, 지배계층이 여성을 여러 층위로 나눠서 가두리양식장에서 경쟁을 시키면 꼭 연대가 잘 되는 건 아닙니다.

5. 상무 역을 맡은 백현진씨 말인데요. 전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당신이 여기 왜 나와...이분은 20여년 전 어어부 프로젝트 할 때도 알았고, 잘 나가는 화가일 때도 알았고, 자우림하고 합동무대할 때도 알았고...그리고 특유의 패도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나오자마자 분위기를 휘어잡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이 분이 무슨 드라마에서 개장수로 나와서 사람 여럿 무섭게 잡았다던데 보고 싶네요. 그리고 영화 황해의 개장수와 쌈붙으면 누가 이길지도...;
근데 절 모르지만 절 싫어하게 생기심.

6.이 영화의 전-결 부분 말인데요, 너무 유치하고 비현실적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결말'이라고 봅니다. 아니 일단 내부고발자로 시작되었잖아요. 큰 그룹에 뼈를 묻은 직원들 입장에서 내부고발자를 반길 리 없습니다. 그러면 이걸 하나 더 꼬는 사건-검머외 사장의 M&A  음모가 하나 들어와야 됩니다. 그래야

오너집단인 회장-자신의 오너십을 지키고 빡대가리인 상무 아들을 다시 CEO로 내세울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직원-일본에 회사가 넘어가서 발생할 대규모 해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삼토반즈-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세 개 집단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악의무리인 검머외 사장을 무찌를 수 있는 겁니다. 솔직히 상업영화인데 결말은 좀 밝아야죠. 전 아직도 스윙키즈의 충격적인 결말에서 치유가 못 된 사람입니다.

6-1. 뭐 좀 전 직업 때문에 떠오른 거라면... 그 당시 재벌집단은 워낙에 순환출자로 구조가 꼬이고 꼬여 있었는데 제일 큰 회사 주주총회로 어케 쉽게 해결이 됐나봐요. 삼진은 역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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